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달러 유입 가로막는 외국인 등록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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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석 뉴욕 특파원
“남는 달러가 좀 있는데 원화로 바꿔 한국 주식을 좀 사면 어떨까?”
미국 뉴욕에 사는 재외 동포들이 종종 물어오는 말이다. 달러 강세로 원화 가치가 급락하고 한국 증시도 크게 내린 데 따른 것이다. 사실 달러로 한국에 투자하기엔 좋은 시기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달러는 2000년대 초반과 1980년대 중반에 기록한 정점 수준에 달했다. 뭔가 위기가 터지지 않는다면 지금이 고점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또 코스피200의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은 각각 8.30배, 0.83배(10월 20일 기준)까지 떨어져 미 증시에 비하면 ‘바겐세일’ 수준이다.
금융당국이 운용하는 ‘외국인 투자등록(ID) 제도’ 때문이다. 외국인 취득 한도 관리 및 거래 동향 파악을 위해 인적 사항을 금융감독원에 사전 등록하는 제도다. 시민권자인 미국 동포가 국내 주식을 사려면 한국 증권사와 ‘상임대리인 계약’을 맺은 뒤 여권이나 시민권증명서, 제한세율적용신청서, 일반투자자정보확인서를 금융감독원에 내야 한다. 그러면 1주일 정도 걸려 외국인 ID를 발급받을 수 있고, 그 이후 증권사 계좌 개설이 가능하다. 그리고 개별 주식을 사고팔 때마다 건별로 금융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이렇게 성가시다 보니 1992년 이후 운용해온 이 제도에 등록한 외국인이 작년 말 기준 5만1185명(기관투자가 포함)에 그친다.
외국인 ID 제도는 한국 증시가 MSCI선진국지수에 편입되지 못하는 이유의 하나로도 꼽힌다. 여러 개 펀드를 운용하는 외국 기관투자가가 한국에 투자하려면 펀드별로 외국인 ID를 받아야 한다. MSCI가 여러 차례 문제를 지적하자 2016년 기관투자가별로 통합계좌(옴니버스 계좌)를 허용했지만 매매 내역 신고 등 후선업무는 여전히 펀드별로 처리해야 한다.
외국인의 유가증권시장 내 시가총액 비중은 지난달 22일 30.38%까지 떨어져 10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한국 주식의 매력이 떨어진 게 가장 큰 원인이겠지만, 투자를 가로막는 행정편의주의도 한몫을 차지할 것이다. “달러를 바꿔 삼성전자 주식을 사면 어떻겠냐?”고 물었던 한 동포는 다음달 중순 한국에 들어간다. 외국인 ID를 만들려면 그럴 수밖에 없어서다. 모든 동포나 외국인 투자자가 이렇게 한국 투자에 열의를 갖고 있진 않을 것이다.
미국 뉴욕에 사는 재외 동포들이 종종 물어오는 말이다. 달러 강세로 원화 가치가 급락하고 한국 증시도 크게 내린 데 따른 것이다. 사실 달러로 한국에 투자하기엔 좋은 시기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달러는 2000년대 초반과 1980년대 중반에 기록한 정점 수준에 달했다. 뭔가 위기가 터지지 않는다면 지금이 고점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또 코스피200의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은 각각 8.30배, 0.83배(10월 20일 기준)까지 떨어져 미 증시에 비하면 ‘바겐세일’ 수준이다.
'미로' 같은 외국인 ID 제도
2021년 기준 미국엔 263만 명의 재외 동포가 살고 있다. 이들이 ‘귀한’ 달러를 한국에 투자한다면 한국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환율 방어와 주가 하락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한국 정부가 발 벗고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이런 질문에 대한 기자의 대답은 “어렵다”는 것이다. 영주권자나 주재원 등 한국 국적을 가진 이는 문제가 없지만, 미국 동포의 60%가량인 153만 명의 시민권자는 사실상 투자할 길이 막혀 있어서다.금융당국이 운용하는 ‘외국인 투자등록(ID) 제도’ 때문이다. 외국인 취득 한도 관리 및 거래 동향 파악을 위해 인적 사항을 금융감독원에 사전 등록하는 제도다. 시민권자인 미국 동포가 국내 주식을 사려면 한국 증권사와 ‘상임대리인 계약’을 맺은 뒤 여권이나 시민권증명서, 제한세율적용신청서, 일반투자자정보확인서를 금융감독원에 내야 한다. 그러면 1주일 정도 걸려 외국인 ID를 발급받을 수 있고, 그 이후 증권사 계좌 개설이 가능하다. 그리고 개별 주식을 사고팔 때마다 건별로 금융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이렇게 성가시다 보니 1992년 이후 운용해온 이 제도에 등록한 외국인이 작년 말 기준 5만1185명(기관투자가 포함)에 그친다.
한국이 선진시장 아닌 이유
물론 금융당국 입장에서 외국인 투자 한도 관리, 자금 추적(자금세탁 방지) 등은 필요하다. 그러나 이를 내세워 투자를 시작하기도 어렵게 틀어막아 놓은 건 행정편의주의다. 미국은 자금세탁 방지 의무 등을 각 금융사에 맡긴다. 금융사가 스스로 외국인 계좌 개설을 허용할 것인지 판단한다. 비용보다 이익이 크다고 판단한다면 할 수 있도록 열어놓은 것이다.외국인 ID 제도는 한국 증시가 MSCI선진국지수에 편입되지 못하는 이유의 하나로도 꼽힌다. 여러 개 펀드를 운용하는 외국 기관투자가가 한국에 투자하려면 펀드별로 외국인 ID를 받아야 한다. MSCI가 여러 차례 문제를 지적하자 2016년 기관투자가별로 통합계좌(옴니버스 계좌)를 허용했지만 매매 내역 신고 등 후선업무는 여전히 펀드별로 처리해야 한다.
외국인의 유가증권시장 내 시가총액 비중은 지난달 22일 30.38%까지 떨어져 10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한국 주식의 매력이 떨어진 게 가장 큰 원인이겠지만, 투자를 가로막는 행정편의주의도 한몫을 차지할 것이다. “달러를 바꿔 삼성전자 주식을 사면 어떻겠냐?”고 물었던 한 동포는 다음달 중순 한국에 들어간다. 외국인 ID를 만들려면 그럴 수밖에 없어서다. 모든 동포나 외국인 투자자가 이렇게 한국 투자에 열의를 갖고 있진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