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의원 "외교부는 국제 상황 정확히 파악해야 할 의무 있어"
탈레반 초청 행사 당일에 인지…"韓재외공관 동향파악 정확해야"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 관계자가 카타르 주재 한국 대사관 행사에 참석해 논란이 된 가운데 우리나라 현지 대사관은 탈레반 초청 사실을 행사 당일에야 인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이재정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주카타르 한국대사관은 지난 5∼6월부터 주카타르 탈레반 정치사무소 측이 카타르 정부의 묵인하에 주카타르 아프간 대사관의 건물과 차량을 점유했으나 이를 파악하지 못하고 카타르 주재 외교단에 국경일 리셉션 초청장을 일괄적으로 발송했다.

주카타르 한국대사관은 지난 18일 열린 행사 현장에서 탈레반 인사의 인상착의를 보고 초청장을 잘못 보낸 사실을 알았다.

카타르 도하 내 한 호텔에서 열린 당시 행사에는 주재국 정부 관계자, 외교단, 교민 등 400여 명이 참석했으며 국경일 경축사, 부산 엑스포 영상 시청, 문화 공연 등이 진행됐다.

아울러 주카타르 한국대사관은 지난해 11월에 열린 국경일 리셉션 때도 아프간을 포함한 주재국 외교단에 초청장을 일괄 발송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이 의원은 지적했다.

지난해 8월 미군이 철수한 뒤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했음에도 이에 대한 별다른 고려 없이 아프간 대사관에 초청장을 보낸 것이다.

지난해 국경일 리셉션에 아프간 대사관 측 인사는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외교부는 파악했다.

이 의원은 "모든 재외공관은 현지 정보 동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정보 수집 능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 의원은 "외교부는 국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탈레반 초청 행사 당일에 인지…"韓재외공관 동향파악 정확해야"
1996∼2001년 아프간을 점령한 탈레반은 9·11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을 비호하다가 미군의 침공을 받고 정권을 잃었고 미군 철수 후 재집권에 성공했다.

우리 정부는 아프간과 수교를 맺었지만 지난해 탈레반이 재집권한 이후에는 현지 대사관을 폐쇄하고 카타르 임시사무소로 이전했다.

아프간 국영 바크타르통신 등에 따르면 모하마드 나임 주카타르 이슬람 에미리트(탈레반이 사용하는 아프간 국호) 대사 대리는 주카타르 한국 대사관의 공식 초청을 받아 올해 한국 국경일 행사에 참석했다.

이에 외교부는 탈레반을 초청할 의도가 없었지만 초청장을 일괄 발송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