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리더의 시각
우현철 플레인바닐라 이사


연말이 가까워지면 한국 구조화 채권 시장은 재미있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주요 투자기관인 기금, 펀드 등의 평가시즌이 다가오고, 발행을 담당하는 증권사 역시 1년간의 손익을 마무리하고 운용북(Book)을 닫는 시기가 다가오게 됩니다. 시장에서 채권 매수주체가 적어지고, 반대로 일반기업들은 자금 수요가 늘어납니다. 이러한 수급의 차이는 채권금리를 일시적(계절적)으로 뛰게 합니다. 이 때 재빠른 증권사 PB들은 계절적 요인으로 뛴 금리를 활용하여, 개인투자자들에게 만기가 짧은 전단채를 추천하기도 합니다.

강원도발 나비의 날개짓이 채권 시장을 흔들고

최근 채권시장 전반은 경기침체와 통화긴축으로 인한 글로벌 매크로 환경이 녹녹하지 않은 가운데 기준금리는 올라가면서 어려운 국면을 맞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국내 여전채/은행채와 안심전환대출 등의 MBS 등의 수급부담이 겹쳐 있던 와중입니다.

이러한 매크로 환경 악화와 계절적 요인 수급문제 마저 있던 채권시장에 강원도발 이벤트가 더해집니다. 지난 9월 28일 강원도가 지급하기로 보증되었던, 강원중도개발공사의 대출채권 2,050억원의 ABCP 상환이 미이행이 그것입니다. 강원도발 지급거절의 나비의 날개짓이 어려운 기업어음과 구조화채권 시장에서 큰 바람으로 작용하게 되면서, PF(프로젝트파이낸싱)과 부동산을 기초로한 자금조달 여건이 급격히 악화되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이는 불안한 채권시장에 크레딧 트리거를 당깁니다. 지난 17일 한전채(AAA) 2년물과 3년물이 각 5.75%, 5.9%금리를 제시하면서 발행을 시도했지만, 총 4천억원 발행에 1,200억원이 유찰되는 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민간기업으로는 최고 신용등급의 중기물이 6%에 가까운 이율을 제시했음에도 모두 소화되지 않은 것입니다. 아무리 시장환경이 좋지 않다지만, 불안이 불안을 낳는 사태로 번지 됩니다.

개인들은 금리가 올랐다고 예금만 하는 시대

기업어음 시장과는 다른 논리이기는 하지만, 금리가 오르는 것은 채권금리 뿐만이 아닙니다. 시중은행 예금금리 역시 꾸준히 올라 우대금리 기준 3년 예금금리 5%를 주는 은행도 나오고 있습니다. 여기에 저축은행이나 지방은행은 이미 6%대 예금을 속속 내놓고 있는 상황입니다.

주식시장 등의 자금시장이 불안한 가운데, 안전한 예금금리가 높아지다 보니 머니무브가 한창입니다. 지난 18일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8월 M2통화의 평균잔액은 3,744조 1,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약 7.2%의 증가를 나타냈으며, 이 중 만기 2년 미만 예적금이 약 34조 늘어나면서, 2001년 집계이래 가장 큰 월증가액을 기록하였습니다.

상장리츠들의 배당률은 연 8%가 넘는 종목 늘어

금리가 오르고 주식시장이 불안하면서, 높은 배당의 리츠시장 역시 매물에 쓸려나가는 움직임이지나는 중입니다.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속도가 빨라지고, 부동산 시장이 경색되는 조짐에 따라 한국 상장리츠시장은 지난 6월과 9월에 두 차례 큰 폭의 하락을 겪었습니다. 자산을 담보로 받은 대출의 상환이 향 후 이자부담으로 돌아오고, 신규자산의 편입이 막힘에 따라, 리츠의 배당여력 감소에 대한 우려에 따른 움직임 이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거시적 요인에 더하여 채권시장의 경색이 또 한차례 리츠시장의 급락을 가져오고 있습니다. 일부 채권혼합형 펀드와 사모펀드, 기관 등에서 리츠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해당 펀드와 기관은 PF나 부동산기초 채권을 펀드에 편입하고 있던 와중, 이들 채권의 유통이 어려워진 가운데, 펀드환매가 들어오면서 유동성이 있는 한국리츠를 먼저 매도하면서 나타난 현상입니다.

국내 상장리츠 시장은 약 7조원 규모로 유동성이 높지 않은 가운데, 이들 펀드와 증권사 북(Book)에 있던 리츠의 매도가 나오면서 시장가치와 상관없이 모두 급락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입니다. 강원도발 채권에서 발생한 작은 날개짓이 돌아돌아 리츠시장 폭풍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주요 상장리츠 시가배당수익률 추정] 출처 : 플레인바닐라, 각사 공시
[마켓PRO] 배당률 8% 넘는 리츠 속출…연금테크에 활용할만
3년짜리 예금? 아니면, 8%짜리 부동산기초 영구채?

한국 상장 리츠의 수급악화로 배당이 연 8%가 넘는 종목이 늘어났습니다. 벨기에 연방정부를 임차인으로 하면서, 브뤼셀의 트로피급 오피스 건물을 보유한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연 9.7%의 배당이 기대 가능합니다. 가장 예상배당률이 낮은 리츠인 신한알파리츠의 경우에도 연 5.7%가 기대됩니다.

리츠에 대하여 배당률만 보고 접근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시장환경이라는 투자자들도 있습니다. 앞으로 금리는 계속 오를 것이며,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은 와중에 자산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논거를 얘기합니다.

1년~2년을 두고 투자하는 관점에서는 이런 논거에 동의합니다. 이에, 그나마 K리츠를 투자하신다면 종목선별에 있어 임대료를 높일 수 있는 여력을 보유한 종목으로 접근하고, 조달금리 상승으로 배당이 줄어들 종목은 피하며, 유상증자 등의 이슈가 있을 종목은 당분간 거리를 둘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좀 더 긴 투자관점에서 몇 가지 질문을 던져 봅니다. ‘연 6%짜리 3년만기 예금은 3년 뒤에 다시 해당금리로 가입이 가능할지?’, ‘리츠는 부동산을 기초로 한 종목인데 일반기업의 부도 같은 이슈로 접근하는 것이 맞는지? (특히 주요권역 오피스 리츠의 경우)’, ‘앞으로 인플레가 지속된다는데, 임대료 상승은 결국 리츠의 배당여력 증가와 이어지지 않을런지?’

위의 질문에 대한 답은, ‘그렇기 때문에 수급으로 속락한 지금이 장기적으로 한국 리츠를 모아갈 적기이다’입니다. 실물 자산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것은 둘째 치고, 배당의 절대적인 매력수준에서 좋은 투자처입니다. 기존에 채권이나 예금의 금리가 올라 리츠대비 매력이 올랐으나, 최근 수급에 따른 리츠시세 급락으로 다시 리츠의 배당매력이 올랐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좀 더 장기적으로 보는 투자자의 경우 지금 한국 상장리츠를 배당은 물론 자본차익까지 기대하면서 접근해 볼만하다는 생각입니다. 단기 투자가 불안하다면, 연금계좌에서 영구채같이 활용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제 개인연금 뿐 아니라 퇴직연금에서도 개별리츠를 투자할 수 있는 시대가 됩니다. 연 8% 영구채를 연금에서 장기로 투자한다면 충분히 매력 있지 않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