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화의 매트릭스로 보는 세상] 남북교역은 글로벌 불황시대의 탈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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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글로벌 불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제까지 세계는 각자 주어진 환경하에서 자신들이 쓸 수 있는 자원을 최대한 사용하였기 때문에 뾰족한 탈출구도 없이 미국 경제의 회복만 쳐다보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다르다. 북한이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면적과 절반 정도의 인구가 아직도 기아선상에서 헤매고 있다. 북한과의 평화통일, 이게 안되면 최소한 평화적 경제협력만으로도 한국은 경제불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커지는 한류바람과 함께 남북한이 이익되는 다양한 형태의 남북무역으로 세계 경제의 리더, G2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국토 면적, 인구규모, 기술발전 수준 그리고 군사력으로 보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남북한 간의 교역은 타국과의 무역과 달리 남북한의 경제발전 정도, 소비제품의 상이함, 기술 발달의 상이함 등으로 상당한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제까지 중국이나 베트남은 해외에 생산 의뢰했던 부분을 한반도 내에서 진행할 수 있어서, 외화 가득율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기본적인 개념은 우리의 70-80년대에 한국 – 미국의 무역 형태를 되돌려보면 된다. 미국의 풍부한 자본과 앞선 기술이 한국으로 와서 뛰어난 인적자원과 합쳐서 시너지효과를 보면서 전 세계의 상품 시장을 제패하였다. 그런 과정을 이제 남한은 입장을 바꾸어서 다시 기회를 잡게 되었다. 다양한 무역의 형태가 있기는 하지만, 그 중에서도 남북한이 교역을 할 때 다른 나라와의 무역과 비교해서 좀 더 서로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무역의 형태를 살펴보았다. 1) 기술수출
북한이 발전한 산업분야는 방위산업 말고는 별로 없는 듯하다. 수출의 대부분은 1차 산업제품이다. 하지만 1차 산업은 혁신이 느리게 이루어지고, 따라서 부가가치가 커가는 속도도 2차 산업에 비하여 매우 느리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을 계속해서 1차 산업의 생산 기지로 유지한다면 북한 주민의 생활향상을 기대하지 못할뿐더러, 남북한 간의 경제격차는 더 벌어진다. 벌어지는 경제격차는 남북한 주민간의 문화와 생각을 격차를 벌리고, 반목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남북한의 긴장은 더 고조된다. 현재 남한에서 벌어지는 빈부격차가 남북한이 지금보다 더 빈번하고 더 자유롭게 교역하는 시대에, 남북한 간에 다시 발생해서는 안 된다.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북한 경제가 남한과 비슷해지거나 적어도 그 차이를 줄여가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하여 북한 산업을 발전시켜야 하고, 그 방법으로 남한의 기술을 북한 기업에게 수출하는 것이다. 이미 우리는 일본과 미국 기술자를 수입하여 보았고, 우리의 기술자들이 중국. 베트남으로 수출되는 것을 보았다. 유망한 분야로는 봉재, 염색, 신발, 금형, 고객센터 및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 등 거의 전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2) 플랜트수출
공장설비, 선박, 철도차량, 석유시추시설 등의 자본재수출로 자본재의 엔지니어링, 노하우, 건설 시공, 기계, 장치 및 시운전까지 일체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하여 수출하는 것으로 이를 '턴키방식수출' 또는 '산업설비 수출'이라고도 한다. 플랜트수출은 부가가치가 높은 지식집약형의 수출로 상대국의 고용유발효과가 크고 수출에 따른 마찰이 적다. 공장을 수출하면서 어떻게 공장을 운영하는 지의 노하우까지 수출하는 방식이다. 이미 남한의 플랜트 수출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순위에 들어가고 있다. 한전의 발전설비 수출이나 현대중공업의 해양 시출설비 등의 대규모 플랜트 수출도 있다. 이러한 플랜트는 북한의 부족한 전기생산과 지하자원 채굴에 상당한 도움이 되면서, 남북한 주민의 고용증가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또한 대규모 플랜트뿐만 아니라, 중소형플랜트, 기자재 기업들이 모여서 북한에 공장을 수출하는 방법도 있다. 중심이 되는 컨소시엄 회사를 설립하고 연관되는 기계, 배관, 전기, 계측 제어 등의 기자재 기업이 공동 참여하는 방식이다. 필자도 파키스탄에 화장품 생산 공장의 컨소시엄을 추진해 본 경험이 있는데, 작게는 건물과 토지를 수입자가 제공하는 조건이라면 2-3억 원 정도에서도 추진할 수 있다. 필자가 추진했던 중소형 플랜트는 화장품 생산 기자재, 포장기자재 및 포장 설비를 포함한 50만 불 내외로 중소기업청의 지원을 받았다. 마찬가지로 중소형 플랜트의 대북 수출을 위한 ‘남북경협 기금’내 플랜트 수출 보험을 만들어, 참여 기업의 위험부담감을 줄여주는 것도 활성화를 위하여 좋다. 유망산업 분야로는 한국이 많이 수출하는 플라스틱 원료를 바탕으로 하는 플라스틱제품 공장, 화장품 생산 공장, 출판 산업 분야 등 다양하게 가지를 칠 수 있는 분야가 있다.
