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유가가 4거래일 만에 하락했다. 중국의 원유 수요 부진과 달러 강세, 경기침체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2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47센트(0.55%) 하락한 배럴당 84.5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3거래일간 상승세를 이어오던 WTI는 이날 소폭 하락했다.

같은 날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12월물 가격은 전장 대비 24센트(0.26%) 떨어진 배럴당 93.26달러에 마감했다.

이날 중국의 경제 지표는 혼조세를 보였다. 중국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9%로 시장 전망치인 3.5%를 웃돌았다. 산업생산도 6.3% 증가해 예상치를 넘어섰다. 하지만 소매판매는 전년 대비 2.5% 증가하는 데 그쳤다. 9월 수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 증가하는 데 그쳐 전달보다 부진했다. 중국의 9월 원유 수입량은 하루 979만배럴로 전년 동기 대비 2%가량 감소했다.

지난 22일 폐막한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통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이 확정된 점도 유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시 주석이 중국의 경제활동을 제약하는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이어갈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중국의 코로나19 방역 규제는 원유 수요를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와 같은 우려로 홍콩 증시는 6% 넘게 폭락하기도 했다. 스톤 엑스 그룹의 해리 알탐 에너지 담당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제로 코로나19 정책은 적어도 내년 봄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WTI가격 추이./사진=오일프라이스닷컴 홈페이지 캡처
WTI가격 추이./사진=오일프라이스닷컴 홈페이지 캡처
달러 강세도 유가를 끌어내리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원유는 통상 달러화로 거래되는데 달러 가치가 오르면 미국 외 다른 국가들의 원유 수입 비용이 올라 수요가 감소하게 된다.

옌스 페더센 단스케은행 수석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에 "미 중앙은행(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앞두고 석유시장이 이번 주 위험 심리에 따라 거래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큰 폭의 기준금리 인상이 결정된다면 달러 가치가 뛰고 이는 유가 하방 압력을 키울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미국 석유업체 리터부시앤드어소시에이츠의 짐 리터부시 회장은 CNBC에 "추가 달러 강세는 WTI 가격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