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아닌 사업종료 택해 자산매각 노릴수도' 의문 제기
푸르밀 직원들 본사 앞서 집단반발…"해고통보 철회하라"(종합)
"가장으로서 본의 아니게 죄인이 됐습니다. 가족들의 눈물, 한숨을 보면 피가 솟구칩니다."

26일 서울 영등포구 푸르밀 본사 앞. 오전 10시 30분께 빨간 머리띠를 두른 푸르밀 대구·전주공장 직원 100여 명이 모여 들었다.

지난 1978년 설립 이후 푸르밀 직원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7일 푸르밀은 적자가 누적돼 내달 30일 자로 사업을 종료한다면서 전 직원에게 예고도 없이 해고를 통지하는 메일을 보냈다.

김성곤 푸르밀 노조위원장은 이날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우리는 살고 싶을 뿐이고, 살려달라고 외치는 것은 본능적인 표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경영진이 나서라. 반복된 회피가 파장을 키운다"라며 "지금이라도 공개 매각을 진행하고 사업종료와 정리해고 통보를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전주공장 소속 한 직원의 경우 같은 공장에 다니는 아들의 결혼식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부자가 모두 해고 통지를 받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 공장 직원인 정병철 노조원은 "우리 투쟁은 직장을 지키고자 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날 직원들은 본사 앞에서 '해고는 살인이다', '정리해고 철회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집회가 2시간 넘게 진행됐으나, 회사 관계자는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노조는 특히 푸르밀이 폐업이 아니라 사업종료를 택한 것에 대해 '상식에 어긋나는 조치'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오너 일가가 앞으로 부동산과 기계 등 법인 자산 매각을 진행해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또 해고일이 50일도 안 남은 시점에 이를 통지한 것은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노총 전국화학노동조합연맹도 성명서를 내고 푸르밀 경영진에 "업계 종사자의 생존권 보장과 재매각 등을 비롯해 사태 해결을 위한 논의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푸르밀은 '비피더스', '검은콩이 들어 있는 우유', '바나나킥 우유' 등 익숙한 제품을 선보이는 유가공 전문 기업이다.

1978년 롯데그룹 산하 롯데유업으로 출발했다가 2007년 4월 그룹에서 분사했고 2009년 사명을 푸르밀로 바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