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파견 소송 걸리자... "기간제로 채용" 철도연구원 '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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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연구기관인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파견근로자들을 기간제로 채용하려다 결국 20억원을 배상해 주게 됐습니다. 다만 이런 결론에 이르는 과정이 석연치 않아 법리 외적인 부분도 눈길을 끕니다.
수원지법 안양지원 제2민사부(재판장 전서영)는 지난 13일 한국철도기술연구원에서 일해 온 파견 근로자 20명이 연구원을 상대로 청구한 근로에 관한 소송에서 이같이 판단하고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원고 근로자들은 파견업체 소속으로 2015년 8월부터 2016년 사이에 철도기술연구원에서 행정직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이들의 근로계약은 2017년 8월부터 2년이 되기 전네 종료돼야 했지만, 연구원은 파견계약을 종료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파견근로자로 2년을 넘겨 일하게 됐습니다. 파견법은 2년을 초과해 파견 근로자를 사용한 경우 사용사업주(원청)가 이들을 직접 고용해야 할 의무를 지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파견 기간을 넘기게 된 과정이 석연치 않습니다. 연구원 측은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다른 계약직 근로자들과는 계약기간이 도달하자 명확하게 종료한 사실이 드러나 정규직 노조로부터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당연히 원고인 파견 직원들은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2년을 초과해서 파견 근무했기 때문에 파견법에 따라 기간의 제한이 없는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여기서 눈에 띄는 대목은 연구원의 행태였습니다. 연구원은 소송이 제기된 이후에도 이들에게 '기간제 입사'를 제안했고, 결국 이들은 기간제 근로자로 계속 일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도 파견근로자가 기간제 근로자로 전환되면서 근무기간 동안 복지포인트가 이중 지급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지켜본 철도연구원 정규직 노조는 "일부러 넘어가게 둬서 이사람들이 전부 정규직으로 갈 수 있게 하려는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이 사건이 제2의 인국공 사건으로 불리는 까닭입니다. 이 당시 연구원장은 나희승 원장으로 현 코레일 사장입니다.
후속 조치도 깔끔하지 못했습니다. 연구원은 뒤늦게 파견 직원들에 “공개채용을 진행한테니 여기 지원해서 무기계약직으로 입사하라” 제안했지만, 당연히 거부 당했습니다.
재판에서도 연구원은 “기간제 계약을 체결했으므로 직접 고용의무를 이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런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재판부는 “파견법상 직접고용 의무 규정가 발생해 파견직원과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는 ‘기간을 정하지 않은’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판시한 것입니다.
대법원도 지난 2월 TJB 대전방송에서 일했던 A씨가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이처럼 판단하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파기환송한 바 있습니다. 당시 대법원은 "직접고용의무 규정의 입법취지에 비춰 볼 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용사업주는 직접고용의무 규정에 따라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기간을 정하지 않은 근로계약을 체결하여야 함이 원칙"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연구원은 “공개채용을 통해 무기계약직으로 고용하겠다고 제안했지만, 파견직원들이 이를 거절했으므로 회사는 직접고용 의무를 이행했다”는 주장도 펼쳤지만 재판부는 “공채에 응모했어도 채용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파견법에 따른 직접고용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일축했습니다.
파견 이후 근로조건도 문제가 됐습니다. 파견법은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하는 경우 회사 안의 동종 유사업무를 하는 근로자에 준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회사는 사무보조직으로 채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근로자들은 행정 업무를 보는 행정원으로 채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재판부는 “직무기술서나 원고들의 전문성, 자격 등을 고려하면 행정원으로 채용하는 것이 맞다”며 근로자 측 손을 들어줬습니다.
결국 재판부는 “연구원이 이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하며, 정규직이었다면 받았을 임금과 파견 근로자로 받은 임금의 차액과 이자 약 2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고액의 이자도 포함이 된 금액입니다.
