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순방 논란, 김건희, 이재명에 묻힌 윤석열 정부 첫 국정감사
국회의원이 여론의 주목을 받을 기회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언론이 매일 보도하는 정치권 움직임에 등장하는 의원은 양당 지도부와 대변인 등을 합해 서른 명이 채 되지 않는다. 300명 의원 중 90% 정도는 입법 활동을 알릴 기회가 좀처럼 주어지지 않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매년 가을 열리는 국정감사는 의원들이 스스로를 알릴 좋은 기회다. 8월 초부터 보좌진이 야근하며 준비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하지만 24일로 대부분 상임위원회의 올해 국감 일정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제대로 된 국감 질의를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 국민의힘 의원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패,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순방 논란과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중점 질의했다. 피감기관으로 출석한 정부·공기업 관계자가 ‘참관’하는 것을 제외하면 일상적인 정치 공방과 다르지 않은 장면을 연출하기 일쑤였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놓고 여야가 대립한 법제사법위원회, 윤 대통령 순방 및 MBC 보도를 놓고 맞붙은 외교통일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등에서는 여야 의원이 번갈아 가며 단체 퇴장했다. 교육위원회는 처음부터 끝까지 김 여사 논문 관련 증인 채택과 심문을 놓고 양당이 다퉜으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행정안전위원회 등에서는 이 대표 관련 의혹이 도마에 올랐다. 사실상 국감이 신·구 권력, 윤 대통령과 이 대표 사이의 대리전으로 치러지며 “가을 국감이 3월 대선전의 연장전이 됐다”는 평가가 국회 안팎에서 나왔다.

진지한 정책 질의의 빈자리는 막말 논란이 뒤덮었다. 피감 기관장에게 “혀 깨물고 죽지”(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상대 당을 향해서는 “버르장머리가 없잖아”(김교흥 민주당 의원)라고 하는 등 막말은 대상을 가리지 않았다.

이는 사실 일찍부터 예견됐다. 한 해 정부 정책을 이듬해 가을에 가서야 검증하는 구조적 한계에 일상화된 여야 갈등이 더해진 결과다. 국민의힘이 대부분 정책 이슈에서 정부 편을 드느라 방어적이 될 수밖에 없는 가운데, 올해 3월까지 여당이던 민주당 역시 적극적인 정책 검증에 나서지 않았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관련 공방으로 후반기 원 구성이 늦어지면서 8월 중·하순에야 의원들이 소속 상임위를 배정받아 국감 준비 시간도 부족했다. 2024년 총선을 앞두고 구성된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국감의 구조적인 개선 방안도 고민해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