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군복무 중에도 돈 타갔다"…줄줄 새는 실업급여
실업급여 브로커 A는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취업준비생과 가정주부 등 무직자를 치킨집에 고용한 것으로 피보험자격을 허위로 취득시켰다가 상실 처리하는 방식으로 4년에 걸쳐 실업급여를 부정수급했다.

사업주 B는 소속 근로자 6명에 대해 고의로 고용보험 취득신고를 누락하거나, 고용한 적이 없는 실업자 1명에 대해 실업급여를 받게 해주겠다고 제안해 실업급여를 받게 했다. 부정수급자 중 1명은 이 수법을 참고해 본인의 부인 명의로 개업한 C 사업장에서 근로자 2명의 고용보험 취득신고를 고의로 누락해 실업급여를 수급할 수 있게 하는 등 다양한 수법으로 2년에 걸쳐 합계 1억 4000여만원을 편취했다.
고용노동부가 적발한 실업급여 부정 수급 사례다.

고용노동부는 오는 11월부터 실업급여 부정수급에 대한 특별 점검 기간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25일 밝혔다. 또 11월 특별점검을 포함해 '부정수급 업무 개편방안' 추진해 부정수급 적발에 박차를 가한다.

먼저 11월부터 실업급여 부정수급 의심 9300여 건에 대해 특별점검을 실시한다. 고용부는 법무부, 병무청 등 관계기관과 정보 연계를 통해 부정수급 의심 사례를 선별했다. 해외체류기간 중 수급(1600여건), 의무복무 기간에 수급(4600여건), 간이대지급금 지급기간(3000여건)과 실업인정일이 중복되는 경우 등이다.

부정수급 의심자에 대해선 고용보험수사관이 현장 조사 후 부정행위임이 밝혀지면 행정처분(전액 반환, 5배 이하 추가징수, 지급 제한, 수급 제한) 및 형사처벌(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을 실시할 예정이다.

올해 처음으로 실시한 기획조사에서도 사업주 공모형 부정수급과 브로커 개입 조직형 등의 부정수급을 적발했다.

검·경 합동으로 올해 4월부터 시작한 기획조사 결과, 9월 말 기준 적발 인원은 199명, 적발액은 39억 8500만원에 달한다.

기획조사 실시 이후로 사업주 공모형 부정수급에 대한 적발 금액은 작년 동기 대비(2021년 9월 대비 올해 9월 실적) 3.5배로 올랐고, 5명 이상 대규모 부정수급 적발 금액은 1.8배, 브로커 개입 조직형 부정수급 적발 금액도 2.3배로 올랐다는 게 고용부의 설명이다.

하반기에는고용보험수사관의 증원 인력 14명을 6개 지방청에 2~3명씩 전담자로 배정해 기획 수사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부정수급 신고에 대한 내년도 신고포상금 예산도 증액한다. 올해 19억5000만원의 신고포상금을 내년엔 12억9000만원 오른 32억4000만원으로 증액했다.

실업급여 부정행위 신고자는 부정수급액의 20%를 연간 5백만원 한도(고용안정사업의 경우 30%, 연간 3천만원 한도) 내에서 신고 포상금으로 받게 된다.

고용부는 4대 보험센터 등 관계기관과 고용‧건강‧연금보험 등 10개 정보 연계를 통해 중복수혜 등 부정수급 의심자에 대해 연간 18만 건의 실시간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김성호 고용정책실장은 “11월 부정수급 특별점검 기간 등을 통해 제도를 오·남용하는 사례를 바로잡고, ‘부정수급은 반드시 적발된다’라는 국민적 인식도 제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회에는 반복수급을 개선하는 내용이 담긴 고용보험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1월 제출한 이 개정안에 따르면 5년간 3회 이상 반복 수급한 경우 구직급여가 최대 50%까지 조정된다. 5년간 3회 수급자는 10%, 4회는 25%, 5회는 40%, 6회 이상은 50% 감축하는 식이다. 대기기간도 현재 일괄 1주에서 5년간 3회 수급자 2주, 4회 이상 수급자 4주로 연장 된다.

단기이직자가 다수 발생한 사업장에는 사업주 고용보험료 부담을 0.8%에서 1.0%로 0.2%포인트 인상한다. 다수 발생이란 3년간 전체 수급자 중 12개월 미만 근속 이후 수급자 비중이 90%를 초과하고 3년간 보험료 부과액 대비 수급액이 5배 이상인 사업장을 일컫는다.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반복 수급 문제가 상당히 개선될 것이라는게 고용부의 전망이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