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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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의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 속도가 빨라졌다. 조지아주 공장을 서둘러 착공하고, 기존 내연기관차 생산라인을 전기차로 전환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6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 전기차 전용 공장(HMGMA) 기공식을 열고 공사 시작을 알렸다.

현대차그룹은 이 공장을 2025년 상반기 가동할 예정이다. IRA 때문에 공장 가동을 서둘러야 하는 상황. IRA는 북미 현지에서 생산되지 않는 전기차에 대해 대당 약 1000만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미국에서 판매 중인 현대차 아이오닉5·코나EV·아이오닉 EV, 기아 니로EV· 쏘울 EV·EV6는 전량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되기 때문에 세제 혜택 대상에서 제외된다.
현지시간 25일 열린 현대차그룹 미국 전기차 전용공장 기공식에서 정의선 회장과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주 주지사 등이 삽을 뜨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현지시간 25일 열린 현대차그룹 미국 전기차 전용공장 기공식에서 정의선 회장과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주 주지사 등이 삽을 뜨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조지아주 공장에서는 연간 30만대의 전기차 양산이 가능하다. 조지아주에 있는 기아 미국 생산법인과 앨라배마주 현대차 미국 생산법인과 가까워 부품 조달이나 공급망 관리에도 유리하다.

문제는 IRA가 개정되지 않는다면 공장 가동까지 약 2년간은 현대차그룹 전기차들이 미국 시장에서 보조금을 받지 못한다는 점. 현대차그룹은 이에 대해 고심하며 대응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거론되는 대안은 미국 현지에 있는 공장을 활용하는 방안이다. 기아는 지난 25일 3분기 실적발표 후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조지아주 공장 외에도 미국 현지 공장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차종이나 수익성, 브랜드 등 여러 가지를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현재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제네시스 GV70을 만들고 있다. 다만 미국에서 잘 팔리는 전기차인 아이오닉5는 생산되지 않는다. 현재로선 조지아주 공장의 1호 생산 차종이 아이오닉5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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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에선 최근 IRA에 대한 원론적 입장이 나와 주목된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지난 24일 "우리는 법에 쓰인 대로 시행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불룸버그통신은 "한국 등 외국 자동차 업체들을 구제할 것이란 기대에 찬물을 끼얹은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옐런 장관 발언을 두고 우리 정부는 "관련 업계와 소통하면서 우리 측 의견을 제출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 또한 26일 출근길 약식 회견(도어스테핑)에서 "미국 정부의 일반적 입장과는 차이가 있다"고 언급했다. 미 재무부는 다음달 4일까지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올해 말 IRA 시행 규칙을 마련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다음달 8일로 예정된 미국 중간선거가 IRA 개정에 변수가 될 것이라고 관측한다. 현재 야당인 공화당이 다수당이 되면 IRA 개정을 추진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공화당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IRA 개정 필요성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공화당이 상원 중간선거를 통해 다수당 지위를 탈환하면 IRA 개정 작업에 착수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내에서도 IRA에 대해 반대하는 세력이 꽤 많다. 이를 활용해 최대한 IRA의 무리한 조항들을 개정하거나 지연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