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기간 2년 등 고려"…한국GM 측 "산업 표준 따랐다" 주장
'1천700명 불법파견' 한국GM 前사장 징역 1년6개월 구형(종합)
검찰이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 1천700여명을 불법 파견받은 혐의로 기소한 카허 카젬(52) 전 한국지엠(GM) 대표이사 사장에게 실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24일 인천지법 형사2단독 곽경평 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한 카젬 전 사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검찰은 또 카젬 전 사장과 같은 혐의로 기소한 한국GM 전·현직 임원 4명에게는 징역 10개월을, 협력업체 운영자 13명에게는 최대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 최저 벌금 500만원을 구형했다.

아울러 한국GM 법인에는 벌금 3천만원을 구형했다.

검찰 관계자는 "사건 범행 기간이 2년 이상이고 범위가 24개사 1천719명이라 사안이 간단하지 않다"며 "(피고인들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카젬 전 사장 등 한국GM 전·현직 임원의 변호인은 최후 변론에서 "한국GM의 도급 형태는 현대적인 자동차 산업 표준을 따른 것으로 관계기관도 적법한 도급 형태라고 판단했다"며 "이번 기회에 사법부에서 '파견'의 합리적인 기준을 제시해 예측 가능한 경영이 가능하게 해주길 요청한다"고 설명했다.

또 카젬 전 사장과 관련해 "지금 상하이에 부임해 이번 사건에서 징역형 유죄 판결이 나온다면 미국 등 특정 국가 출입 시 정상적인 업무가 어려워 글로벌 기업 임원으로 큰 불이익을 받게 된다"며 "상당 기간 중국에서 근무하려면 비자나 고용 허가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데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GM과 중국 상하이자동차(SAIC)의 합작사인 SAIC-GM의 총괄 부사장을 맡은 카젬 전 사장은 이날 재판에는 나오지 않았으나 선고 공판 때는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변호인을 통해 밝혔다
한국GM의 한 전직 임원은 "청춘을 바쳐서 생산 부문에서 근무하고 마지막에 명예롭게 퇴직했다고 생각했는데 법정에 다시 서게 돼 착잡한 심정"이라며 "생산시설 운영 방식은 고용노동청이나 검찰이 적법하다고 판단했고 전문가인 회사 노무·법무 부문도 문제가 없다고 해서 위법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황호인 전 금속노조 한국GM 부평비정규직지회장은 이날 발언 기회를 얻어서 "(한국GM의) 불법파견은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사실로 인정됐고 현장에 가보면 불법 파견된 노동자가 지휘를 받고 일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법정에서 논쟁을 벌이는 2년 동안 계속해 비정규직 노동자가 해고됐고 부평공장에서 또 많은 노동자가 잘려 나갈 예정"이라며 "한국GM은 노사관계를 구축한다고 하는데 전혀 그렇게 안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젬 전 사장 등 한국GM 임원 5명은 2017년 9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한국GM 인천 부평·경남 창원·전북 군산공장에서 24개 협력업체로부터 근로자 1천719명을 불법 파견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은 한국GM 3개 공장에서 관련 법상 파견이 금지된 자동차 차체 제작, 도장, 조립 등 '직접 생산 공정' 업무를 맡았다.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에 따르면 근로자 파견은 제조업의 직접 생산공정 업무를 제외하고 전문지식이나 업무 성질 등을 고려해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업무에 한해 가능하다.

이를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받는다.

고용노동부는 2018년 1월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 비정규직지회가 불법 파견을 주장하며 한국GM을 고발함에 따라 수사에 착수했고, 검찰은 2019년 12월 카젬 전 사장 등이 송치되자 보강 수사를 벌여 2020년 7월 기소했다.

카젬 전 사장 등의 선고 공판은 내년 1월 9일 오후에 있을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