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모멘텀 투자 실패 줄이려면…'이것' 확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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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인터뷰
“힘 있는 매매주체 수급으로 모멘텀 이어질지 가늠”
“이유 없이 주가 크게 움직이는 종목 중에 투자 대상 발굴”
“하락 베팅 많이 쌓여 있어 당장은 급락 가능성 낮아” “특정 이슈로 관련 종목의 주가가 급등할 때 추격매수하는 걸 모멘텀 투자로 생각하는데, 그런 식으론 한두번은 몰라도 꾸준히 수익을 남기기 힘들죠. 본업이 따로 있는 사람이라면 더 그렇고요. 연기금, 사모펀드, 기타법인의 수급을 확인하는 게 특정 이슈의 주가에 대한 영향력이 유지될지를 가늠하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펀드매니저를 거쳐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로 활동하는 A씨의 말이다. 주로 모멘텀 투자로 수익을 올리는 그에게 모멘텀 투자를 선호하는 이유를 묻자 “언제나 수익을 내려는 투자이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현재 저평가된 주식을 매수해 주가가 오를 때까지 기다리는 가치투자를 하면 손실 구간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증시의 반등이 나타나고 있지만, 내년에는 경기침체를 피하기 어렵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약세장이 길어진다면 가치투자보다는 짧은 호흡으로 주가가 오를 종목을 골라 내는 모멘텀 투자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이에 모멘텀 투자에 적극적인 A씨로부터 모멘텀 투자 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그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영풍정밀에 대한 질문으로 블라인드 인터뷰를 시작했다.
▶경영권 분쟁 이슈가 불거진 고려아연 지분을 보유 중인 종목으로 알고 있습니다. 처음 시장에 알려진 건 8월 초 쯤으로 기억하는데, 석 달이나 지난 지금도 주식 시장에서 아직 유효한 모멘텀인가요?
“영풍그룹의 대주주인 두 집안 사이의 고려아연 지분 확보 경쟁이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지분 1.49%를 보유한 회사입니다. 시가총액이 큰 고려아연 주식을 직접 사들이기보다 영풍정밀을 확실하게 지배해 이 회사가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1.49%를 확보하는 게 자금이 더 적게 든다는 콘셉트죠. 고려아연 주식 역시 경영권 분쟁 모멘텀이 있지만, 소형주인 영풍정밀의 주가 탄력이 더 클 것으로 보고 매수했습니다.”
▶실제로 경영권 분쟁이 지금도 진행 중이라는 걸 어떻게 확신할 수 있나요? 시장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두 집안이 화해했을 수도 있잖아요.
“수급을 보고 추측하는 거죠. 경영권 분쟁 이슈가 알려지기 전인 7월부터 기타법인(기관에 포함되지 않는 법인)이 고려아연 지분을 대거 사들이고 있습니다. 지난달부터는 기타법인이 영풍정밀도 쓸어 담고 있고요. 양측이 주식을 사 모으며 지분 경쟁을 계속한다는 가능성을 제기하는 게 합리적이지 않을까요.”
▶다른 이슈에 대한 모멘텀 투자도 기타법인의 수급을 주로 보나요?
“기관 중에서는 사모펀드와 연기금의 수급을 주로 봅니다. 외국인 수급도 중요하고요. 시장에서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매매주체들이니까요. 투신의 경우 힘을 많이 잃었죠.” ▶모멘텀 투자에 나설 종목은 어떻게 고릅니까?
“이유가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주가가 크게 움직이는 종목들이 나올 때가 있습니다. 그럼 배경에 대해 알아보고 모멘텀이 될 만한지 판단하죠. 특정 종목의 주가 변동의 배경에 대해 물어볼 인적 네트워크가 더 풍부하다는 게 저와 일반적인 개인투자자들의 차이일 수 있지만, 종목을 발굴하는 첫 단계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종목을 사들인 뒤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운용하나요?
“증시 상황에 따라 주식과 현금 비중을 조절하며 대응합니다. 최근에는 주식 시장에 영향을 주는 거시경제(매크로) 이슈가 많습니다. 저는 각 이슈마다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지 부정적으로 작용할지 미리 시나리오를 구성해둡니다. 이후 긍정적인 이슈가 나오면 주식 비중을 조금 늘리고, 부정적인 이슈가 현실화되면 포트폴리오를 비우는 식으로 대응하죠. 앞서 이야기한 영풍정밀 역시 급락장이 펼쳐진 지난달 중순부터 비중을 줄이기 시작해 전부 매도한 뒤, 같은달 말부터 다시 매수했어요.”