3) 위탁가공 무역
위탁가공무역이야말로 한국의 경제를 발전하게 한 무역의 대표적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대구 구미 산업단지, 창업산업단지, 구로공단 등은 외국에서 수주 받은 위탁가공무역을 하기 위한 대규모 산업기지였다. 위탁가공무역(improvement trade on consignment)이란 가공임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외국에서 가공(제조, 조립, 재생, 개조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할 원료의 전부 또는 일부를 거래 상대방에게 수출하거나 외국에서 조달하여 이를 가공한 후 가공물품 등을 수입하거나 외국으로 인도하는 수출입을 말한다. 이를 상대의 입장에서 보면 바로 수탁가공무역이 된다. 1998년 이후 북한의 주력 품목인 섬유·의류제품 수출이 주춤하고 북한과 일본, 유럽 주요국과의 섬유부문 위탁가공도 부진해졌다. 반면, 남북 간의 섬유류 위탁가공교역은 빠른 속도로 증가하여, 북한과 외국과의 섬유류 위탁가공 물량의 상당한 부분이 남북 위탁가공으로 전환되었다. 북한은 무역확대 정책의 일환으로 무역방식의 다양화를 강조하고 구체적인 방법으로 중계무역, 가공무역, 재수출 등을 들었다. 무역 다양화 정책의 핵심에는 풍부한 노동력을 활용한 위탁가공 등 가공무역이 자리를 잡았고, 특히 의류부문의 가공무역이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북한의 섬유류 교역 가운데 위탁가공이 차지하는 몫은 상당한데 KOTRA의 과거 추정에 의하면, 60%를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보면, 북한의 대외 위탁가공교역의 하락을 섬유 수출이 부진한 한 가지 원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북한과 일본, 홍콩, 독일 등 주요국과의 위탁가공 교역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개성공단의 급작스런 폐쇄는 북한 위탁가공 무역의 후퇴를 나았다. 개성공단에서 생산되었던 제품의 거의 전부가 위탁무역 방식이었다고 할 수 있다. 가장 활발했던 2015년 개성공단으로의 반출이 12.6억불, 반입이 14.5억불이었다. 그러니까 2015년 남북한의 위탁가공 무역실적은 3억불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이런 액수로 본다면 개성공단이 남북한의 평화유지에 미친 영향에 비하면 실질적인 교역규모는 매우 미미했다고 볼 수 있다. 위탁가공이 유망한 분야는 섬유. 패션제품, 가죽제품, 전자제품 등 베트남이나 중국에 임가공 투자한 산업분야이다.
