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금융지주가 올해 3분기(7~9월) 5조원 가까운 순이익을 내면서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대출금리 상승으로 9조원 가까운 이자를 벌어들인 은행이 증권사와 보험사 등 비은행 계열사의 부진을 만회한 덕분이다. 하지만 대출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 이자 부담 증가로 서민들의 고통이 커지고 기업들의 수익성도 나빠지고 있는데 은행들만 나홀로 호황을 누린다는 지적이 많다.
이자로 9조 번 은행…지주 '실적질주' 견인

은행 예대마진 확대 효과

25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한 4대 금융지주의 합계 순이익은 4조8876억원으로 분기 기준 최대를 기록했다. 금리 인상기를 맞아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빠르게 올리면서 예대마진(대출과 예금 금리 차이에 따른 이익)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 4대 금융지주에 속한 국민(2조4030억원) 신한(2조1397억원) 하나(1조9759억원) 우리(1조9210억원) 등 은행 4곳의 3분기 합계 이자이익은 8조4396억원에 달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은행 대출금리(잔액 기준)가 평균 0.8%포인트 오르는 동안 예금금리 인상폭은 0.52%포인트에 그쳤다. 은행의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올해 3분기까지 NIM이 1.72%로 지난해 3분기(1.57%)보다 0.15%포인트 올랐다. 이 덕분에 4대 은행이 올해 3분기까지 거둔 이자이익은 23조7757억원에 이른다.

내년 상반기까지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된 만큼 은행들의 이자수익은 더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정상혁 신한은행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기준금리 인상 효과로 내년에도 0.1%포인트가량의 NIM 추가 개선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신한금융 리딩뱅크 탈환할 듯

신한금융은 올해 3년 만에 KB금융을 제치고 ‘리딩뱅크(1등 금융지주)’ 자리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금융은 신한투자증권 서울 여의도 사옥 매각 이익(세전 4438억원)을 포함해 3분기 1조5946억원의 순익을 냈다. 3분기까지 누적 순익은 4조3154억원으로 KB금융(4조279억원)을 2875억원 차이로 앞섰다. 신한금융은 올해 금융지주 가운데 최초로 연간 ‘순이익 5조원 클럽’ 가입도 눈앞에 두게 됐다.

KB금융의 주력 계열사인 국민은행의 순익(8242억원)은 작년 3분기보다 6% 증가했지만 KB증권(-27.9%) KB손해보험(-35.6%) KB카드(-12.1%) 등 비은행 계열사들의 실적이 부진했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도 3분기까지 각각 2조8494억원과 2조6617억원의 순익을 달성해 연간 순익 3조원 시대를 열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비은행 사업 확대로 수익을 다각화하겠다던 4대 금융지주의 은행 의존도는 오히려 심화됐다. KB금융의 순이익에서 국민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3분기 58.3%에서 올해 3분기 67.2%로 높아졌다. 신한(60.1%) 하나(78.7%) 우리(89.1%)도 은행 의존도가 커졌다.

금리 상승 탓에 은행의 조달비용도 늘어나고 있어 올 4분기 실적은 3분기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연 3~4% 금리로 조달한 4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3분기에만 50조원가량 늘어난 반면 이자율이 연 0.1%에 그치는 요구불예금은 같은 기간 20조원 넘게 줄었다. 채권시장 유동성 위기 여파로 기업 대출 연체율이 증가할 경우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이 한층 커질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김보형/이소현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