이에 일각에서는 “파견 계약을 그대로 종료하고 공채를 진행했거나, 파견 직원들을 제대로 정규직 채용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세금 낭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판결이 최종 확정되면 배상금과 소송비용 모두 국가 예산으로 충당해야 합니다. 연구원 측은 “관계 부처와 협의해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수원지법 안양지원 제2민사부(재판장 전서영)는 지난 13일 한국철도기술연구원에서 일해 온 파견 근로자 20명이 연구원을 상대로 청구한 근로에 관한 소송에서 이같이 판단하고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원고 근로자들은 파견업체 소속으로 2015년 8월부터 2016년 사이에 철도기술연구원에서 행정직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이들의 근로계약은 2017년 8월부터 2년이 되기 전네 종료돼야 했지만, 연구원은 파견계약을 종료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파견근로자로 2년을 넘겨 일하게 됐습니다. 파견법은 2년을 초과해 파견 근로자를 사용한 경우 사용사업주(원청)가 이들을 직접 고용해야 할 의무를 지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파견 기간을 넘기게 된 과정이 석연치 않습니다. 연구원 측은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다른 계약직 근로자들과는 계약기간이 도달하자 명확하게 종료한 사실이 드러나 정규직 노조로부터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당연히 원고인 파견 직원들은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2년을 초과해서 파견 근무했기 때문에 파견법에 따라 기간의 제한이 없는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여기서 눈에 띄는 대목은 연구원의 행태였습니다. 연구원은 소송이 제기된 이후에도 이들에게 '기간제 입사'를 제안했고, 결국 이들은 기간제 근로자로 계속 일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도 파견근로자가 기간제 근로자로 전환되면서 근무기간 동안 복지포인트가 이중 지급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지켜본 철도연구원 정규직 노조는 "일부러 넘어가게 둬서 이사람들이 전부 정규직으로 갈 수 있게 하려는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이 사건이 제2의 인국공 사건으로 불리는 까닭입니다. 이 당시 연구원장은 나희승 원장으로 현 코레일 사장입니다.
후속 조치도 깔끔하지 못했습니다. 연구원은 뒤늦게 파견 직원들에 “공개채용을 진행한테니 여기 지원해서 무기계약직으로 입사하라” 제안했지만, 당연히 거부 당했습니다.
재판에서도 연구원은 “기간제 계약을 체결했으므로 직접 고용의무를 이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런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재판부는 “파견법상 직접고용 의무 규정가 발생해 파견직원과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는 ‘기간을 정하지 않은’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판시한 것입니다.
대법원도 지난 2월 TJB 대전방송에서 일했던 A씨가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이처럼 판단하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파기환송한 바 있습니다. 당시 대법원은 "직접고용의무 규정의 입법취지에 비춰 볼 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용사업주는 직접고용의무 규정에 따라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기간을 정하지 않은 근로계약을 체결하여야 함이 원칙"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연구원은 “공개채용을 통해 무기계약직으로 고용하겠다고 제안했지만, 파견직원들이 이를 거절했으므로 회사는 직접고용 의무를 이행했다”는 주장도 펼쳤지만 재판부는 “공채에 응모했어도 채용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파견법에 따른 직접고용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일축했습니다.
파견 이후 근로조건도 문제가 됐습니다. 파견법은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하는 경우 회사 안의 동종 유사업무를 하는 근로자에 준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회사는 사무보조직으로 채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근로자들은 행정 업무를 보는 행정원으로 채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재판부는 “직무기술서나 원고들의 전문성, 자격 등을 고려하면 행정원으로 채용하는 것이 맞다”며 근로자 측 손을 들어줬습니다.
결국 재판부는 “연구원이 이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하며, 정규직이었다면 받았을 임금과 파견 근로자로 받은 임금의 차액과 이자 약 2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고액의 이자도 포함이 된 금액입니다.
이에 일각에서는 “파견 계약을 그대로 종료하고 공채를 진행했거나, 파견 직원들을 제대로 정규직 채용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세금 낭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판결이 최종 확정되면 배상금과 소송비용 모두 국가 예산으로 충당해야 합니다. 연구원 측은 “관계 부처와 협의해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