4) 물물교환
2007년 7월25일 5시쯤 인천항 제1부두에서 트레이드포천호가 폴리에스터 단섬유 500t을 싣고 평안남도 남포로 향했다. 당시에도 남에서 북으로 물자가 가는 게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었지만, 이 경우는 좀 달랐다. 북쪽의 의류, 신발, 비누 생산에 필요한 남쪽의 경공업 원자재 8천만 달러 가운데 일부 품목이 첫 출항한 것이었다. 이를 시작으로 사흘 뒤인 7월28일~8월11일 남쪽의 광산, 철도, 전기 등 인프라 전문가들로 구성된 조사단이 북쪽지역의 3개 광산(검덕, 룡양, 대흥)에 대한 1차 현지 공동조사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남쪽의 경공업 제품 지원과 북쪽의 지하자원 개발 협력의 이른바 남북의 ‘신 경협’이 시작된 것이다. (......) 이 남북 신 경협 사업 이행 기구인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가 밝힌 경공업 원자재 지원의 의미는 이렇다. “북한 지하자원의 공동개발을 통해 광업 등 북한 2차 산업 활성화 및 경제개선 효과를 내고, 남쪽에는 원료가격 상승, 높은 임금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섬유, 신발, 의류 등 경공업에 새로운 활력소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 신 경협은 유무상통이었다. 말 그대로 “있는 것은 주고 없는 것은 받자”는 것이다. 남쪽이 섬유, 신발, 비누 등 북쪽에 부족한 경공업 자재를 제공한다. 그 대신 북쪽은 매장량이 풍부한 아연, 마그네사이트 등 지하자원 현물이나 개발권 등으로 남쪽에 갚는다. (한겨레, 2017.7.26.)
남북 간의 물물교환은 말 그대로 서로 있는 것을 주고, 없는 것을 받으면 된다. 남북 간의 물물교환은 외국에서 원자재를 수입해오는 것과 비교하여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우선 물류비가 적게 든다. 북한에 3000조 원어치 묻혀있는 천연 자원을 남한에서 활용한다면 호주에서 들여오는 철광석이나 석탄과 비교하여 운송비가 적게 든다. 뿐만 아니라 운송기간이 짧아 남한에서 필요할 때마다 주문할 수 있어 재고비와 환경보호에도 이점이 있다. 그리고 제품의 결제에서 남한에서 생산된 현물과 교환하기 때문에 달러나 원화를 이용할 때와는 달리 ‘환 리스크’가 없다. 경제학에서 서로 잘 만드는 것을 만들어 해외 무역하면 된다는 ‘절대 비교우위’의 장점을 그대로 살릴 수 있다.
5) 통과무역
일반 수출입물품은 대외무역법의 규제를 받고 관세법에 따라 제세 징수 및 법규집행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국내 또는 국외로 반출입절차가 진행된다. 외국물품을 국내로 반입하거나, 내국물품을 외국으로 반출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관세법 제241조에 따라 세관장에게 수입 또는 수출신고를 하여야 하고, 세관장은 관세법에 따라 국민보건, 환경보호, 사회 안전 등을 위해 대외무역법 및 수출입관련 법령상 허가·승인·조건 등을 갖춘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이런 일반적인 절차가 아닌, 수출국 화물이 수입국으로 직송되지 않고 제3국을 경유해서 수송될 때가 있다. 국내 항구에서 운송할 배를 바꾸거나 기차 또는 트럭을 이용하여 다른 나라로 계속 운송하고, 통관 절차를 생략한다. 이러한 무역을 제3국의 입장에서 이것을 통과무역이라 한다. 이 경우 통과국인 제3국으로서는 자국 내 통과에 따라 생기는 노무에 관한 보수와 임금 등을 획득하게 된다. 통과무역은 주로 자국 항로가 없어 중추항만(HUB PORT)을 이용한 항로를 사용하기 위해 활용된다. 남북 간의 교역이 자유로워지고 해상 및 육상 운송로가 열리면 이런 통과무역이 이루어지게 된다. 이 때 중추항만의 역할은 남한에서는 부산항과 목포항이, 북한에서는 신의주와 나선 항이 하게 된다. 중추항만은 컨테이너 화물을 유치하는 항구로 세계적으로 중요한 항로에 위치한 초대형 항만을 말한다. 중추항만으로 대부분의 화물들이 모이기 시작하고 이렇게 모인 화물들을 피더(feeder)를 이용하여 각 지역 항으로 화물들이 재운송 되는 경우가 많다. 북쪽으로 가는 화물은 시베리아나 중국 횡단 철도를 통하여 유럽으로 가게 되고, 남쪽으로 가는 화물은 상하이등 중국 남부 연안과 일본으로 간다. 이렇게 되면 남북한은 운송의 편의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수익을 올리게 된다. 이러한 중추항만 지역 주변은 일반적으로 ‘자유무역지대 (Free trade zone)을 설치하여 통관절차를 거치지 않고 관세를 물지 않고 임시로 보관하거나, 구역 내에서 제품의 가공 및 생산할 수 있는 편의를 기업에 제공하며 지역 발전을 꾀하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자유무역지대로는 파나마운하의 끝에 있는 콜론자유무역지대(Colon Free zone)이다. 이 콜론자유무역지대가 있어서 한 때는 남한의 대파나마 무역 규모가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를 넘어서 한국의 10대 수출국이 되기도 하였다.
