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천연가스가 2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유럽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연일 치솟던 천연가스가 하락세로 돌아섰다.

2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미국 천연가스 선물은 백만Btu(열량 단위)당 5.784달러를 기록했다. 전장 대비 5.6% 이상 상승하면서 2거래일 연속 폭등세를 기록했다. 반면 이날 런던ICE거래소에서 유럽 천연가스 기준물인 네덜란드 TTF 가스 선물은 MWh당 93.35유로(백만Btu당 27달러)로 내려앉았다. 전장 대비 20% 폭락해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을 죄기 시작한 6월 중순 이후 최저치다.

CNBC에 따르면 미국이 전쟁으로 인해 유럽에 더 많은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출하고 있지만 정작 유럽 주요 항구 터미널에 대기 중인 LNG 선박이 늘고 있다. 유럽 LNG 터미널의 낙후된 인프라 때문이다.
미국에선 뛰고 유럽에선 주저앉은 천연가스 가격…왜? [원자재 포커스]
LNG는 운반을 위해 액체 상태로 만든 천연가스로 항만 인프라에 이를 다시 기화하는 인프라가 필요하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러시아발 송유관을 통해 천연가스를 공급받아온 유럽은 그동안 LNG 항만 인프라를 제대로 유지보수하지 않아 최근 다시 LNG를 수입하기엔 많이 낙후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린트래픽에 따르면 60척 이상의 LNG 유조선이 유럽 북서부와 이베리아 반도를 공회전하면서 떠돌거나 천천히 항해 중이다. 한 척은 수에즈 운하에 아예 정박돼 있고, 8척은 스페인 항구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클리어뷰 에너지 파트너스의 글로벌 석유 및 가스 담당 이사인 자크 루소는 "이로 인해 유럽 가스 저장량은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현재 93%를 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의 가스 저장량이 늘면서 가격을 끌어내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에선 뛰고 유럽에선 주저앉은 천연가스 가격…왜? [원자재 포커스]
한편 글로벌 천연가스 시장에 주요 공급처가 늘어날 전망이다.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오는 27일 해상 경계 획정안에 서명하기로 했다. 이스라엘 야당 의원 등이 양국의 해상 협정 추진을 보류해달라는 청구를 냈지만, 이스라엘 대법원이 이를 최종 기각하면서다. 미국의 중재로 추진된 이번 해상 경계 획정이 마무리되면 공식적으로 전쟁 중인 양국의 해묵은 영유권 분쟁이 일단락된다. 이를 통해 양국 해상 경계에 있는 동지중해 천연가스전 개발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