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 생일선물 사는데 돈을 보태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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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HO Insight
<사례>
게임회사에 재직 중인 A과장은 요즘 팀장의 올해 생일 무렵 겪은 일로 인해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A는 경력직 대리급으로 입사했는데, A가 속한 팀의 팀장은 여러 가지 조언을 해주기도 했고, A가 회사의 주력 게임 개발에 주축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등 많은 도움을 준 사람입니다. A도 이런 팀장을 믿고 잘 따랐습니다.
문제는 A가 아직 대리였던 작년, 직속 상사인 차장 B가 팀장의 생일을 챙긴다며 A를 비롯한 팀원들에게 돈을 걷으면서 시작됐습니다. B는 팀원들에게 팀장의 생일을 맞아 금액을 정해서 돈을 모아 선물을 사자고 했는데, 그 금액이 직급에 따라 나누어 많게는 10만 원에서 적게는 3만 원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B는 팀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A에게 “이번에 성과급도 많이 받고 누가 봐도 우리 팀의 에이스잖아!”라며 치켜세우더니, A에게 가장 많은 10만 원을 내라고 했습니다.
10만원이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을 수 있지만 A에게 10만원은 너무 큰 액수였습니다. A는 결혼 후 내 집 마련의 꿈을 꾸며 돈을 모으고 있는 터라 아내에게 월 용돈 20만원을 받아 빠듯하게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A는 팀원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본인의 사정을 말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승낙하고 말았습니다. A는 그래도 다른 사람도 아니고 본인을 잘 챙겨준 팀장의 생일 선물을 사는 것이니 기분 좋게 생각하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12월 팀장의 생일 무렵이 되자 B는 또다시 팀원들에게 돈을 모으자고 했고, B는 올해는 팀장님도 고생 많으셨고 팀 성과도 잘 나올 것 같으니 더 좋은 것을 해드리자고 하면서 올해 초에 과장으로 진급한 A를 지목하여 과장으로 진급도 했으니 이번에는 20만 원을 낼 것을 요구했고, 거절할 수 없는 분위기에 A는 이번에도 이를 승낙했습니다. 20만 원은 A의 한 달 용돈 전부였음에도 A는 속으로 끙끙 앓기만 했습니다. 당장은 15만 원밖에 없었기에,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B에게 부탁하였습니다.
조급해진 A는 아내에게 '가불'을 얘기했지만, 아내는 어떻게 용돈을 받고 며칠이나 지났다며 거절했습니다. A는 어떻게든 돈을 마련하려고 애썼지만, 그렇다고 비상금으로 한 푼 두 푼 모아둔 적금을 깰 수도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팀장의 생일을 이틀 앞둔 어느 날, B는 A에게 업무 메신저로 “돈 안 줄 거야?”, “돈도 많은 애가 신용은 바닥이네”라며 A를 압박했습니다. 다음 날이 되어서도 “너만 입금 안 했어”, “오늘까지 안 보내면 30만원이다? 당연히 이자 받아야지~”, “우리 회사에 신용불량자가 있었네? 신고할까?”라며 B가 압박하자, 결국 A는 급한 대로 친한 친구에게 돈을 빌려 B에게 돈을 보내주었습니다.
돈을 보내주고 나서야 한 숨 돌린 A는 갑자기 억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최대한 아끼며 사느라 아내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에도 그만한 큰돈을 쓰지 못하는데, 남이나 다름없는 팀장의 생일 선물에 20만 원을 내는 것도 아까운데, 그에 더해 빚쟁이 취급을 하며 빚 독촉을 하듯 본인을 재촉하는 B의 행동은 너무 얄밉고 괘씸했습니다. 이후 사정을 알게 된 아내와도 다투게 되자, A는 우울한 나날들을 보내야 했습니다.
결국 A는 돈을 빌려준 친구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게 되었는데, 친구는 그게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냐며 일단 신고해보라고 했고, A는 이내 사내 고충 상담을 신청했습니다.
