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회사들이 잇달아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서고 있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고(高)’ 여파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선제적으로 자본을 확충해 예상치 못한 위기에 대비한다는 취지다.

건전성 관리 들어간 금융사들…신종자본증권 늘려 자본 확충
우리금융그룹은 25일 22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당초 예정한 것(2100억원)보다 100억원 늘어난 규모다. 발행 금리는 연 5.97%다. 채권의 일종인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없거나 매우 길고, 일정 주기로 이자나 배당을 주는 금융상품이다. 채권처럼 매년 확정 이자를 받을 수 있고, 주식처럼 장내 매매할 수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17일 31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찍었다. 5년 후 중도 상환이 가능하며 금리는 연 5.70%다. 애초 2100억원 규모로 발행할 예정이었는데,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발행금액이 늘었다.

KB금융지주는 지난 11일 이사회를 열고 신종자본증권 발행 안건을 결의했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도 내년 1분기까지 최대 5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예정이다. DGB금융그룹도 최대 15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내놓기로 했다. DGB금융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것은 1년여 만이다.

금융회사들이 앞다퉈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서는 이유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다. 주요 금융사의 BIS 비율은 지난해 말부터 하락세다. 회사채 시장이 경색되자 은행들이 기업 대출을 늘린 영향이다. 우리금융의 BIS 비율은 작년 말 15.05%에서 올해 6월 말 14.23%로 낮아졌다. 국민은행(17.47%→17.43%), 신한은행(18.18%→17.94%)의 BIS 비율도 일제히 떨어졌다.

금융사들은 신종자본증권 투자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매월 이자를 지급하는 방식도 속속 도입하고 있다. 기존에는 3개월마다 지급하던 이자를 매달 주기로 한 것이다. 우리금융 신종자본증권의 경우 1억원을 투자했을 때 매달 49만7500원(세전)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