▶다시 매수했다는 건 주식 시장을 나쁘지 않게 본다는 뜻인가요?
“지금은 포트폴리오가 어느 정도 채워진 상태입니다. 미국 시장이나 한국 시장의 하락 베팅이 많이 쌓여 있는 걸 보고 예상치 못한 악재가 터지지 않는다면 주가가 크게 하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봐요. 주가가 밀리면 하락에 베팅한 투자자의 차익실현이 하방을 막아줄 걸로 보기 때문이죠. 물론 지난 2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이 공식화된 뒤 홍콩 증시가 급락하는, 증시에 부정적인 이벤트가 벌어진 걸 보고 그 날은 주식 비중을 조금 줄였습니다.”
▶기왕 매크로 이야기가 나왔으니, 물가와 미국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Fed) 이야기를 안 할 수 없겠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닉 티미라오스 기자가 미 Fed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조절 가능성에 대한 기사를 내면서 시장이 안도했지만, 전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Fed가 시장을 적극적으로 달래주지는 않을 것으로 봐요. 주식 시장이 오르는 자체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요인이기도 하거든요. 다만 실망스러운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시장이 좋아할 수 있습니다.”
▶개별 종목 이슈만 보고 매매하는 걸 모멘텀 투자라고 생각했는데, 거시경제나 전체 증시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을 줄 몰랐습니다.
“매크로 이야기에 지겨울 독자도 많겠지만, 지금은 매크로가 지배하는 시장입니다. 지금 같은 상황이 아니라도 저는 매크로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일반적인 펀드매니저는 벤치마크(펀드의 평가 기준)를 이기면 되지만, 증권사의 자기자본으로 주식을 매매하는 프랍트레이더였던 저는 어떤 시장 상황에서도 수익을 내야 했어요. 그러려면 현재 상황에서 주식을 롱(매수)해야 할지, 숏(매도)해야 할지를 결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힘 있는 매매주체 수급으로 모멘텀 이어질지 가늠”
“이유 없이 주가 크게 움직이는 종목 중에 투자 대상 발굴”
“하락 베팅 많이 쌓여 있어 당장은 급락 가능성 낮아” “특정 이슈로 관련 종목의 주가가 급등할 때 추격매수하는 걸 모멘텀 투자로 생각하는데, 그런 식으론 한두번은 몰라도 꾸준히 수익을 남기기 힘들죠. 본업이 따로 있는 사람이라면 더 그렇고요. 연기금, 사모펀드, 기타법인의 수급을 확인하는 게 특정 이슈의 주가에 대한 영향력이 유지될지를 가늠하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펀드매니저를 거쳐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로 활동하는 A씨의 말이다. 주로 모멘텀 투자로 수익을 올리는 그에게 모멘텀 투자를 선호하는 이유를 묻자 “언제나 수익을 내려는 투자이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현재 저평가된 주식을 매수해 주가가 오를 때까지 기다리는 가치투자를 하면 손실 구간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증시의 반등이 나타나고 있지만, 내년에는 경기침체를 피하기 어렵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약세장이 길어진다면 가치투자보다는 짧은 호흡으로 주가가 오를 종목을 골라 내는 모멘텀 투자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이에 모멘텀 투자에 적극적인 A씨로부터 모멘텀 투자 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그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영풍정밀에 대한 질문으로 블라인드 인터뷰를 시작했다.
▶경영권 분쟁 이슈가 불거진 고려아연 지분을 보유 중인 종목으로 알고 있습니다. 처음 시장에 알려진 건 8월 초 쯤으로 기억하는데, 석 달이나 지난 지금도 주식 시장에서 아직 유효한 모멘텀인가요?
“영풍그룹의 대주주인 두 집안 사이의 고려아연 지분 확보 경쟁이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지분 1.49%를 보유한 회사입니다. 시가총액이 큰 고려아연 주식을 직접 사들이기보다 영풍정밀을 확실하게 지배해 이 회사가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1.49%를 확보하는 게 자금이 더 적게 든다는 콘셉트죠. 고려아연 주식 역시 경영권 분쟁 모멘텀이 있지만, 소형주인 영풍정밀의 주가 탄력이 더 클 것으로 보고 매수했습니다.”
