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호텔도 아닌데 1박 50만원…제주 가느니 일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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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어 해외여행 간다" 실감
제주 숙박료 등 '바가지 논란' 속
여행 수요 이탈…주요 호텔 예약률 '뚝'
일본은 '무비자 입국' 재개
엔저로 비용 부담도 줄어
"여행 수요 폭증 분위기"
제주 숙박료 등 '바가지 논란' 속
여행 수요 이탈…주요 호텔 예약률 '뚝'
일본은 '무비자 입국' 재개
엔저로 비용 부담도 줄어
"여행 수요 폭증 분위기"
#1. 신혼부부 유모 씨(32)는 지난해 “돈 없어서 해외여행 간다”는 말을 실감했다. 작년 한 주간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떠난 유 씨 부부는 두 사람 경비로 400만원에 가까운 돈을 쓰고 왔다. 어지간한 특급호텔 숙박비는 하루 100만원, 풀빌라는 200만원 이상이라 적당히 분위기가 괜찮은 에어비앤비 숙소를 택했지만 역시 1박에 50만원이 넘었다. 서울 시내 웬만한 특급 호텔보다도 비싼 수준이었다. 식비도 만만찮게 들었고 렌터카는 100만원 밑으로 주고는 구하지 못해 직접 차를 배에 실어 가져갔다.
유 씨는 “결혼 직후 떠난 기념 여행을 망치기 싫어 달라는 대로 비용을 다 치렀지만 생각보다 많은 돈이 들어 당황했다”며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등을 따져보면 휴가에 제주도를 가느니 차라리 외국으로 휴가를 가는 편이 훨씬 나을 거 같다”고 말했다.
#2. 대기업에 다니는 최모 씨(31)는 가족들과 함께 겨울휴가를 떠나기 위해 일찌감치 일본 여행상품을 알아보고 있다. 저비용 항공사(LCC) 항공권을 일찍 예약하면 비용 부담이 덜하고 엔저(엔화가치 약세) 효과 덕에 물가가 많이 떨어져 어지간한 국내 여행보다 비용이 적게 들 것 같아서다.
최 씨는 “제주도 가족여행을 계획하며 숙박 예약을 알아봤는데 생각보다 비용이 꽤 들어 행선지를 바꿨다”며 “엔저 현상으로 일본 여행객이 늘었다는 소식에 비용을 알아보니 되레 국내 여행보다 합리적이었다”고 설명했다.
25일 관광·호텔 업계에 따르면 한때 80~90%대에 육박했던 제주 주요 특급호텔 예약률이 최근 반 토막 수준까지 급감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제주 관광시장은 초성수기를 맞았다. 제주특별자치도 관광협회의 관광객 입도 현황에 따르면 2020년 1~7월 552만5865명이었던 제주 방문객은 2021년 같은 기간 664만4802명으로 20.2% 증가했고, 2022년에는 810만5186명으로 전년보다 다시 22% 증가했다. 코로나19로 해외 여행을 가지 못한 이들이 해외를 대체할 휴가지로 제주를 찾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이후 해외여행 빗장이 풀리면서 제주 여행 수요가 급격히 줄고 있는 추세다. 코로나19 특수에 바가지 요금에 대한 불만이 커지면서 ‘한 번 갔다 오면 볼 것 없는’ 혹은 ‘비싸고 바가지 쓰는’ 이미지가 남았기 때문이다.
‘제주 가느니 일본이나 동남아 간다’는 말도 최근 흘러나온다. 실제 제주관광공사는 지난해 내국인 관광객 4500명을 대상으로 실태를 조사한 결과 제주 여행에 대한 전반적 만족도는 평균 3.88점(5점 만점)으로 2019년 4.09점, 2020년 3.96점에 비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세부 항목별 평가에서 여행 경비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낮았다. 구체적 불만족 사항으로는 바가지 요금 등 물가에 대해 불만족 비율이 57.4%로 가장 높았다.
지난해 친구와 함께 제주도 여행을 다녀 온 30대 직장인 이모 씨는 “제주도 여행을 갔다가 물가를 보고 깜짝 놀라는 수준을 넘어 기분이 나빴다”며 “물가가 많이 뛴 건 알고 있지만 경차를 렌터카로 빌리는데도 하루 10만원 넘게 들고 둘이서 제주산 돼지고기를 먹는 데도 10만원씩 나왔다. 해외여행을 못가게 되니 국내 여행객들을 ‘호갱’으로 여기는 분위기라 다신 제주에 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고 했다. 반면 일본행 수요는 크게 늘어 폭증 수준이다. 지난 11일부터 무비자 입국이 2년7개월 만에 재개된 데다가 ‘엔저’ 현상까지 더해지면서다. 제주 여행 이탈 수요도 만만치 않게 일본 여행 상품으로 옮겨 갔다는 분석이다.
엔화는 32년 만에 100엔당 1000원을 밑돌고 있으며 왕복 항공권은 20만~30만원대면 구할 수 있어 ‘어지간한 국내 여행보다 싸다’라는 반응도 나온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에 따르면 일본 무비자 입국이 재개된 지난 11일부터 17일까지 첫 주간 한일 노선 여객 수는 9만4427명으로 일주일 만에 10만명에 육박했다. 이는 단체 관광만 가능했던 지난 9월 한 달간의 총 여객 수 약 16만7000명의 절반이 넘는 수치다.