A의 고충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될 수 있을까요?
<판단>
어떠한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에서 정의하고 있는 직장 내 괴롭힘의 요건을 갖추어야 합니다. 본 사안의 경우에는 그 중에서도 A에 대한 B의 행위가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은 행위인지 여부가 문제가 됩니다.
고용노동부 매뉴얼은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은 것으로 인정되려면 ①그 행위가 사회 통념에 비추어 볼 때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거나 ②업무상 필요성은 인정되더라도 그 행위 양태가 사회 통념에 비추어 볼 때 상당하지 않다고 인정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위 사례에서 B가 팀장의 생일 선물을 사기 위해 돈을 모으는 행위는 업무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행위는 아닐 것입니다. 사적으로 친분이 있는 사람들끼리 팀장의 생일을 맞아 돈을 모아 생일 선물을 사는 것 자체는 사회 통념상 호의적인 관계에서 상호간의 친목 도모를 위해 충분히 있을 수 있고, 이것만으로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은 직장 내 괴롭힘 행위가 성립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사안에서 B의 행위와 같이 팀원들이 모두 모여 있어 실질적으로 거절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유독 A에게 더 많은 돈을 낼 것을 일방적이고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돈을 내지 않자 이에 대해 업무 메신저를 이용해 과도하고 모욕적인 발언과 함께 돈을 내라고 반복적으로 독촉한 행위는 그 행위 양태가 사회 통념에 비추어 볼 때 상당하다거나,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될 수 있다고 보입니다.
한편, 민간 기업 종사자가 아닌 공공기관 종사자의 경우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적용 대상인 '공직자등'은 경조사비나 선물 등에 대하여 그 가액이 정해져 있고, 내부 윤리강령이나 교육 등을 통해 일정하게 규율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와 같은 사례가 공공기관 등에서 발생하였다면 직장 내 괴롭힘 외에도 제재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백준기 행복한일연구소/노무법인 수석노무사
게임회사에 재직 중인 A과장은 요즘 팀장의 올해 생일 무렵 겪은 일로 인해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A는 경력직 대리급으로 입사했는데, A가 속한 팀의 팀장은 여러 가지 조언을 해주기도 했고, A가 회사의 주력 게임 개발에 주축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등 많은 도움을 준 사람입니다. A도 이런 팀장을 믿고 잘 따랐습니다.
문제는 A가 아직 대리였던 작년, 직속 상사인 차장 B가 팀장의 생일을 챙긴다며 A를 비롯한 팀원들에게 돈을 걷으면서 시작됐습니다. B는 팀원들에게 팀장의 생일을 맞아 금액을 정해서 돈을 모아 선물을 사자고 했는데, 그 금액이 직급에 따라 나누어 많게는 10만 원에서 적게는 3만 원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B는 팀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A에게 “이번에 성과급도 많이 받고 누가 봐도 우리 팀의 에이스잖아!”라며 치켜세우더니, A에게 가장 많은 10만 원을 내라고 했습니다.
10만원이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을 수 있지만 A에게 10만원은 너무 큰 액수였습니다. A는 결혼 후 내 집 마련의 꿈을 꾸며 돈을 모으고 있는 터라 아내에게 월 용돈 20만원을 받아 빠듯하게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A는 팀원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본인의 사정을 말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승낙하고 말았습니다. A는 그래도 다른 사람도 아니고 본인을 잘 챙겨준 팀장의 생일 선물을 사는 것이니 기분 좋게 생각하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12월 팀장의 생일 무렵이 되자 B는 또다시 팀원들에게 돈을 모으자고 했고, B는 올해는 팀장님도 고생 많으셨고 팀 성과도 잘 나올 것 같으니 더 좋은 것을 해드리자고 하면서 올해 초에 과장으로 진급한 A를 지목하여 과장으로 진급도 했으니 이번에는 20만 원을 낼 것을 요구했고, 거절할 수 없는 분위기에 A는 이번에도 이를 승낙했습니다. 20만 원은 A의 한 달 용돈 전부였음에도 A는 속으로 끙끙 앓기만 했습니다. 당장은 15만 원밖에 없었기에,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B에게 부탁하였습니다.
