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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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뿐만 아니라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도 24일 '레고랜드 사태'와 관련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출신인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에게 화살을 돌리면서도, 자당 소속인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책임론도 에둘러 제기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재정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사업을 벌인 전임 최문순 도지사의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지만, 강원도가 채무이행을 할 수 있음에도 미이행 발표로 불신 키운 데 대해서는 다시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며 김 지사 책임론을 우회적으로 거론했다.

주 원내대표는 "나비의 날개가 태풍을 불러온단 사실을 명심하고 모든 일을 신중하게 처리했으면 좋겠다"며 "이젠 우리가 집권하면 결과의 나쁜 것도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번 사태가 민심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음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유승민 전 의원도 전날 밤 페이스북에 "강원도지사의 말 한마디에 채권시장이 마비되고 금융시장에 공포가 덮쳤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의 재정규율에 대한 원칙을 정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지사는 지난달 28일 레고랜드 테마파크 조성을 위해 발행한 2050억원 규모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대한 지급보증 철회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채권시장이 빠르게 경색되는 등 금융시장 불안이 번지자 지난 21일 다시 채무를 상환하겠다며 사실상 입장을 번복했다. 23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정부는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가동하기로 하는 등 시장 안정 방안을 발표하며 진화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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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에서도 김 지사의 정치적 결정이 금융 시장을 흔들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지사가 채무불이행을 하겠다고 해서 경제 위기 자금 경색에 기름을 부었다"며 "경제관념이 없는 것인지, 정쟁을 위해서라면 경제 정도는 얼마 정도 희생시킬 수 있다는 태도인지 납득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도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시중에 자금이 마른 와중에 강원도가 레고랜드 지급보증을 거부해 사실상 위기에 불을 당기는 뇌관 역할을 했다"며 "정부가 위기상황을 방치한데 이어 강원도 김진태 지사가 그야말로 경제잡는 선무당 노릇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반도체 인력양성의 대전환! 강원도가 시작합니다' 토론회에서 김진태 강원도지사와 대화하고 있다. /뉴스1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반도체 인력양성의 대전환! 강원도가 시작합니다' 토론회에서 김진태 강원도지사와 대화하고 있다. /뉴스1
김 지사는 이날 오전 지역 기자들과 만나 "이번 일로 본의 아니게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자금 시장에 불필요한 혼란과 오해가 초래돼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야당의 공세에 대해서는 반박했다. 김 지사는 "이재명 대표는 과거 성남시장 시절 모라토리엄(채무이행 유예)을 선언해 금융시장을 충격에 빠트린 적이 있다"며 "반면 강원도는 적어도 모라토리엄과 디폴트 선언을 한 적이 없으며 처음부터 확실히 (채무를)갚겠다고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재명 대표는 이번 레고랜드 보증채무 사태를 이용해 본인이 처한 사법리스크를 희석하려 하지 말라"며 "강원도는 구체적인 변제 계획을 밝혔고 중앙정부도 고강도 대책을 내놓은 만큼 정부, 금융당국와 긴밀하게 협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