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수단 출범에 빨라진 조세수사…시간싸움 우위 중요"
“합동수사단 출범으로 조세형사 사건 수사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겁니다. 조사받는 입장에선 시간과의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는 게 중요합니다.”

노승권 법무법인 태평양 조세범죄수사대응팀장(사법연수원 21기·오른쪽)은 2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발 빠른 대응을 강조했다. 서울중앙지검 1차장과 대구지검장 등을 지낸 ‘특수통’ 검사 출신인 노 팀장은 “과거 조세형사 사건의 상당수는 국세청과 세무서 등에서 고발해야 검찰이 수사할 수 있었지만, 합수단 출범으로 검찰의 수사 개시와 과세당국의 조사가 동시에 시작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달 30일 조세 포탈과 재산 국외 도피 등 세입 관련 범죄와 보조금·지원금 부정수급 등 세출 관련 재정비리 수사를 전담하는 국가재정범죄합수단을 출범시켰다. 이에 주요 로펌은 관련 사건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조세형사 분야 조직을 줄줄이 꾸렸다.

태평양 역시 이 같은 변화에 맞춰 공정거래조세형사 태스크포스(TF)를 상설조직인 조세범죄수사대응팀으로 확대 개편했다. 검찰, 법원, 국세청 등에서 오랫동안 조세 분야 경험을 쌓은 전문가 50여 명으로 구성했다. 특히 심규찬(30기·왼쪽) 조일영(21기) 강석규(25기) 변호사 등 대법원 재판연구관 조세팀장 출신만 세 명이 포진해 로펌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검찰총장 출신인 김수남(16기) 변호사와 서울지방국세청장 출신인 조홍희 고문, 국세청 차장을 지낸 이전환 고문, 국세청 기획재정담당관을 지낸 최찬오 세무사 등도 연륜있는 전문가들도 힘을 보태고 있다.

조세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심 변호사는 “합수단이 패스트트랙 수사를 공언한 만큼 로펌도 조세·형사·송무부서와 고문단이 처음부터 호흡을 맞춰 대응전략을 짤 필요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태평양 조세범죄수사대응팀. 왼쪽부 송진욱 변호사, 최찬오 세무사, 이전환 고문, 노승권 변호사, 허철호 변호사, 이승호 변호사, 심규찬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조세범죄수사대응팀. 왼쪽부 송진욱 변호사, 최찬오 세무사, 이전환 고문, 노승권 변호사, 허철호 변호사, 이승호 변호사, 심규찬 변호사.
태평양은 합수단이 역외탈세 수사를 강화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역외탈세는 국내 회사나 개인이 조세피난처 국가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뒤 페이퍼컴퍼니가 수출입 거래 등을 통해 수익을 낸 것처럼 조직해 세금을 내지 않거나 축소해 지급하는 행위다. 노 팀장은 “2000년 이후 20여 년간 국내 기업의 해외 투자 규모가 25배 증가했고, 역외탈세 세무조사 이후 부과되는 세금도 지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라며 “대표적 조세 사각지대인 만큼 수사가 집중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세무조사 대비를 위한 사전진단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내놓았다. 사전진단은 정기 세무조사를 앞두고 위법 논란에 휘말릴 만한 리스크가 있는지 미리 점검하는 것을 말한다. 심 변호사는 “검찰 수사와 과세당국의 세무조사가 거의 동시에 이뤄지면 갑자기 두 기관에 한꺼번에 수많은 자료를 넘겨야 한다”며 “기업들이 보통 5년마다 한 번 시행되는 정기 세무조사를 앞두고 사전진단을 했지만, 이제는 특별 세무조사나 조세 관련 형사사건과 연관될 수 있다고 판단될 때도 수시로 사전진단을 의뢰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수사 강화가 꼭 기소 증가로 이어진다고 보긴 어렵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노 팀장은 “2017년 223건이던 검찰의 조세 포탈 기소 건수가 지난해 55건까지 줄었고 관세포털 기소 건수도 같은 기간 86건에서 27건으로 감소했다”며 “단속과 처벌 강화가 경영 활동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도록 기업들에 효과적인 대응전략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