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시 수낵 전 영국 재무장관이 23일(현지시간) 총리 겸 당 대표 선출을 위한 보수당 경선에 출마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수낵 전 장관은 44일 만에 사임을 발표한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의 대규모 감세정책을 비판한 인물이다.

수낵 전 장관은 이날 오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보수당 경선에 출마한다고 밝혔다. 그는 "영국은 훌륭한 나라이지만 우리는 심각한 경제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것이 내가 보수당 대표와 차기 총리가 되기 위해 나서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영국 경제를 바로잡고, 보수당을 통합하고, 영국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고 했다.

의원내각제인 영국에선 집권당(현 보수당) 대표가 총리가 된다. 현재까지 보수당 의원(총 357명)의 지지를 가장 많이 얻은 후보는 수낵 전 장관이다. 이번 경선에서 후보 등록을 하기 위해선 24일 오후 2시까지 의원 100명 이상의 지지를 받아야 하는데 이날 기준 수낵 전 장관이 128명의 지지를 확보하면서 존슨 전 총리(53명)를 앞서고 있다고 BBC가 전했다. 존슨 전 총리는 아직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히지 않은 상태다. 페니 모돈트 보수당 원내대표는 23명의 지지를 얻었다.

이번 경선에서 '100명 이상 지지' 요건을 충족하는 후보가 단 한 명일 경우 총리가 즉시 선출된다. 하지만 최대 3명의 후보자가 나온다면 의원투표와 보수당원 대상 온라인 투표를 거쳐 28일 총리가 최종 결정된다.



수낵 전 장관은 지난 7월 트러스 전 총리와의 경선에서 패하고 두 번째 도전에 나서는 것이다. 만약 수낵 전 장관이 총리에 오르게 되면 영국 최초의 유색인종 총리가 된다. 그는 영국에서 태어난 인도계다. 수낵 전 장관은 앞선 경선에서 트러스 전 총리의 감세안을 "동화 같은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사실상 수낵 전 장관과 존슨 전 총리의 2파전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수낵 전 장관과 존슨 전 총리가 22일 비공개 회담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한때 단일화 가능성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영국 더 타임스는 이날 회동에서 단일화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수낵 전 장관과 존슨 전 총리 사이의 깊은 앙금이 단일화 불발로 이어졌을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수낵 전 장관은 지난 7월 존슨 전 총리가 이른바 '파티 게이트'에 휩싸였을 당시 사표를 던지며 내각 줄사퇴를 촉발했다. 존슨 전 총리의 사임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인물인 것이다. 존슨 전 총리는 코로나19로 거리두기 조치가 시행됐을 당시 관저에서 파티를 벌인 사진이 공개되면서 사퇴 압력을 받았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