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친정권파' 노동자들 동참에 이란 정부 부담 커져"
이란 반정부 시위에 교사·철강석유 노동자들 가세
'히잡 의문사'로 촉발된 이란 반정부 시위에 다양한 직군의 노동자들이 가세해 시위에 새로운 동력이 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이란 교사들은 당국의 강경 진압에 시위 도중 수많은 학생이 죽거나 투옥되는 것에 항의하면서 이틀간의 파업에 들어갔다.

서부 쿠르디스탄주 도시 사케즈의 한 학교에서는 교사들이 농성을 벌이며 "감옥은 학생과 교사가 갈 곳이 아니다"고 적힌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사케즈는 지난달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가 경찰에 체포된 후 의문사한 쿠르드계 이란인 마흐사 아미니(22)의 고향이다.

이번 파업을 이끈 이란 교사 노동조합은 텔레그램 채널에 이란 전역에서 교사들이 학교의 빈 교실에서 이런 글귀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있는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WSJ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이들 교사가 임금 인상을 주로 요구해왔으나 아미니 사망 사건 이후로는 더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이번 반정부 시위 도중 사망한 미성년자는 최소 23명이다.

이란의 에너지 산업 노동자도 반정부 움직임에 가세했다.

지난주 페르시아만 연안 부셰르주 아살루예에서는 석유와 천연가스 업계 노동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독재자에게 죽음을"과 같은 반정부 구호를 외쳤다.

이는 히잡 의문사를 규탄하며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시위에서 쓰이고 있는 구호다.

22일 서부 동아제르바이잔주 타브리즈에서도 노동자들이 한 초콜릿 공장 앞에 집결해 이 같은 반정부 구호를 외쳤다.

이란 노동자 자유 연맹에 따르면 이란 남부에 있는 철강 산업단지 한 곳과 이라크 접경 지역의 한 사탕수수 공장에서도 파업이 벌어졌다.

이번 노동자 시위가 장기전이 될 경우 아미니 의문사와 관련 시위 유혈 진압으로 이미 거센 비판을 받고 있는 이란 정부가 큰 압박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수도 테헤란의 한 기업 컨설턴트 무스타파 파크자드는 이들 노동자가 그동안 친정권적인 계층이었다는 점에서 이들의 동참이 반정부 시위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간 신앙심 깊고 체제 순응적이었던 이들이 이번과 같은 반정부 시위를 이어가면 이란 수뇌부로서는 더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WSJ은 일용근로자나 공무원 등 사회를 유지하는 핵심 인력까지 이 같은 파업에 동참하면 이란 경제에 실질적 타격이 가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