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기업 선언한 픽사…"동물 털 한올까지 완벽 구현"
픽사가 3차원(3D) 가상현실 세계를 구현하는 ‘메타버스’ 기술 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하고 나섰다. 글로벌 애니메이션 제작사의 색다른 변신이다. 주 활동 무대인 영화와 게임을 넘어 제조·건축 분야에서 ‘디지털 트윈’(가상모형)을 구축하기 위해 엔비디아 등 다른 기업과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변화의 중심엔 픽사가 개발한 3D 영상 제작 도구 플랫폼 ‘유니버설 신 디스크립션(USD)’이 있다.

USD 사업을 이끄는 메이 스티브 픽사 최고기술책임자(CTO·사진)는 지난 1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전체 장면이 복잡해져도 동물의 털 한 올까지 구현하고, 캐릭터 역시 수천 가지 포즈와 표정을 지을 수 있을 정도로 USD 기능을 끌어올릴 것”이라며 “디지털 트윈 영역에서도 USD가 메타버스 모델링 방식의 표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티브 CTO는 최근 픽사가 개발한 모든 애니메이션에 USD가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특징은 재사용성이다. 픽사의 USD는 가상세계의 3D 구조물을 마치 블록처럼 떼낸 뒤 다른 곳에서 다시 쓸 수 있다. 그는 “한 영화에서 활용한 컴퓨터그래픽(CG) 구성물을 다른 영화에서 활용할 수 있게 됐다”며 “플랫폼에도 구애받지 않아 영화 제작에 쓰인 장면을 가상현실(VR) 게임 요소로도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은 더욱 정교해졌다. 2020년 개봉한 픽사 히트작 ‘소울’이 대표적이다. 아카데미상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받은 이 작품에선 주인공 조 가드너가 영혼이 돼 인생의 핵심 가치를 배워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뉴욕 거리가 작품의 중심 배경인데 마치 살아있는 듯한 나뭇잎과 세밀한 건물의 구현 등으로 호평받았다. 스티브 CTO는 “뉴욕시 장면은 과거 제작한 배경 영상보다 100배 더 정교했다”며 “10년 전쯤엔 시도조차 못한 수준인데 필요한 데이터만 불러와 작업하면서 효율성을 높였다”고 했다.

USD는 제조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엔비디아는 대규모 디지털 트윈 구현을 위해 USD를 자사 3D 협업 플랫폼인 ‘엔비디아 옴니버스’에 연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스티브 CTO는 “픽사는 그동안 기술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해왔고, 다가올 메타버스 시대에도 최고 수준의 기술력으로 입지를 다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