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중 판결이 선고된 사건의 67%는 노조의 책임을 인정했으며, 손해배상 청구 원인의 절반(49.2%)이 사업장 점거에 의한 생산라인 중단 등에 따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사업장 점거 과정에서 위력을 사용한 경우가 93%를 넘고 폭행과 상해가 수반된 경우가 71%에 달했다고 한다. 고용노동부가 2009년부터 지난 8월까지 제기된 노조 대상 손배소 151건을 분석한 결과인데, 폭력 등 옳지 못한 수단이 쟁의행위의 정당성을 상실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노조의 인식 전환이 요구된다.

우리나라 강성 노조 파업의 만연한 폭력성은 고질병에 가깝다. 분석 대상 151건 중 소 취하(51건), 조정·화해(15건)의 상당수도 불법 쟁의행위 또는 불법 행위가 개입돼 있지만 노사가 타협한 경우다.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기각된 판결 중에도 불법성을 인정한 것이 여럿이다. 민주노총을 상대로 제기한 사건이 전체의 94%, 전체 청구액의 99.6%, 전체 인용액의 99.9%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야당과 노동계는 합법적인 파업의 범위가 너무 좁아 불법파업을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또 기업의 무분별한 소송 남발로 노조 활동이 위축된다고 항변한다. 고용부의 이번 실태조사가 보여주듯 문제의 원인은 폭력적 불법성에 있다.

그런데도 야당은 사용자의 손배 청구 제한을 확대하고 개인에 대한 배상 청구를 금지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노동쟁의를 ‘근로조건 및 노동관계 당사자 사이 주장의 불일치로 인하여 발생한 분쟁상태’로 규정해 범위를 거의 무한대로 확장한 것이나, 폭력이나 파괴로 인한 ‘직접 손해’를 제외하고는 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한 것 등 독소 조항이 한둘이 아니다. 폭력이 난무하는 파업을 언제까지 용인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