▶실제로 경영권 분쟁이 지금도 진행 중이라는 걸 어떻게 확신할 수 있나요? 시장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두 집안이 화해했을 수도 있잖아요.
“수급을 보고 추측하는 거죠. 경영권 분쟁 이슈가 알려지기 전인 7월부터 기타법인(기관에 포함되지 않는 법인)이 고려아연 지분을 대거 사들이고 있습니다. 지난달부터는 기타법인이 영풍정밀도 쓸어 담고 있고요. 양측이 주식을 사 모으며 지분 경쟁을 계속한다는 가능성을 제기하는 게 합리적이지 않을까요.”
▶다른 이슈에 대한 모멘텀 투자도 기타법인의 수급을 주로 보나요?
“기관 중에서는 사모펀드와 연기금의 수급을 주로 봅니다. 외국인 수급도 중요하고요. 시장에서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매매주체들이니까요. 투신의 경우 힘을 많이 잃었죠.” ▶모멘텀 투자에 나설 종목은 어떻게 고릅니까?
“이유가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주가가 크게 움직이는 종목들이 나올 때가 있습니다. 그럼 배경에 대해 알아보고 모멘텀이 될 만한지 판단하죠. 특정 종목의 주가 변동의 배경에 대해 물어볼 인적 네트워크가 더 풍부하다는 게 저와 일반적인 개인투자자들의 차이일 수 있지만, 종목을 발굴하는 첫 단계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종목을 사들인 뒤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운용하나요?
“증시 상황에 따라 주식과 현금 비중을 조절하며 대응합니다. 최근에는 주식 시장에 영향을 주는 거시경제(매크로) 이슈가 많습니다. 저는 각 이슈마다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지 부정적으로 작용할지 미리 시나리오를 구성해둡니다. 이후 긍정적인 이슈가 나오면 주식 비중을 조금 늘리고, 부정적인 이슈가 현실화되면 포트폴리오를 비우는 식으로 대응하죠. 앞서 이야기한 영풍정밀 역시 급락장이 펼쳐진 지난달 중순부터 비중을 줄이기 시작해 전부 매도한 뒤, 같은달 말부터 다시 매수했어요.”
▶다시 매수했다는 건 주식 시장을 나쁘지 않게 본다는 뜻인가요?
“지금은 포트폴리오가 어느 정도 채워진 상태입니다. 미국 시장이나 한국 시장의 하락 베팅이 많이 쌓여 있는 걸 보고 예상치 못한 악재가 터지지 않는다면 주가가 크게 하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봐요. 주가가 밀리면 하락에 베팅한 투자자의 차익실현이 하방을 막아줄 걸로 보기 때문이죠. 물론 지난 2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이 공식화된 뒤 홍콩 증시가 급락하는, 증시에 부정적인 이벤트가 벌어진 걸 보고 그 날은 주식 비중을 조금 줄였습니다.”
▶기왕 매크로 이야기가 나왔으니, 물가와 미국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Fed) 이야기를 안 할 수 없겠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닉 티미라오스 기자가 미 Fed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조절 가능성에 대한 기사를 내면서 시장이 안도했지만, 전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Fed가 시장을 적극적으로 달래주지는 않을 것으로 봐요. 주식 시장이 오르는 자체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요인이기도 하거든요. 다만 실망스러운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시장이 좋아할 수 있습니다.”
▶개별 종목 이슈만 보고 매매하는 걸 모멘텀 투자라고 생각했는데, 거시경제나 전체 증시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을 줄 몰랐습니다.
“매크로 이야기에 지겨울 독자도 많겠지만, 지금은 매크로가 지배하는 시장입니다. 지금 같은 상황이 아니라도 저는 매크로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일반적인 펀드매니저는 벤치마크(펀드의 평가 기준)를 이기면 되지만, 증권사의 자기자본으로 주식을 매매하는 프랍트레이더였던 저는 어떤 시장 상황에서도 수익을 내야 했어요. 그러려면 현재 상황에서 주식을 롱(매수)해야 할지, 숏(매도)해야 할지를 결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