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시속 1030㎞ '총알 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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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상업용 자기부상열차 노선인 중국 상하이 룽양루역~푸둥국제공항역. 총 30㎞ 구간을 주파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8분에 불과하다. 최고 시속은 431㎞에 달한다. 자기력(磁氣力)을 이용해 차량을 선로 위에 띄워서 움직이므로 소음과 진동이 거의 없다. 독일 기술로 만들었기에 2002년 말 개통 때 양국 총리가 함께 시승했다.
당시 ‘속도의 과학’에 매료된 중국은 고속 자기부상열차 개발에 몰두했다. 그 결과 지난해 시속 600㎞짜리 열차 시스템을 공개했다. 지난주에는 최고 시속 1030㎞ 시험 가동에 성공했다. 음속(시속 1224㎞)에 가까운 속도로 초속 300m의 총알과 맞먹는다. 서울~부산을 23분 만에 돌파할 수 있다.
이번 열차를 제작한 중국과학원은 “첨단 물질과 우주항공, 초고속 운송 분야 연구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기술을 이용해 음속의 몇 배로 발사체를 쏘면 ‘레일 건’이라는 무기가 된다. 레일 건은 탄환을 음속보다 7배 빠르게 발사할 수 있다. 항공모함에서 전투기를 밀어 올리는 캐터펄트(사출장치)에도 적용된다.
중국은 고속철 노선이 4만㎞에 육박한다. 여기에 장거리 자기부상철도 노선을 깔 계획이다. 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유럽연합(EU)도 주요 도시를 1~2시간 만에 주파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파리에서 1000㎞ 떨어진 베를린이나 바르셀로나를 1시간 만에 연결해 ‘속도 혁명’과 ‘탄소 감축’의 두 토끼를 다 잡겠다는 것이다.
일본은 2027년까지 도쿄~오사카 500㎞ 구간을 1시간에 달리는 열차를 선보일 예정이다. 미국 테슬라가 연구 중인 ‘하이퍼루프’는 최고 시속 1280㎞까지 넘보고 있다. 시속 800~900㎞의 비행기보다 더 빠른 ‘탈것’이 상용화될 날이 머잖았다.
우리나라도 기술력은 독일에 뒤지지 않는다. 2013년 도시형 자기부상열차를 선보여 시속 110㎞를 주파했다. 하지만 상업화에는 실패했다. 명맥만 유지돼온 인천공항의 중저속형 노선마저 최근 휴업에 들어갔다. 한때 수출을 꿈꾸던 한국형 자기부상열차의 부끄러운 현주소다. 뒤늦게 하이퍼튜브 개발에 1조원을 쏟아붓겠다는 정부 계획은 지켜질 수 있을지 걱정이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당시 ‘속도의 과학’에 매료된 중국은 고속 자기부상열차 개발에 몰두했다. 그 결과 지난해 시속 600㎞짜리 열차 시스템을 공개했다. 지난주에는 최고 시속 1030㎞ 시험 가동에 성공했다. 음속(시속 1224㎞)에 가까운 속도로 초속 300m의 총알과 맞먹는다. 서울~부산을 23분 만에 돌파할 수 있다.
이번 열차를 제작한 중국과학원은 “첨단 물질과 우주항공, 초고속 운송 분야 연구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기술을 이용해 음속의 몇 배로 발사체를 쏘면 ‘레일 건’이라는 무기가 된다. 레일 건은 탄환을 음속보다 7배 빠르게 발사할 수 있다. 항공모함에서 전투기를 밀어 올리는 캐터펄트(사출장치)에도 적용된다.
중국은 고속철 노선이 4만㎞에 육박한다. 여기에 장거리 자기부상철도 노선을 깔 계획이다. 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유럽연합(EU)도 주요 도시를 1~2시간 만에 주파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파리에서 1000㎞ 떨어진 베를린이나 바르셀로나를 1시간 만에 연결해 ‘속도 혁명’과 ‘탄소 감축’의 두 토끼를 다 잡겠다는 것이다.
일본은 2027년까지 도쿄~오사카 500㎞ 구간을 1시간에 달리는 열차를 선보일 예정이다. 미국 테슬라가 연구 중인 ‘하이퍼루프’는 최고 시속 1280㎞까지 넘보고 있다. 시속 800~900㎞의 비행기보다 더 빠른 ‘탈것’이 상용화될 날이 머잖았다.
우리나라도 기술력은 독일에 뒤지지 않는다. 2013년 도시형 자기부상열차를 선보여 시속 110㎞를 주파했다. 하지만 상업화에는 실패했다. 명맥만 유지돼온 인천공항의 중저속형 노선마저 최근 휴업에 들어갔다. 한때 수출을 꿈꾸던 한국형 자기부상열차의 부끄러운 현주소다. 뒤늦게 하이퍼튜브 개발에 1조원을 쏟아붓겠다는 정부 계획은 지켜질 수 있을지 걱정이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