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초 금융지주 회장·은행장 임기만료 줄이어…연임 여부 관심
예보·보험개발원장 등 공기업·유관기관 CEO에 '윤심' 반영될 듯
금융권 인사 '낙하산' 사라질까…NH·우리부터 줄줄이 시험대
금융팀 = 한동안 조용하던 금융권이 연말을 앞두고 본격화하는 수장 인사로 술렁이고 있다.

5대 금융지주 중 NH농협과 우리, 신한 등 3개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의 임기 만료가 다가온데다, 예금보험공사 등 금융공기업 수장 선임도 임박했기 때문이다.

과거 관치금융의 그림자가 옅어졌지만, 일부에서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금융권의 첫 대규모 CEO 인사를 앞두고 각 수장들의 연임 여부와 함께 낙하산 인사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NH농협금융 손병환 회장, 내부 출신 첫 연임 도전
윤석열 정부 이후 첫 금융지주 회장 인사는 공교롭게도 NH농협금융지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농협금융은 5대 금융지주 중에서도 그동안 정부 낙하산 인사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은 곳이다.

농협금융 인사가 금융권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기조를 보여주는 시금석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손병환 현 회장의 2년 임기는 오는 12월 31일까지다.

23일 농협금융 지배구조 내부규범에 따르면 회장 임기 만료 40일 전인 오는 11월 20일께부터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경영승계 절차를 개시하게 된다.

일단 김용환·김광수 회장 등 과거 농협금융 회장은 2년 임기 후 1년 정도 더 연장한 사례가 있어 손 회장 역시 연임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1962년생으로 다른 금융지주 회장에 비해 젊은데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등 성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무엇보다도 농협금융지주 지분 100%를 가진 농협중앙회의 이성희 회장이 손 회장을 신임하는 것으로 알려진 것도 연임 가능성을 높인다.

이 회장의 임기는 2024년 1월까지로 아직 1년 이상 남아있다.

금융권 인사 '낙하산' 사라질까…NH·우리부터 줄줄이 시험대
변수는 정치권이다.

지난 2020년 3월 NH농협은행장으로 취임한 지 9개월 만에 지주 회장에 오른 손 회장은 2012년 농협중앙회가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하면서 농협금융이 출범한 이래 사실상 첫 내부 출신 회장이다.

농협 출신인 초대 신충식 회장이 3개월 만에 물러났고, 이후 신동규·임종룡·김용환·김광수 전 회장까지 모두 옛 재무부 관료 출신들이 수장으로 선임됐다.

손 회장이 은행장에서 회장직에 오를 때도 여러 관료 출신들이 유력 후보로 거론됐다.

새 정부 출범에 공을 세운 경제관료들이 논공행상 차원에서 농협금융 회장 자리에 욕심을 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이미 내부 출신 회장이 나온 상황에서 관료 출신이 다시 수장에 오를 경우 '관피아'(관료+모피아) 논란이 벌어질 수 있고, 노조 등의 반발에 대한 부담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 우리·신한 회장 연임 땐 장수 CEO 길 들어서
농협금융에 이어 관심을 끄는 곳은 내년 3월 회장 임기 만료를 앞둔 우리금융과 신한금융이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각각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금융권은 조 회장보다 손 회장의 연임 여부를 더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손 회장은 2017년 우리은행장에 취임했고, 2019년 1월 우리금융지주가 다시 출범하면서 회장과 은행장직을 함께 수행했다.

이어 2020년 3월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 겸직 조항을 없애면서 이후 회장직만 유지하고 있고,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손 회장은 우리금융지주 재출범을 이끈데다 지난해에 이어 상반기에도 역대 최대 실적을 이끄는 등 경영 성과도 내고 있다.

그동안 발목을 잡던 사법 리스크도 사실상 해소됐다.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문책 경고를 받았지만 이후 취소소송 1·2심에서 연이어 승소했다.

금융지주 회장 연임이 가능해지고 금융권 취업 제한에서도 벗어날 길이 열린 셈이다.

우리금융의 완전 민영화로 과거와 같은 외풍에 시달릴 확률도 낮아졌다.

과거에는 관료나 타 금융회사 출신이 낙하산으로 내려온 적이 있었지만, 이제는 지배 구조상 이를 차단할 수 있는 벽이 세워졌다.

우리금융 임원추천위원회는 사외이사 7명으로 구성되는데, 이들 중 송수영 변호사를 제외하면 모두 우리금융 지분 4% 내외를 가진 한화생명과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유진더블유유한회사 등 민간 과점 주주들이 추천한 인물들이다.

결국 손 회장의 연임은 과점 주주들이 손 회장의 경영 성과와 비전을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좌우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의 임기도 내년 3월 끝난다.