여행업계에선 코로나19 이후 폭증한 여행 수요 등을 고려하면 일본 여행 인기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오는 30일까지 김포~하네다 노선의 운항 횟수를 기존 2배인 56회까지 늘리기로 했다. 제주항공(089590)과 진에어(272450) 등의 LCC) 도 오사카와 삿포로 등 일본 내 주요 관광지로 향하는 노선을 증편할 계획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일본 여행객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대응할 방침”이라고 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유 씨는 “결혼 직후 떠난 기념 여행을 망치기 싫어 달라는 대로 비용을 다 치렀지만 생각보다 많은 돈이 들어 당황했다”며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등을 따져보면 휴가에 제주도를 가느니 차라리 외국으로 휴가를 가는 편이 훨씬 나을 거 같다”고 말했다.
#2. 대기업에 다니는 최모 씨(31)는 가족들과 함께 겨울휴가를 떠나기 위해 일찌감치 일본 여행상품을 알아보고 있다. 저비용 항공사(LCC) 항공권을 일찍 예약하면 비용 부담이 덜하고 엔저(엔화가치 약세) 효과 덕에 물가가 많이 떨어져 어지간한 국내 여행보다 비용이 적게 들 것 같아서다.
최 씨는 “제주도 가족여행을 계획하며 숙박 예약을 알아봤는데 생각보다 비용이 꽤 들어 행선지를 바꿨다”며 “엔저 현상으로 일본 여행객이 늘었다는 소식에 비용을 알아보니 되레 국내 여행보다 합리적이었다”고 설명했다.
25일 관광·호텔 업계에 따르면 한때 80~90%대에 육박했던 제주 주요 특급호텔 예약률이 최근 반 토막 수준까지 급감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제주 관광시장은 초성수기를 맞았다. 제주특별자치도 관광협회의 관광객 입도 현황에 따르면 2020년 1~7월 552만5865명이었던 제주 방문객은 2021년 같은 기간 664만4802명으로 20.2% 증가했고, 2022년에는 810만5186명으로 전년보다 다시 22% 증가했다. 코로나19로 해외 여행을 가지 못한 이들이 해외를 대체할 휴가지로 제주를 찾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이후 해외여행 빗장이 풀리면서 제주 여행 수요가 급격히 줄고 있는 추세다. 코로나19 특수에 바가지 요금에 대한 불만이 커지면서 ‘한 번 갔다 오면 볼 것 없는’ 혹은 ‘비싸고 바가지 쓰는’ 이미지가 남았기 때문이다.
‘제주 가느니 일본이나 동남아 간다’는 말도 최근 흘러나온다. 실제 제주관광공사는 지난해 내국인 관광객 4500명을 대상으로 실태를 조사한 결과 제주 여행에 대한 전반적 만족도는 평균 3.88점(5점 만점)으로 2019년 4.09점, 2020년 3.96점에 비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세부 항목별 평가에서 여행 경비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낮았다. 구체적 불만족 사항으로는 바가지 요금 등 물가에 대해 불만족 비율이 57.4%로 가장 높았다.
지난해 친구와 함께 제주도 여행을 다녀 온 30대 직장인 이모 씨는 “제주도 여행을 갔다가 물가를 보고 깜짝 놀라는 수준을 넘어 기분이 나빴다”며 “물가가 많이 뛴 건 알고 있지만 경차를 렌터카로 빌리는데도 하루 10만원 넘게 들고 둘이서 제주산 돼지고기를 먹는 데도 10만원씩 나왔다. 해외여행을 못가게 되니 국내 여행객들을 ‘호갱’으로 여기는 분위기라 다신 제주에 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고 했다. 반면 일본행 수요는 크게 늘어 폭증 수준이다. 지난 11일부터 무비자 입국이 2년7개월 만에 재개된 데다가 ‘엔저’ 현상까지 더해지면서다. 제주 여행 이탈 수요도 만만치 않게 일본 여행 상품으로 옮겨 갔다는 분석이다.
엔화는 32년 만에 100엔당 1000원을 밑돌고 있으며 왕복 항공권은 20만~30만원대면 구할 수 있어 ‘어지간한 국내 여행보다 싸다’라는 반응도 나온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에 따르면 일본 무비자 입국이 재개된 지난 11일부터 17일까지 첫 주간 한일 노선 여객 수는 9만4427명으로 일주일 만에 10만명에 육박했다. 이는 단체 관광만 가능했던 지난 9월 한 달간의 총 여객 수 약 16만7000명의 절반이 넘는 수치다.
여행업계에선 코로나19 이후 폭증한 여행 수요 등을 고려하면 일본 여행 인기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오는 30일까지 김포~하네다 노선의 운항 횟수를 기존 2배인 56회까지 늘리기로 했다. 제주항공(089590)과 진에어(272450) 등의 LCC) 도 오사카와 삿포로 등 일본 내 주요 관광지로 향하는 노선을 증편할 계획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일본 여행객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대응할 방침”이라고 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