[자금경색 비상] ④정부대책 목매는 시장…도덕적 해이가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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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채안펀드 1.6조원 긴급투입 시사…시장 "역부족, 더 나와야"
건설·증권사, 부동산서 막대한 수익…"정부, 직접지원 명분 고민할 것" 레고랜드발 자산유동화어음(ABCP) 사태 이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을 중심으로 자금이 돌지 않는 '돈맥경화' 현상이 심화하면서 정부와 한국은행에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도 긴급하게 시장 안정화 대책을 내놓으며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최근 급속히 악화한 시장 불안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금융투자업계는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당시 내놓은 강력한 유동성 공급 방안들을 재개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부동산 PF 시장이 지난 몇 년간 호황을 누리며 관련 업계가 막대한 이익을 거둬왔다는 점에서 도덕적 해이 논란도 일고 있다.
◇ 정부, 채권시장 물꼬 터주나…시장안정조치 추가 예고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7월 한국은행의 첫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 이후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 확대 등 다양한 시장 안정화 대책을 내놨다.
가파른 금리 상승 및 신용 스프레드 확대로 저신용, 취약기업의 회사채·CP 발행이 위축되고 차환 위험이 우려되면서 나온 조처였다.
금리 인상 여파에 안 그래도 어려워진 채권시장은 강원도 레고랜드 ABCP 사태 이후 불안 심리가 일파만파 커졌고 지난 19일 급기야 부동산 PF에 많이 관여한 일부 건설사와 증권사가 부도 위기에 처했다는 근거 없는 뜬소문까지 나돌았다.
이에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지난 20일 '시장안정을 위한 특별 지시사항'을 내고 시장 불안심리 차단에 나섰다.
▲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여유 재원 1조6천억원의 신속한 집행 ▲ 채안펀드의 추가 캐피털콜(펀드 자금 요청) 준비 ▲ 한국증권금융을 통한 유동성 지원 ▲ 은행 유동성 규제(LCR) 정상화 시기 유예 등이 주요 내용이었다.
동시에 부동산 PF 시장과 관련해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조속히 마련해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금융감독원은 합동 단속반을 운영해 근거 없는 위기설 루머 유포 행위에 엄중히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 시장 전문가 "정부 대응 부족…초기 진화해야"
금융당국 대책 발표 이후에도 자금시장 불안은 갈수록 확산하는 분위기다.
정부 조치가 시장의 '돈 가뭄'을 해갈하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인식에서다.
실제로 지난 20일 금융당국 대책 발표 직후 국고채 금리는 오전 중 소폭 하락했다가 그 규모나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인식이 나오면서 오후 들어 반등 마감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융당국의 이번 조치는 그간 단기자금과 신용시장 등에서 나타난 자금경색에 대해 본격적인 정책당국 차원의 대응 가능성을 시사한 행보라고 평가한다"면서도 "채안펀드 등을 통한 대응만으로는 최근 자금시장 경색을 막기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경록 신영증권 연구원은 "채안펀드의 신속한 가동, 은행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정상화 속도 조절 등의 조치가 나오고 있지만 한번 무너진 심리를 되돌리려면 좀 더 강력한 추가 안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외양간에 불이 나면 물 호스로 불을 끄려고 할 것이 아니라 초기에 물탱크를 터트려 압도적인 수력으로 문제를 무력화시켜야 한다"며 강력한 정부 대응을 촉구했다.
◇ 금투업계, 한은에 "발권력 동원해 긴급 유동성 지원" 요청
금융투자업계는 특히 금융당국과 한은이 함께 긴급 유동성 공급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특히 현재 불이 난 곳은 부동산 PF 대출과 연관된 단기자금시장인데 우량채 시장 위주로 자금을 투입하는 채안펀드 성격을 유지해선 진화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나재철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지난 18일 이창용 한은 총재를 만나 금융안정특별대출 제도 등 시장 안정 대책을 가동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위기 당시 한은은 이례적으로 회사채(신용등급 AA- 이상)까지 담보로 받아주며 증권사 등에 최대 10조원을 대출해주는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채안펀드 외에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대응 차원에서 시행된 한은의 무제한 RP 매입과 비은행 금융기관 대출, 증권금융 유동성 공급 등의 대책도 병행될 필요가 있다"며 "한은의 저신용등급 포함 회사채·CP 매입기구인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도 재가동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발행시장뿐 아니라 유통시장에서의 회사채·CP 매입과 금융사 CP 및 ABCP 매입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은 발권력 등을 동원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및 코로나19 위기 때 시행한 강력한 수준의 대응책을 내놔야 한다는 요청이다.
◇ 건설·금융사, 부동산 PF로 돈 많이 벌었는데…'도덕적 해이' 논란 일 듯
다만, 정밀한 현황 파악이 선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와 한은이 특정 금융사나 회사의 유동성 위기를 분별없이 구제해주면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특히 지난 몇 년간 부동산 시장 호황을 겪으며 건설사, 사업시행사는 물론 금융회사 역시 부동산 PF 대출·보증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챙겨왔다는 점에서 관련 업계에 정부·한은이 직접 유동성을 지원하는 것은 명분이 떨어진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러나 현재 자금시장 불안이 금융·부동산 시장 전반의 위기로 확산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정부도 적극적인 시장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선임연구위원은 "정부도 현 문제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수 있는) 제1금융권이나 고용 불안 이슈가 아니어서 직접 개입 명분을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현 자금시장 유동성 문제가 부동산 시장과 직결된다는 측면에서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결국 자금 배분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건설·증권사, 부동산서 막대한 수익…"정부, 직접지원 명분 고민할 것" 레고랜드발 자산유동화어음(ABCP) 사태 이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을 중심으로 자금이 돌지 않는 '돈맥경화' 현상이 심화하면서 정부와 한국은행에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도 긴급하게 시장 안정화 대책을 내놓으며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최근 급속히 악화한 시장 불안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금융투자업계는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당시 내놓은 강력한 유동성 공급 방안들을 재개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부동산 PF 시장이 지난 몇 년간 호황을 누리며 관련 업계가 막대한 이익을 거둬왔다는 점에서 도덕적 해이 논란도 일고 있다.