보통 임기 만료 약 3개월 전부터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본격적으로 후보 선정 절차를 밟는 만큼, 오는 12월 초순께 최종 회장 후보가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로서는 조 회장의 3연임이 유력하다.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지난 6월 대법원에서 '부정채용 의혹' 관련 무죄가 확정되면서 신한금융 안팎에서 다른 후보 이름이 거론되지 않는 분위기다.

조 회장이 3연임에 성공하면 재임 기간이 4연임한 라응찬 회장(2001년 9월∼2011년 3월 10년 재임) 이후 역대 두 번째가 된다.

마찬가지로 우리금융 손 회장 역시 우리은행장에 이어 우리금융 회장을 연임하면 그룹 장수 CEO의 길에 들어서게 된다.

금융권 인사 '낙하산' 사라질까…NH·우리부터 줄줄이 시험대
◇ 신한·하나·농협은행장 연임 여부에도 관심
금융지주 회장뿐만 아니라 임기 만료를 앞둔 주요 은행장들의 연임 여부도 곧 심판대에 오른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의 임기는 올해 12월까지다.

후임 은행장 후보는 12월 중순께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에서 결정되고, 회장·행장 최종 후보 모두 이후 주주총회에서 선임이 확정된다.

금융권에서는 진 행장의 3연임 가능성과 함께 전필환 신한은행 부행장, 정운진 신한캐피탈 사장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권준학 NH농협은행장 역시 손 회장과 함께 12월 말에 임기가 만료된다.

농협은행장의 경우 통상 2년 임기만 채우는 것이 관례였지만 손 회장 연임 여부, 농협중앙회 내 역학 구도 등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박성호 하나은행장의 임기도 내년 3월까지다.

후임 은행장 후보는 내년 2월 그룹후보임원추천위원회를 통해 결정되고, 3월 주주총회 등을 거쳐 확정된다.

금융권 인사 '낙하산' 사라질까…NH·우리부터 줄줄이 시험대
◇ 금융공기업·유관기관은 새 정부 의중 반영될 듯
시중은행 및 금융지주 외에 국책은행 및 공기업, 유관기관 수장 자리도 관심사다.

이들 수장 자리는 새 정부의 의중이나 이른바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그대로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내년 1월 2일 자로 임기를 마친다.

앞서 윤 행장은 한덕수 총리의 강력한 추천에 따라 국무조정실장(장관급)에 사실상 내정됐다가 여당 등의 반발 속에 도중하차했다.

기업은행장의 경우 금융위원장의 임명 제청과 대통령의 임명을 통해 선임된다.

정상적으로는 임기 만료 전이나 직후 후임 행장이 임명돼야 하지만, 정부 내부에서 후보 낙점이 늦어지면 행장 자리가 당분간 공석이 될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어 김도진 전 은행장의 경우 임명(2020년 1월 2일)까지 1주일 정도 전무이사의 행장 직무 대행 체제를 거쳤다.

대선 변수로 후임 선정이 늦어지는 보험연구원장 자리도 곧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

현 안철경 보험연구원장의 임기는 지난 4월까지였다.

지난 3월 보험연구원은 새로운 원장 선임을 위해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3명의 후보에 대한 심사까지 마쳤지만 대선 기간과 겹치면서 인선이 중단됐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에도 이들 후보에 대한 심사가 지연되는 가운데 또 다른 후보로 한국보험학회 회장을 역임한 서울대 법대 출신의 전우현 한양대 법대 교수가 유력하게 떠오르면서 연말까지 인선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보험개발원장 자리의 경우 최근 공모를 진행했으며 윤석열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인 허창언 전 금감원 부원장보가 유력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과거 사법시험에서 고배를 마신 적이 있는 윤 대통령이 한때 법조계 진출을 포기하고 허 전 부원장보를 따라 한국은행에 들어가려 했다고 회고할 만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희수 생명보험협회장의 경우 내년까지 임기가 남아있다.

그러나 생명보험협회 첫 정치인 출신 협회장으로 문재인 대선 후보 캠프 출신이라는 점에서 임기를 다 채울 수 있을지 미지수다.

금융권 인사 '낙하산' 사라질까…NH·우리부터 줄줄이 시험대
금융공기업 가운데선 예금보험공사가 차기 사장 후보 선임을 앞두고 있다.

김태현 전 사장이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8월부터 윤차용 부사장의 직무대행 체제로 유지되고 있다.

예보는 지난달 후임 사장 후보 공모 절차를 시작해 현재 임원후보추천위원회 면접을 마친 상태다.

예보 사장은 금융위원장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유재훈 전 예탁결제원 사장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노조와 야권에선 유 전 사장이 과거 예탁원 재직 시절 인사 문제로 법원이 예탁원에 근로기준법 위반 판결을 내린 이력이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심재훈 신호경 박대한 이지헌 민선희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