6) 중계무역
중계무역(intermediary trade)이란 수출을 목적으로 제품을 수입하여 원형 그대로 다시 수출하는 무역을 말하며, 수출상은 수입가격과 수출가격의 차익을 취하게 된다. 이와 같이 중계무역을 행하기 위해서는 관세상의 이점이 있고 또한 금융ㆍ창고보관 등의 측면에서 직접무역보다 간편한 항구가 있어야 한다. 앞서 예로든 파나마가 중계무역지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고, 그 덕분에 파나마는 중계무역은 물론이고 중남미의 금융 중심지로서 위상도 세울 수 있었다. 한국에서 파나마로 수출되는 화물의 대부분은 콜론자유무역지대에서 하역된다. 자유무역지대이기 때문에 파나마의 법률에 저촉되지 않고, 검역도 받지 않은 채 현지 창고에 보관된다. 이 보관된 화물은 중남미 각지로 다시 분할되어 재수출된다. 그 과정에서 파나마의 무역상들은 상당한 이익을 취할 수 있다. 물론 파나마 국민이 소비한다면 파나마 법에 의한 통관 절차와 관세를 지불하고 수입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밀수가 된다. 이처럼 남북교역에 자유롭게 되고, 물류가 남한에서 북한까지 흐를 수 있다면 부산과 목포는 새로운 무역의 중심지가 될 것이 분명하다.
이처럼 남북교역의 활성화는 이전에 우리가 누리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마음껏 활용할 수 있다.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이제 세계는 한반도를 경제발전국가뿐만 아니라, 새로운 소프트파워의 강자로 부강할 나라임을 보게 되지 않을까?
<한경닷컴 The Lifeist> 홍재화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남북한 간의 교역은 타국과의 무역과 달리 남북한의 경제발전 정도, 소비제품의 상이함, 기술 발달의 상이함 등으로 상당한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제까지 중국이나 베트남은 해외에 생산 의뢰했던 부분을 한반도 내에서 진행할 수 있어서, 외화 가득율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기본적인 개념은 우리의 70-80년대에 한국 – 미국의 무역 형태를 되돌려보면 된다. 미국의 풍부한 자본과 앞선 기술이 한국으로 와서 뛰어난 인적자원과 합쳐서 시너지효과를 보면서 전 세계의 상품 시장을 제패하였다. 그런 과정을 이제 남한은 입장을 바꾸어서 다시 기회를 잡게 되었다. 다양한 무역의 형태가 있기는 하지만, 그 중에서도 남북한이 교역을 할 때 다른 나라와의 무역과 비교해서 좀 더 서로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무역의 형태를 살펴보았다. 1) 기술수출
북한이 발전한 산업분야는 방위산업 말고는 별로 없는 듯하다. 수출의 대부분은 1차 산업제품이다. 하지만 1차 산업은 혁신이 느리게 이루어지고, 따라서 부가가치가 커가는 속도도 2차 산업에 비하여 매우 느리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을 계속해서 1차 산업의 생산 기지로 유지한다면 북한 주민의 생활향상을 기대하지 못할뿐더러, 남북한 간의 경제격차는 더 벌어진다. 벌어지는 경제격차는 남북한 주민간의 문화와 생각을 격차를 벌리고, 반목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남북한의 긴장은 더 고조된다. 현재 남한에서 벌어지는 빈부격차가 남북한이 지금보다 더 빈번하고 더 자유롭게 교역하는 시대에, 남북한 간에 다시 발생해서는 안 된다.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북한 경제가 남한과 비슷해지거나 적어도 그 차이를 줄여가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하여 북한 산업을 발전시켜야 하고, 그 방법으로 남한의 기술을 북한 기업에게 수출하는 것이다. 이미 우리는 일본과 미국 기술자를 수입하여 보았고, 우리의 기술자들이 중국. 베트남으로 수출되는 것을 보았다. 유망한 분야로는 봉재, 염색, 신발, 금형, 고객센터 및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 등 거의 전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2) 플랜트수출