◇ 정부, 채권시장 물꼬 터주나…시장안정조치 추가 예고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7월 한국은행의 첫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 이후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 확대 등 다양한 시장 안정화 대책을 내놨다.
가파른 금리 상승 및 신용 스프레드 확대로 저신용, 취약기업의 회사채·CP 발행이 위축되고 차환 위험이 우려되면서 나온 조처였다.
금리 인상 여파에 안 그래도 어려워진 채권시장은 강원도 레고랜드 ABCP 사태 이후 불안 심리가 일파만파 커졌고 지난 19일 급기야 부동산 PF에 많이 관여한 일부 건설사와 증권사가 부도 위기에 처했다는 근거 없는 뜬소문까지 나돌았다.
이에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지난 20일 '시장안정을 위한 특별 지시사항'을 내고 시장 불안심리 차단에 나섰다.
▲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여유 재원 1조6천억원의 신속한 집행 ▲ 채안펀드의 추가 캐피털콜(펀드 자금 요청) 준비 ▲ 한국증권금융을 통한 유동성 지원 ▲ 은행 유동성 규제(LCR) 정상화 시기 유예 등이 주요 내용이었다.
동시에 부동산 PF 시장과 관련해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조속히 마련해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금융감독원은 합동 단속반을 운영해 근거 없는 위기설 루머 유포 행위에 엄중히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 시장 전문가 "정부 대응 부족…초기 진화해야"
금융당국 대책 발표 이후에도 자금시장 불안은 갈수록 확산하는 분위기다.
정부 조치가 시장의 '돈 가뭄'을 해갈하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인식에서다.
실제로 지난 20일 금융당국 대책 발표 직후 국고채 금리는 오전 중 소폭 하락했다가 그 규모나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인식이 나오면서 오후 들어 반등 마감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융당국의 이번 조치는 그간 단기자금과 신용시장 등에서 나타난 자금경색에 대해 본격적인 정책당국 차원의 대응 가능성을 시사한 행보라고 평가한다"면서도 "채안펀드 등을 통한 대응만으로는 최근 자금시장 경색을 막기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경록 신영증권 연구원은 "채안펀드의 신속한 가동, 은행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정상화 속도 조절 등의 조치가 나오고 있지만 한번 무너진 심리를 되돌리려면 좀 더 강력한 추가 안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외양간에 불이 나면 물 호스로 불을 끄려고 할 것이 아니라 초기에 물탱크를 터트려 압도적인 수력으로 문제를 무력화시켜야 한다"며 강력한 정부 대응을 촉구했다.
◇ 금투업계, 한은에 "발권력 동원해 긴급 유동성 지원" 요청
금융투자업계는 특히 금융당국과 한은이 함께 긴급 유동성 공급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특히 현재 불이 난 곳은 부동산 PF 대출과 연관된 단기자금시장인데 우량채 시장 위주로 자금을 투입하는 채안펀드 성격을 유지해선 진화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나재철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지난 18일 이창용 한은 총재를 만나 금융안정특별대출 제도 등 시장 안정 대책을 가동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위기 당시 한은은 이례적으로 회사채(신용등급 AA- 이상)까지 담보로 받아주며 증권사 등에 최대 10조원을 대출해주는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채안펀드 외에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대응 차원에서 시행된 한은의 무제한 RP 매입과 비은행 금융기관 대출, 증권금융 유동성 공급 등의 대책도 병행될 필요가 있다"며 "한은의 저신용등급 포함 회사채·CP 매입기구인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도 재가동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발행시장뿐 아니라 유통시장에서의 회사채·CP 매입과 금융사 CP 및 ABCP 매입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은 발권력 등을 동원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및 코로나19 위기 때 시행한 강력한 수준의 대응책을 내놔야 한다는 요청이다.
◇ 건설·금융사, 부동산 PF로 돈 많이 벌었는데…'도덕적 해이' 논란 일 듯
다만, 정밀한 현황 파악이 선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와 한은이 특정 금융사나 회사의 유동성 위기를 분별없이 구제해주면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특히 지난 몇 년간 부동산 시장 호황을 겪으며 건설사, 사업시행사는 물론 금융회사 역시 부동산 PF 대출·보증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챙겨왔다는 점에서 관련 업계에 정부·한은이 직접 유동성을 지원하는 것은 명분이 떨어진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러나 현재 자금시장 불안이 금융·부동산 시장 전반의 위기로 확산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정부도 적극적인 시장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선임연구위원은 "정부도 현 문제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수 있는) 제1금융권이나 고용 불안 이슈가 아니어서 직접 개입 명분을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현 자금시장 유동성 문제가 부동산 시장과 직결된다는 측면에서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결국 자금 배분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