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 살 것 5개만 사면 된다"…울고 싶은 파리바게뜨 점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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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화 조짐 보이는 SPC 불매운동
끼임 사망 이어 손가락절단 사고
미숙한 대응에 또 사고…불매운동 확산
가맹점은 매출 줄어 어려움 호소
일각선 "소상공인 죽이는 꼴" 얘기도
끼임 사망 이어 손가락절단 사고
미숙한 대응에 또 사고…불매운동 확산
가맹점은 매출 줄어 어려움 호소
일각선 "소상공인 죽이는 꼴" 얘기도
# 경기도 외곽 지역의 한 편의점. 입고되기 무섭게 팔려나가던 ‘포켓몬빵’이 평소와 달리 쌓이기 시작했다. 점주는 “유통기한이 얼마 안 남아 단골에게 서비스로 하나 내줬더니 ‘불매운동 중이라 안 받겠다’고 거절했다”고 말했다.
# 번화가에 위치한 한 파리바게뜨 매장은 지난 주말 동안 장사를 대부분 공쳤다. 인근 세 곳의 빵집 중 가장 장사가 잘되던 매장이다. 하지만 지난 주말엔 달랐다. 이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모 씨(23)는 “평소 매출의 절반이 빠진 것 같다. 평소처럼 물량을 들여왔는데 사장님이 당황스러워 했다”고 전했다.
‘SPC 불매운동’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SPC그룹 계열사 제빵공장 근로자가 근무 중 사망한 데 이어, 또 다른 계열사 근로자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까지 발생해 엎친 데 덮쳤다. 다소 뒤늦은 경영진 사과 등 후속 대응도 불매운동 움직임을 더 키웠다는 지적이다. 사건 초기 불매운동이 움트기 시작했을 때는 ‘용두사미’를 예측한 이들이 많았지만, 회사의 미숙한 조치에 시간이 지날수록 불매운동 움직임이 더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고 후 SPC그룹 대응도 불매운동 확산의 도화선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SPC그룹은 사고로 숨진 20대 여성근로자 A 씨의 빈소에 상조 지원품으로 빵 두 상자를 전달해 인간적 존중이 없다는 질타를 받았다. 게다가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대국민 사과 및 재발방지 대책’ 발표 직후 또 다시 계열사 직원의 손가락 절단 사고가 발생하면서 입장이 난처하게 됐다.
파리크라상과 SPL 등 SPC 주요 계열사에서 최근 5년 새 산업재해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정의당 이은주 의원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파리크라상과 피비파트너즈, 비알코리아, SPL 등 SPC 계열사 4곳에서 산재 피해를 당한 사람은 2017년 4명에서 2021년 147명으로 늘었다. 올해 9월 기준으로도 115명의 재해자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SPC를 거래처로 둔 경우 이 사실이 알려질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라면서 “사실 시중 제과·제빵 관련 상품 중 SPC와 거래하지 않는 기업이 드물 정도”라고 했다. 이어 “불매운동 타깃이 된다 해도 당장 거래처를 바꾸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SNS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세대 간 벽도 허물어졌다. 사회 참여에 적극적인 20~40대가 불매운동 초기부터 합류했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10대 청소년이나 50~60대 중장년층까지 세대를 막론하고 불매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대학생 딸을 둔 양모 씨(61)는 “딸이 뉴스를 본 후 SPC 제품은 피해야 한다면서 SNS에서 본 불매 리스트를 카톡으로 공유해줬다”고 했다.
파리바게뜨나 베스킨라빈스 등을 불매하면 결국 가맹점주의 매출만 떨어진다는 것이다. 파리바게뜨 가맹점주 협의회는 앞서 낸 입장문에서 “이런 분노가 생업을 이어가는 일반 가맹점들에게는 큰 고통”이라며 “본사에 이번 사고에 대한 철저한 원인분석과 그에 따른 책임자 처벌, 안전경영강화 계획의 충실한 이행을 촉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장에서 불매운동 하는 소비자를 직접 접하는 건 주로 가맹점주”라면서 “기업도 국내외 평판이나 이미지가 추락하면서 막대한 손해를 입겠지만 가맹점주는 고객이 줄면서 폐업 등 생계를 위협받는 2차 피해를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SPC그룹은 가맹점 피해 보상과 관련해 점주들과 대화를 이어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은 가맹점주들과 만나 지난 20일부터 식빵, 단팥빵 등 완제품에 한해 반품 처리하기로 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 번화가에 위치한 한 파리바게뜨 매장은 지난 주말 동안 장사를 대부분 공쳤다. 인근 세 곳의 빵집 중 가장 장사가 잘되던 매장이다. 하지만 지난 주말엔 달랐다. 이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모 씨(23)는 “평소 매출의 절반이 빠진 것 같다. 평소처럼 물량을 들여왔는데 사장님이 당황스러워 했다”고 전했다.
