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상선 한 척이 어제 새벽 서해 백령도 서북방 일대에서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온 뒤 우리 군의 경고 사격을 받고 돌아가는 일이 발생했다. 미사일 발사, 군사분계선(MDL) 근접 위협 비행 등에 이어 NLL 침범까지 북한의 도발이 전방위적으로 일어나는 비상 상황이다. 우리 군은 북한 상선이 경고 통신에도 항로를 변경하지 않고 NLL을 넘어오자 2차에 걸쳐 20발의 기관총 경고 사격을 했고, 공군 전투기도 출격시키면서 일촉즉발 상황까지 치달았다.

북한은 우리 함정이 NLL을 넘었다고 하나 적반하장이다. 상선 침범과 퇴각, 포 사격 등의 과정을 보면 북한이 NLL 무력화와 추가 도발을 위해 의도적으로 기획한 것이 분명하다. 어선도 아닌 상선이 새벽 시간 NLL 이남을 향한 것 자체가 비상식적이다. 경고에도 불구하고 40분에 걸쳐 NLL 이남 3.3㎞까지 내려온 것은 북한 군의 사전 승인이 없다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군함이 아니라 상선을 보낸 것은 군사 도발을 위장하고 우리 군의 대응을 유도해 책임을 떠넘기며 충돌의 빌미를 만들려는 술책이다. 우리 군이 퇴거 작전에 들어가자 북한이 기다렸다는 듯 방사포 10발을 해상완충구역으로 발사해 ‘9·19 남북군사합의’를 또 위반한 데 이어 군 총사령부 명의의 성명을 발표하는 등 일사천리로 대응한 것을 보면 이런 계략이 잘 드러난다.

그런 점에서 특히 경계해야 할 것은 북한이 NLL에서의 긴장 유발을 더 큰 도발을 위한 명분쌓기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북한이 총사령부 성명에서 이미 오래전 중단됐고 이번 사태와 아무 관련이 없는 ‘확성기 도발’을 남측이 하고 있다고 억지를 쓴 것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9·19 합의와 무관한 한국군과 주한 미군 훈련 등을 꼬투리 삼아 이달 들어 9차례 합의를 위반하는 도발을 자행했다. 지금은 북한이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을 일으켰을 때 상황과도 비슷하다. 우리의 방어용 훈련 등을 트집 잡아 기습 도발을 일으켜 수많은 장병과 민간인이 희생됐다. 북한은 2015년 목함 지뢰 폭발과 같은 ‘성동격서’식 도발을 자행할지도 모른다. 이제 국지적 도발이라도 그냥 넘어갈 것이 아니라 단호하게 대응할 수 있는 만반의 대비 태세를 갖춰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