공장설비, 선박, 철도차량, 석유시추시설 등의 자본재수출로 자본재의 엔지니어링, 노하우, 건설 시공, 기계, 장치 및 시운전까지 일체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하여 수출하는 것으로 이를 '턴키방식수출' 또는 '산업설비 수출'이라고도 한다. 플랜트수출은 부가가치가 높은 지식집약형의 수출로 상대국의 고용유발효과가 크고 수출에 따른 마찰이 적다. 공장을 수출하면서 어떻게 공장을 운영하는 지의 노하우까지 수출하는 방식이다. 이미 남한의 플랜트 수출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순위에 들어가고 있다. 한전의 발전설비 수출이나 현대중공업의 해양 시출설비 등의 대규모 플랜트 수출도 있다. 이러한 플랜트는 북한의 부족한 전기생산과 지하자원 채굴에 상당한 도움이 되면서, 남북한 주민의 고용증가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또한 대규모 플랜트뿐만 아니라, 중소형플랜트, 기자재 기업들이 모여서 북한에 공장을 수출하는 방법도 있다. 중심이 되는 컨소시엄 회사를 설립하고 연관되는 기계, 배관, 전기, 계측 제어 등의 기자재 기업이 공동 참여하는 방식이다. 필자도 파키스탄에 화장품 생산 공장의 컨소시엄을 추진해 본 경험이 있는데, 작게는 건물과 토지를 수입자가 제공하는 조건이라면 2-3억 원 정도에서도 추진할 수 있다. 필자가 추진했던 중소형 플랜트는 화장품 생산 기자재, 포장기자재 및 포장 설비를 포함한 50만 불 내외로 중소기업청의 지원을 받았다. 마찬가지로 중소형 플랜트의 대북 수출을 위한 ‘남북경협 기금’내 플랜트 수출 보험을 만들어, 참여 기업의 위험부담감을 줄여주는 것도 활성화를 위하여 좋다. 유망산업 분야로는 한국이 많이 수출하는 플라스틱 원료를 바탕으로 하는 플라스틱제품 공장, 화장품 생산 공장, 출판 산업 분야 등 다양하게 가지를 칠 수 있는 분야가 있다.
3) 위탁가공 무역
위탁가공무역이야말로 한국의 경제를 발전하게 한 무역의 대표적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대구 구미 산업단지, 창업산업단지, 구로공단 등은 외국에서 수주 받은 위탁가공무역을 하기 위한 대규모 산업기지였다. 위탁가공무역(improvement trade on consignment)이란 가공임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외국에서 가공(제조, 조립, 재생, 개조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할 원료의 전부 또는 일부를 거래 상대방에게 수출하거나 외국에서 조달하여 이를 가공한 후 가공물품 등을 수입하거나 외국으로 인도하는 수출입을 말한다. 이를 상대의 입장에서 보면 바로 수탁가공무역이 된다. 1998년 이후 북한의 주력 품목인 섬유·의류제품 수출이 주춤하고 북한과 일본, 유럽 주요국과의 섬유부문 위탁가공도 부진해졌다. 반면, 남북 간의 섬유류 위탁가공교역은 빠른 속도로 증가하여, 북한과 외국과의 섬유류 위탁가공 물량의 상당한 부분이 남북 위탁가공으로 전환되었다. 북한은 무역확대 정책의 일환으로 무역방식의 다양화를 강조하고 구체적인 방법으로 중계무역, 가공무역, 재수출 등을 들었다. 무역 다양화 정책의 핵심에는 풍부한 노동력을 활용한 위탁가공 등 가공무역이 자리를 잡았고, 특히 의류부문의 가공무역이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북한의 섬유류 교역 가운데 위탁가공이 차지하는 몫은 상당한데 KOTRA의 과거 추정에 의하면, 60%를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보면, 북한의 대외 위탁가공교역의 하락을 섬유 수출이 부진한 한 가지 원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북한과 일본, 홍콩, 독일 등 주요국과의 위탁가공 교역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개성공단의 급작스런 폐쇄는 북한 위탁가공 무역의 후퇴를 나았다. 개성공단에서 생산되었던 제품의 거의 전부가 위탁무역 방식이었다고 할 수 있다. 가장 활발했던 2015년 개성공단으로의 반출이 12.6억불, 반입이 14.5억불이었다. 그러니까 2015년 남북한의 위탁가공 무역실적은 3억불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이런 액수로 본다면 개성공단이 남북한의 평화유지에 미친 영향에 비하면 실질적인 교역규모는 매우 미미했다고 볼 수 있다. 위탁가공이 유망한 분야는 섬유. 패션제품, 가죽제품, 전자제품 등 베트남이나 중국에 임가공 투자한 산업분야이다.
