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가을·겨울(F/W) 의류 판매에 돌입한 아웃도어 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패션업계에서 4분기는 매출 70%를 좌우하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코트와 패딩 등을 판매하는 F/W 시즌이 봄·여름철(S/S) 의류보다 마진율이 높다. 아웃도어 업계 관계자는 “겨울철 생산량을 미리 가늠하기 위해 8~9월에 패딩을 선판매하는데 올해 판매량이 저조했다”며 “경기침체 우려로 가을 들어 의류 판매량이 줄어드는 추세라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웃도어 빅모델 전쟁

아웃도어 상품은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던 작년부터 판매량 호조를 보였다. ‘위드 코로나’에 대한 기대로 F/W 일상복 매출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소비둔화가 우려되고 있다. 자산 가격 하락으로 소비자들이 소비를 가장 먼저 줄이는 분야가 패션 상품이기 때문이다. 아웃도어 관계자는 “상반기만 해도 올해 최대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금리인상으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고 말했다. 백화점도 소비둔화를 우려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백화점 매출 증가율은 6.4%로 전월(22.5%)에 비해 크게 하락했다.

아웃도어 시장에는 새로운 브랜드가 속속 진입해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올해에만 K2코리아의 ‘노르디스크’, 롯데백화점의 ‘오프로드’, 코웰패션의 ‘BBC earth’ 등 새 브랜드가 출시됐다.

이에 따라 아웃도어업계는 인지도가 높은 ‘빅모델’을 기용하는 등 대대적인 마케팅을 기획하고 있다. 상품 차별화가 쉽지 않은 만큼 인지도를 높여 판매량을 늘리는 전략이다.

우선 모델 구성에 대폭 변화를 줬다. 블랙야크는 배우 손석구를 새 모델로 기용하고, 주력 제품인 ‘콜드제로 다운’을 내놨다. 이제까지 패딩 다운류는 겉으로 퀼팅(바느질)이 드러났는데, 이를 안으로 숨겨 패딩보다 코트 같은 느낌을 냈다.

블랙야크는 작년에 마케팅 비용을 큰 폭으로 늘려 영업손실을 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에도 마케팅 비용을 많이 책정했다. 블랙야크의 겨울 시그니처 상품 콜드제로 다운 컬렉션은 봉제선이 외부에 드러나지 않도록 퀼팅을 안으로 숨겼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코트처럼 깔끔한 실루엣을 살리면서도 보온성을 동시에 누릴 수 있어 출퇴근룩부터 외출복, 아웃도어룩까지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네파는 ‘유아인 패딩’을 주력 상품으로 밀고 있다. K2의 ‘씬에어 후디’도 퀼팅 없는 매끈한 맵시를 자랑한다. K2 씬에어 후디는 등판에 씬다운을 적용해 털 빠짐과 열이 빠져나가는 콜드 스폿(냉기)이 없어 보온성이 뛰어난 편이다.

노스페이스는 보온성을 높이면서도 가볍고, 슬림하게 착용할 수 있는 ‘에코 히트다운’을 선보였다. 무릎을 살짝 덮는 길이의 ‘에코 히트 다운 코트’는 후드를 탈부착할 수 있고 전체적으로 슬림한 실루엣과 세련된 색상이 특징으로 출퇴근 복장으로도 활용하기 좋다

○경기침체 대비하는 유통업체

유통업체도 다가올 경기침체에 대비하고 있다. 이마트는 창고형 할인점 전면 개편이란 승부수를 던졌다. 브랜드 아이덴티티(BI)도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 ‘트레이더스 홀세일 클럽’으로 전격 개편했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상품 경쟁력 강화에도 박차를 가한다. 카테고리별로 압도적인 가격과 품질을 자랑하는 상품을 지속해서 개발해 고객이 매장을 찾을 수 있는 근본적 요인을 만들 계획이다.

롯데하이마트는 고물가로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을 구매하려는 ‘알뜰족’이 늘어나는 현상을 감안해 자제브랜드(PB)인 ‘하이메이드(HIMADE)’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그 결과 롯데하이마트에서 판매된 150여 개 히터 제품 중 ‘하이메이드 카본히터’ 제품이 판매량 3위에 오르기도 했다. 6만원대 저렴한 가격으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찾는 소비자를 겨냥했다.

식품업계는 ‘제로 칼로리’ 제품을 출시하면서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칼로리를 덜어낸 과일 향 탄산음료 ‘탐스 제로’를 선보였다. 제로 음료란 설탕 대신 아스파탐, 수크랄로스 등 인공감미료를 넣어 당류가 없고 칼로리가 0에 가까운 음료를 의미한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제로 탄산음료 시장 규모는 2019년 452억원에서 지난해 2189억원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