조급해진 A는 아내에게 '가불'을 얘기했지만, 아내는 어떻게 용돈을 받고 며칠이나 지났다며 거절했습니다. A는 어떻게든 돈을 마련하려고 애썼지만, 그렇다고 비상금으로 한 푼 두 푼 모아둔 적금을 깰 수도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팀장의 생일을 이틀 앞둔 어느 날, B는 A에게 업무 메신저로 “돈 안 줄 거야?”, “돈도 많은 애가 신용은 바닥이네”라며 A를 압박했습니다. 다음 날이 되어서도 “너만 입금 안 했어”, “오늘까지 안 보내면 30만원이다? 당연히 이자 받아야지~”, “우리 회사에 신용불량자가 있었네? 신고할까?”라며 B가 압박하자, 결국 A는 급한 대로 친한 친구에게 돈을 빌려 B에게 돈을 보내주었습니다.
돈을 보내주고 나서야 한 숨 돌린 A는 갑자기 억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최대한 아끼며 사느라 아내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에도 그만한 큰돈을 쓰지 못하는데, 남이나 다름없는 팀장의 생일 선물에 20만 원을 내는 것도 아까운데, 그에 더해 빚쟁이 취급을 하며 빚 독촉을 하듯 본인을 재촉하는 B의 행동은 너무 얄밉고 괘씸했습니다. 이후 사정을 알게 된 아내와도 다투게 되자, A는 우울한 나날들을 보내야 했습니다.
결국 A는 돈을 빌려준 친구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게 되었는데, 친구는 그게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냐며 일단 신고해보라고 했고, A는 이내 사내 고충 상담을 신청했습니다.
A의 고충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될 수 있을까요?
<판단>
어떠한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에서 정의하고 있는 직장 내 괴롭힘의 요건을 갖추어야 합니다. 본 사안의 경우에는 그 중에서도 A에 대한 B의 행위가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은 행위인지 여부가 문제가 됩니다.
고용노동부 매뉴얼은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은 것으로 인정되려면 ①그 행위가 사회 통념에 비추어 볼 때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거나 ②업무상 필요성은 인정되더라도 그 행위 양태가 사회 통념에 비추어 볼 때 상당하지 않다고 인정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위 사례에서 B가 팀장의 생일 선물을 사기 위해 돈을 모으는 행위는 업무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행위는 아닐 것입니다. 사적으로 친분이 있는 사람들끼리 팀장의 생일을 맞아 돈을 모아 생일 선물을 사는 것 자체는 사회 통념상 호의적인 관계에서 상호간의 친목 도모를 위해 충분히 있을 수 있고, 이것만으로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은 직장 내 괴롭힘 행위가 성립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사안에서 B의 행위와 같이 팀원들이 모두 모여 있어 실질적으로 거절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유독 A에게 더 많은 돈을 낼 것을 일방적이고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돈을 내지 않자 이에 대해 업무 메신저를 이용해 과도하고 모욕적인 발언과 함께 돈을 내라고 반복적으로 독촉한 행위는 그 행위 양태가 사회 통념에 비추어 볼 때 상당하다거나,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될 수 있다고 보입니다.
한편, 민간 기업 종사자가 아닌 공공기관 종사자의 경우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적용 대상인 '공직자등'은 경조사비나 선물 등에 대하여 그 가액이 정해져 있고, 내부 윤리강령이나 교육 등을 통해 일정하게 규율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와 같은 사례가 공공기관 등에서 발생하였다면 직장 내 괴롭힘 외에도 제재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백준기 행복한일연구소/노무법인 수석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