4) 물물교환
2007년 7월25일 5시쯤 인천항 제1부두에서 트레이드포천호가 폴리에스터 단섬유 500t을 싣고 평안남도 남포로 향했다. 당시에도 남에서 북으로 물자가 가는 게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었지만, 이 경우는 좀 달랐다. 북쪽의 의류, 신발, 비누 생산에 필요한 남쪽의 경공업 원자재 8천만 달러 가운데 일부 품목이 첫 출항한 것이었다. 이를 시작으로 사흘 뒤인 7월28일~8월11일 남쪽의 광산, 철도, 전기 등 인프라 전문가들로 구성된 조사단이 북쪽지역의 3개 광산(검덕, 룡양, 대흥)에 대한 1차 현지 공동조사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남쪽의 경공업 제품 지원과 북쪽의 지하자원 개발 협력의 이른바 남북의 ‘신 경협’이 시작된 것이다. (......) 이 남북 신 경협 사업 이행 기구인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가 밝힌 경공업 원자재 지원의 의미는 이렇다. “북한 지하자원의 공동개발을 통해 광업 등 북한 2차 산업 활성화 및 경제개선 효과를 내고, 남쪽에는 원료가격 상승, 높은 임금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섬유, 신발, 의류 등 경공업에 새로운 활력소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 신 경협은 유무상통이었다. 말 그대로 “있는 것은 주고 없는 것은 받자”는 것이다. 남쪽이 섬유, 신발, 비누 등 북쪽에 부족한 경공업 자재를 제공한다. 그 대신 북쪽은 매장량이 풍부한 아연, 마그네사이트 등 지하자원 현물이나 개발권 등으로 남쪽에 갚는다. (한겨레, 2017.7.26.)
남북 간의 물물교환은 말 그대로 서로 있는 것을 주고, 없는 것을 받으면 된다. 남북 간의 물물교환은 외국에서 원자재를 수입해오는 것과 비교하여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우선 물류비가 적게 든다. 북한에 3000조 원어치 묻혀있는 천연 자원을 남한에서 활용한다면 호주에서 들여오는 철광석이나 석탄과 비교하여 운송비가 적게 든다. 뿐만 아니라 운송기간이 짧아 남한에서 필요할 때마다 주문할 수 있어 재고비와 환경보호에도 이점이 있다. 그리고 제품의 결제에서 남한에서 생산된 현물과 교환하기 때문에 달러나 원화를 이용할 때와는 달리 ‘환 리스크’가 없다. 경제학에서 서로 잘 만드는 것을 만들어 해외 무역하면 된다는 ‘절대 비교우위’의 장점을 그대로 살릴 수 있다.
