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금주 특검법안 발의 추진…與 " 수사지연·물타기 시도…협상 염두안둬"
내년 예산안·쟁점 법안 처리, 특검 협상 테이블서 변수되나 검찰발(發) 사정 드라이브 여파로 정국 경색이 심화한 가운데 야당이 띄운 '대장동 특검'이 여야의 새로운 전선으로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자신을 옥죄어 오는 검찰 수사에 맞서 특검 카드를 꺼내 들자 여권은 이를 즉각 거부했지만, 민주당이 다수당 의석을 앞세워 단독 처리도 불사한다는 방침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의 최측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불법 대선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되고 검찰의 칼날이 이 대표와 민주당을 향해 더 가깝게 다가오면서 특검을 둘러싼 여야 대치도 더 가팔라질 걸로 보인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정감사가 종료되는 이번 주 특검 관철을 노리는 야당과 이를 저지하려는 여당의 힘겨루기가 본격화하면서 '강 대 강' 대치가 계속될 전망이다.
우선 오는 25일 윤석열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 관련 국회 시정연설을 놓고 여야가 정면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민주당은 시정 연설 보이콧까지 시사하고 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국회 무시, 야당탄압에 대한 윤 대통령의 대국민·대국회 사과를 촉구한다"며 "최소한의 사과조차 없다면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결코 용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시정연설 보이콧은 예산이나 법안 처리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어, 남은 정기국회 기간 험로를 예고한다.
민주당이 시정 연설에 참석하더라도 검찰 수사에 대해 윤 대통령을 상대로 강력하게 항의하는 장면이 연출될 수도 있다.
금주 내로 발의할 예정인 민주당의 특검법안 발의도 여야 간 긴장도를 높이는 부분이다.
김 부원장 구속으로 검찰의 칼이 더 가까이 다가온 민주당은 검찰 수사가 '정권 차원의 조작 수사이자 야당 탄압'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여론전을 통해 특검법 통과에 사활을 걸 전망이다.
민주당 조정식 사무총장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특검과 관련, "윤 대통령은 오는 25일 국회 시정연설 전까지 분명히 답해주길 바란다"고 압박했다.
민주당 일각에선 검찰의 전방위적 압박이 고조되고, 국민의힘이 결국 특검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장외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결국 장외로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질 것"이라며 "우리 쪽을 응원하는 국민들도 거리로 다 뛰쳐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2일 촛불전환행동 등 진보단체가 주최한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촉구 집회'에는 민주당 안민석·박주민·김용민·양이원영·황운하 의원 등이 참여하기도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특검 불가 입장을 거듭 밝혔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민주당측 기자회견에 대응해 오후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열고 민주당의 특검 주장에 대해 "(검찰이) 수사를 제대로 하고 있기에 특검 요구 자체가 속이 뻔히 보이는 수사 지연, 물타기, 증거인멸 시도"라며 '수용 불가' 입장을 재확인했다.
주 원내대표는 "특검 협상 자체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라고도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검찰 수사로 이 대표 혐의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는 한편, 이번 의혹을 이 대표 개인 비리로 몰고 가면서 민주당 내 분열을 노리는 흔들기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민주당은 일단 여당과 협의해 특검법 내용 등을 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이 이를 받을 수 없다고 선을 그은 상황인 만큼 의석수를 앞세워 단독 통과를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법안 통과 길목인 법제사법위원회의 위원장이 국민의힘 소속인데다 패스트트랙(안건 신속 처리 제도)에 태우려 해도 법사위 내 '캐스팅보트' 격인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난관이 예상된다.
그는 민주당의 '김건희 특검' 추진에 공개 반대하기도 했다.
다만 여성가족부 폐지 등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 개편안과 내년도 예산안 등 거대 야당의 협조가 필수인 사안이 특검 카드와 묶여 여야 협상 테이블에서 변수로 부상할 가능성도 일각에서는 거론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