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5일 “올해 남은 기간 중 재정 여력을 고려해 국고채 발행량을 당초 목표보다 과감히 축소하겠다”고 말했다.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자금시장이 경색되자 국채 공급을 줄여서라도 자금 흐름을 회사채나 기업어음(CP) 시장으로 돌리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추 부총리는 이날 기재부 등이 공동 주최한 ‘KTB 국제 콘퍼런스’에 참석해 “시장 상황을 감안해 국고채 발행 물량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겠다”며 올해 국채 물량 축소 방침을 밝혔다. 추 부총리는 “한국 국채 시장은 발행잔액이 1000조원을 넘기며 규모 면에서 세계 10위권 시장으로 발전했다”면서도 “급속히 늘어난 국채 잔액은 효율적 재정 운용에 부담이 되고 있고,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우리 경제의 위기 관리 능력을 시험하고 있다”고 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정부는 당초 올해 말까지 최대 177조3000억원(2차 추가경정예산 기준)어치 국채를 발행할 계획이었다. 지난달까지 정부가 실제로 발행한 국채는 총 144조2000억원 규모로 예정액의 81.3%를 채웠다. 기재부는 이달엔 9조원어치 국고채를 발행할 계획이며, 다음달과 12월엔 발행 물량을 더 줄일 전망이다.

추 부총리는 또 “2024년 1분기까지 30년 만기 국채 선물을 도입하고, 변동금리부 채권 등 국고채 상품의 다변화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국채 중에선 3년물, 5년물, 10년물만 선물 상품이 있는데, 장기물 수요가 많은 보험사 등을 중심으로 30년 만기 국채 선물 도입 요구가 많았다. 선물 상품을 통해 미래 가격 변동으로 인한 위험을 회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11월 초까지 20조원 규모로 조성하기로 한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를 증액할 수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채안펀드) 총량을 20조원으로 이야기했는데 부족하면 더 늘릴 수도 있다”며 “한국은행의 유동성 공급 등 대외 변수가 많아 유연하게, 탄력적으로 할 수 있는 조치를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전에는 (정례) 회의를 통해 시장 전반을 점검했지만 이제는 만기가 돌아오는 현황을 하나하나 점검해가는 시스템으로 전환했다”며 “채안펀드 (운용사) 전문가들이 시장 상황을 보며 필요한 만큼 바로 조치할 것”이라고 했다.

금융위는 금융감독원과 함께 이달 말까지 업권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현황을 파악하는 작업에도 나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사 자체 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충당금 적립 등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

정의진/이호기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