5) 통과무역
일반 수출입물품은 대외무역법의 규제를 받고 관세법에 따라 제세 징수 및 법규집행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국내 또는 국외로 반출입절차가 진행된다. 외국물품을 국내로 반입하거나, 내국물품을 외국으로 반출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관세법 제241조에 따라 세관장에게 수입 또는 수출신고를 하여야 하고, 세관장은 관세법에 따라 국민보건, 환경보호, 사회 안전 등을 위해 대외무역법 및 수출입관련 법령상 허가·승인·조건 등을 갖춘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이런 일반적인 절차가 아닌, 수출국 화물이 수입국으로 직송되지 않고 제3국을 경유해서 수송될 때가 있다. 국내 항구에서 운송할 배를 바꾸거나 기차 또는 트럭을 이용하여 다른 나라로 계속 운송하고, 통관 절차를 생략한다. 이러한 무역을 제3국의 입장에서 이것을 통과무역이라 한다. 이 경우 통과국인 제3국으로서는 자국 내 통과에 따라 생기는 노무에 관한 보수와 임금 등을 획득하게 된다. 통과무역은 주로 자국 항로가 없어 중추항만(HUB PORT)을 이용한 항로를 사용하기 위해 활용된다. 남북 간의 교역이 자유로워지고 해상 및 육상 운송로가 열리면 이런 통과무역이 이루어지게 된다. 이 때 중추항만의 역할은 남한에서는 부산항과 목포항이, 북한에서는 신의주와 나선 항이 하게 된다. 중추항만은 컨테이너 화물을 유치하는 항구로 세계적으로 중요한 항로에 위치한 초대형 항만을 말한다. 중추항만으로 대부분의 화물들이 모이기 시작하고 이렇게 모인 화물들을 피더(feeder)를 이용하여 각 지역 항으로 화물들이 재운송 되는 경우가 많다. 북쪽으로 가는 화물은 시베리아나 중국 횡단 철도를 통하여 유럽으로 가게 되고, 남쪽으로 가는 화물은 상하이등 중국 남부 연안과 일본으로 간다. 이렇게 되면 남북한은 운송의 편의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수익을 올리게 된다. 이러한 중추항만 지역 주변은 일반적으로 ‘자유무역지대 (Free trade zone)을 설치하여 통관절차를 거치지 않고 관세를 물지 않고 임시로 보관하거나, 구역 내에서 제품의 가공 및 생산할 수 있는 편의를 기업에 제공하며 지역 발전을 꾀하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자유무역지대로는 파나마운하의 끝에 있는 콜론자유무역지대(Colon Free zone)이다. 이 콜론자유무역지대가 있어서 한 때는 남한의 대파나마 무역 규모가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를 넘어서 한국의 10대 수출국이 되기도 하였다.
6) 중계무역
중계무역(intermediary trade)이란 수출을 목적으로 제품을 수입하여 원형 그대로 다시 수출하는 무역을 말하며, 수출상은 수입가격과 수출가격의 차익을 취하게 된다. 이와 같이 중계무역을 행하기 위해서는 관세상의 이점이 있고 또한 금융ㆍ창고보관 등의 측면에서 직접무역보다 간편한 항구가 있어야 한다. 앞서 예로든 파나마가 중계무역지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고, 그 덕분에 파나마는 중계무역은 물론이고 중남미의 금융 중심지로서 위상도 세울 수 있었다. 한국에서 파나마로 수출되는 화물의 대부분은 콜론자유무역지대에서 하역된다. 자유무역지대이기 때문에 파나마의 법률에 저촉되지 않고, 검역도 받지 않은 채 현지 창고에 보관된다. 이 보관된 화물은 중남미 각지로 다시 분할되어 재수출된다. 그 과정에서 파나마의 무역상들은 상당한 이익을 취할 수 있다. 물론 파나마 국민이 소비한다면 파나마 법에 의한 통관 절차와 관세를 지불하고 수입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밀수가 된다. 이처럼 남북교역에 자유롭게 되고, 물류가 남한에서 북한까지 흐를 수 있다면 부산과 목포는 새로운 무역의 중심지가 될 것이 분명하다.
이처럼 남북교역의 활성화는 이전에 우리가 누리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마음껏 활용할 수 있다.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이제 세계는 한반도를 경제발전국가뿐만 아니라, 새로운 소프트파워의 강자로 부강할 나라임을 보게 되지 않을까?
<한경닷컴 The Lifeist> 홍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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