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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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상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7%로 굳어진 데 이어 서민들에게 가장 민감한 전세대출 금리까지 7%대로 뛰었다. 세입자들의 부담이 커지면서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거나 이사를 고려하는 세입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오는 11월에도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연내 대출금리가 8%대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만약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최고 금리가 8%대가 되면,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이후 거의 14년 만이 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전세대출 금리는 지난해만 해도 연 2% 초반에서 3% 중후반 수준이었지만, 이후 급격히 올랐다. 올해 3월말 상단이 연 5%를 돌파한 데 이어, 6월엔 6%를 넘었고 최근 다시 올라 7%선을 넘었다. 불과 1년 만에 이자 부담이 크게는 두배가량 불어난 셈이다.

변동금리의 지표금리인 코픽스 금리가 이달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0.44%포인트 오르면서 금리는 올랐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전세자금대출 금리(주택금융공사 보증, 신규코픽스 6개월 연동 기준)는 22일 기준 연 4.540∼7.057% 수준이다. 지난 9월 말(연 4.260∼6.565%)과 비교하면 20일 사이 하단이 0.280%포인트(p), 상단이 0.492%포인트 상승했다. 작년 말(3.390∼4.799%)보다는 상단은 2.258%포인트, 하단은 1.150%포인트씩 뛰었다.
'전세대출 2억' 받은 직장인, 은행서 온 문자에 가슴 철렁
20~30대 젊은층이 주계층인 세입자들의 고통은 커질 수밖에 없다. 임대차법 등으로 최근 몇 년새 전세보증금이 급격히 오른데다, 전세대출금리까지 급등해서다. 전세대출은 대부분 변동금리형이다보니 금리 상승에 취약한 특징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은행권 변동금리형 전세자금 대출 잔액은 151조5000억원으로 전체 162조원의 93.5%를 차지했다.

예를 들어 전세대출을 지난해 연 3% 금리로 2억원 빌렸다고 가정할 경우, (세금 및 개별조건을 제외하고 단순계산하면) 은행에 매달 내는 이자는 50만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올해 금리가 연 6%까지만 올라도 월 납입 이자는 100만원으로 두배 늘게 된다. 만약 최고금리 7%대가 적용되면 월 납입 이자는 117만원가량으로 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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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자금대출 금리가 오르면 이자부담 보다는 '월세부담'을 지려는 세입자가 늘 수 밖에 없다. 집주인과의 합의를 통해 전세를 월세로 바꾸는 게 나을 수도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 8월 전국 전월세 전환율은 5.8% 수준이다. 전월세 전환율은 전세 보증금을 1년 치 월세로 바꿀 때 적용하는 환산율이다. 최근 전월세 전환율도 상승하면서 월세 부담이 커지고 있지만, 일단 전세대출금리 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문제는 대출 금리가 당분간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원·달러 환율 때문에 기준금리 추가 인상은 지속될 전망이다. 우선 한은의 '빅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 영향을 반영한 10월 코픽스가 내달 발표되면, 코픽스를 기준으로 삼는 변동금리 상품 금리가 크게 오르게 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11월에도 미국의 잇따른 '자이언트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2일 금통위 직후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를 지속할 것"이라며 11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 환율 등을 보고 11월 인상 폭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내년 초까지 기준금리를 올려 최종적으로 3.50∼3.75%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변수는 있다.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자금 경색이 심각해지면 한은도 고민이 커졌기 때문이다. 채권시장의 어려움이 커지면 결국 전반적인 금융시장의 안정성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한은이 세 번째 빅 스텝을 선뜻 밟기가 어려워질 것이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