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바젤 파리가 열린 ‘그랑팔레 에페메르’의 레스토랑.
아트바젤 파리가 열린 ‘그랑팔레 에페메르’의 레스토랑.
아트페어의 원조는 1913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아모리쇼’다. 이후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갔고, 이제 수없이 많은 아트페어가 전 세계에서 열린다.

원래 아트페어의 취지는 수집가들에게 ‘원스톱 쇼핑’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갤러리가 주목하지 않은 신진 작가를 발굴하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었다. 하지만 이런 취지는 시간이 지나면서 퇴색했다. “어느 아트페어에 가나 똑같은 갤러리의 똑같은 작가들 작품만 걸려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23일(현지시간) 폐막한 ‘아트바젤 파리’는 달랐다. 세계 최대 아트페어를 운영해온 경험을 살려 파리 데뷔전의 양과 질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전 세계 주요 갤러리는 물론 파리의 자그마한 갤러리들도 품었다.

그 덕분에 볼거리가 넘쳤다. 파블로 피카소, 호안 미로 등 거장들의 작품과 아트페어에서 잘 공개되지 않는 건축가 르코르뷔지에의 회화 작품, 극사실주의 조각가 듀안 핸슨의 ‘포토그래퍼’, 론 뮤익의 ‘쇼핑백을 든 여인’ 등이 그랬다.

대형 갤러리들은 VIP 개막 첫날 간판 작품을 대부분 팔아치웠다. 데이비드 즈위너 갤러리는 첫날에만 아홉 점의 그림을 팔아 1100만달러(약 15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조안 미첼의 ‘보더’(1989·450만달러)와 로버트 라이먼의 ‘무제’(1963·300만달러)가 새 주인을 찾았다. 하우저 앤드 워스는 조지 콘도의 신작 ‘더 드림’(2022·265만달러) 등을 팔아 700만달러(약 100억원)를 손에 넣었다. 프랑스 대형 갤러리인 카멜 메누아는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1927년 조각 작품 ‘컴포지션’을 275만달러에 판매했다.

1억원 미만 그림도 인기였다. 뉴욕 루링 어거스틴 갤러리는 리처드 레젝, 살만 투어, 콘스탄자 샤프너, 게오르그 바젤리츠 등의 작품을 3만5000~6만달러에 판매했다. 국제갤러리는 하종현의 ‘접합19-78’(2019·40만달러) 등 106만달러어치를 팔았다.

수집가들은 세계적인 갤러리가 내놓은 명화와 중소 갤러리가 발굴한 신진 작가 작품이 어우러진 데 박수를 보냈다. 파리의 유력 컬렉터인 산드라 헤게뒤는 “수집가를 진정한 탐험의 세계로 이끄는 아트페어가 파리에서 열렸다”고 말했다.

파리=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