‘SPC 불매운동’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SPC그룹 계열사 제빵공장 근로자가 근무 중 사망한 데 이어, 또 다른 계열사 근로자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까지 발생해 엎친 데 덮쳤다. 다소 뒤늦은 경영진 사과 등 후속 대응도 불매운동 움직임을 더 키웠다는 지적이다. 사건 초기 불매운동이 움트기 시작했을 때는 ‘용두사미’를 예측한 이들이 많았지만, 회사의 미숙한 조치에 시간이 지날수록 불매운동 움직임이 더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000여 가맹점 불매운동 영향권
24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SPC 불매’ ‘#SPC 불매운동’ ‘#멈춰라 SPC’ 등의 해시태그를 단 불매운동 관련 글이 여럿 올라오고 있다. 이들은 “또 다른 근로자가 다쳤다. 더는 누군가의 희생으로 만든 물건을 소비하고 싶지 않다” “피로 만든 제품을 먹지 않겠다”며 SPC그룹 계열사 브랜드 리스트를 공유했다. 파리바게뜨 가맹점주협의회에 따르면 현재 이 브랜드의 가맹점들은 평소 대비 20~30%가량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SPC가 운영하는 파리바게뜨 단일 매장만 전국 3420여개(2019년 기준)에 달한다.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던킨, 삼립, 파리크라상, 샤니, 쉐이크쉑, 라그릴리아 등 각종 SPC 계열 업종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불매 리스트’에 오른 점을 감안하면 6000여 곳의 가맹점들이 불매운동에 따른 매출 감소 여파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사고 후 SPC그룹 대응도 불매운동 확산의 도화선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SPC그룹은 사고로 숨진 20대 여성근로자 A 씨의 빈소에 상조 지원품으로 빵 두 상자를 전달해 인간적 존중이 없다는 질타를 받았다. 게다가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대국민 사과 및 재발방지 대책’ 발표 직후 또 다시 계열사 직원의 손가락 절단 사고가 발생하면서 입장이 난처하게 됐다.
파리크라상과 SPL 등 SPC 주요 계열사에서 최근 5년 새 산업재해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정의당 이은주 의원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파리크라상과 피비파트너즈, 비알코리아, SPL 등 SPC 계열사 4곳에서 산재 피해를 당한 사람은 2017년 4명에서 2021년 147명으로 늘었다. 올해 9월 기준으로도 115명의 재해자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10개 살 것 4~5개만 사면 된다"
이번 SPC 불매운동의 가장 큰 특징은 장기화에 대한 의지가 분명하다는 점. 무조건 SPC 제품을 사면 안 된다는 차원을 넘어섰다. 누리꾼들은 “SPC 제품을 무조건 피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불매운동이 오래 못갈 것”이라며 “평소 10개 사던 것을 4~5개만 산다고 생각해도 충분하다. 그런 움직임이 계속되면 결국 기업은 타격을 입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SPC 계열사로부터 물건을 납품받는 브랜드까지 불매운동 하자는 분위기도 조성되고 있다. 일례로 편의점 PB상품 가운데 빵, 샐러드, 샌드위치 등 SPC 제조상품이 적지 않다. SPC가 만든 빵을 사용하는 햄버거, 샌드위치 매장은 이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햄버거 프랜차이즈 본사에는 SPC 제품을 사용하냐는 고객 문의가 쏟아졌다.한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SPC를 거래처로 둔 경우 이 사실이 알려질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라면서 “사실 시중 제과·제빵 관련 상품 중 SPC와 거래하지 않는 기업이 드물 정도”라고 했다. 이어 “불매운동 타깃이 된다 해도 당장 거래처를 바꾸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SNS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세대 간 벽도 허물어졌다. 사회 참여에 적극적인 20~40대가 불매운동 초기부터 합류했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10대 청소년이나 50~60대 중장년층까지 세대를 막론하고 불매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대학생 딸을 둔 양모 씨(61)는 “딸이 뉴스를 본 후 SPC 제품은 피해야 한다면서 SNS에서 본 불매 리스트를 카톡으로 공유해줬다”고 했다.
울고 싶은 가맹점주들 어쩌나
불매운동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지만 일각에선 “결국 피해를 보는 건 애꿎은 가맹점주”라며 소상공인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파리바게뜨나 베스킨라빈스 등을 불매하면 결국 가맹점주의 매출만 떨어진다는 것이다. 파리바게뜨 가맹점주 협의회는 앞서 낸 입장문에서 “이런 분노가 생업을 이어가는 일반 가맹점들에게는 큰 고통”이라며 “본사에 이번 사고에 대한 철저한 원인분석과 그에 따른 책임자 처벌, 안전경영강화 계획의 충실한 이행을 촉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장에서 불매운동 하는 소비자를 직접 접하는 건 주로 가맹점주”라면서 “기업도 국내외 평판이나 이미지가 추락하면서 막대한 손해를 입겠지만 가맹점주는 고객이 줄면서 폐업 등 생계를 위협받는 2차 피해를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SPC그룹은 가맹점 피해 보상과 관련해 점주들과 대화를 이어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은 가맹점주들과 만나 지난 20일부터 식빵, 단팥빵 등 완제품에 한해 반품 처리하기로 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