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SAC 오페라 갈라, '3日 3色' 특별 갈라…"장형준표 오페라 산뜻한 첫발"
유명 아리아와 합창의 향연부터 ‘모차르트 3대 오페라’를 한자리에서 즐기는 재미, 이탈리아 오페라들의 극적 감동까지….

지난 21~23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2022 예술의전당(SAC) 오페라 갈라’는 참신한 프로그램과 수준 높은 공연으로 오페라의 다채로운 매력을 청중에게 선사했다. ‘SAC 오페라 갈라’는 장형준 예술의전당 사장(사진)이 지난 6월 취임 후 처음 선보인 기획·제작 공연이다.

장 사장은 지난달 말 오페라극장을 연중 4~5개월 동안 뮤지컬 공연에 대관해온 관행에서 탈피해 오페라·발레 전용 공간이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극장으로 거듭나게 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이런 비전을 실행하기 위해 고품격의 오페라 공연을 자체 제작해 올리겠다는 운영 방침도 밝혔다. 장 사장이 “새 비전의 선포식 같은 공연”이라고 표현한 이번 갈라 공연에서 보여준 예술의전당의 기획력과 제작 능력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프로그램부터 신선하고 독특했다. ‘3일(日) 3색(色)’이라고 할 만큼 매일 전혀 다른 콘셉트의 공연을 선보였다. 첫날(21일)에는 일반적인 갈라 공연 형식으로 ‘카르멘’ ‘라 보엠’ ‘투란도트’ ‘나부코’ 등에 나오는 유명 아리아와 중창, 합창곡, 관현악곡 등을 들려줬다. 둘째날(22일)에는 모차르트의 3대 오페라로 꼽히는 ‘마술피리’ ‘돈 조반니’ ‘피가로의 결혼’의 주요 장면을 상연했고, 마지막 날(23일)에는 푸치니의 ‘토스카’ 2막, 베르디의 ‘리골레토’ 3막,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주요 장면 등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이탈리아 오페라 세 편에서 가장 극적이면서도 ‘대표 아리아’가 나오는 장면을 재현했다.

공들인 무대였다. 특히 22, 23일에는 단 하루만 작품의 일부를 보여주는 갈라 공연임에도 무대 연출과 성악가들의 가창과 연기, 오케스트라 연주 등 오페라를 구성하는 모든 면에서 ‘전막 공연’ 못지않은 종합예술무대를 구현했다. 오페라 연출가 정선영은 전편에 걸쳐 8개의 직육면체 기둥과 몇몇 소품에 조명과 영상을 입히는 방식으로 현대적이고 감각적인 무대를 연출했다. 22일 ‘돈 조반니’ 피날레에서 거대한 기둥들을 이동시켜 돈 조반니를 지옥에 빠뜨리는 장면과 23일 ‘토스카’ 2막에서 기둥 사이에 걸린 대형 커튼의 색상과 밝기 변화로 주인공의 마음을 표현하는 연출 등은 압권이었다.

이번 갈라 무대에 오른 서선영, 황수미, 사무엘 윤 등 한국 최고의 성악가들은 빼어난 가창과 몰입도 높은 연기로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소프라노 황수미는 22일 파미나, 돈나 안나, 수잔나 등 개성 강한 모차르트 오페라 여주인공 3인 역을 능수능란하게 소화하며 무대를 이끌었다.

23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투리두 역을 맡은 테너 백석종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이번 공연을 통해 국내 오페라 무대에 데뷔한 그는 지난 6월 런던 로열오페라하우스에서 세계적인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을 대신해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에 출연해 호평받은 기대주다. 이번 공연에서도 감성적인 목소리와 풍부한 표현력으로 투리두의 아리아 ‘어머니, 이 술은 독하군요’를 열창해 큰 호응을 받았다.

오케스트라 연주도 무대와 빈틈없는 조화를 이루며 공연의 완성도를 높였다. 21, 23일 오케스트라 연주는 국내 정상급 오케스트라인 KBS교향악단(도시유키 가미오카 지휘), 22일은 모차르트에 정통한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게르트 헤르클로츠 지휘)가 맡았다.

갈라 무대에서 보여준 공연은 예술의전당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제작하는 ‘전막 오페라’ 공연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예술의전당은 내년 8월 ‘투란도트’를 시작으로 10월 ‘노르마’. 2024년 ‘오텔로’ 등을 ‘그랜드 오페라 시리즈’란 이름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