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이자만 2천만원 빚덩이 속 '부지 매각' 낙관론에 무리수
강원도 "회생 개시 결정 자신…회생 가치가 청산 가치보다 커"
레고랜드 사태 '발단' 중도개발공사 자금난 극복 가능성은
레고랜드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가 금융시장을 시작으로 경제 전반에 도미노처럼 심각한 타격을 주는 가운데 사태의 발단이 된 '강원중도개발공사'(GJC) 회생 가능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레고랜드 개발 목적으로 설립된 GJC는 대표이사의 비위와 사업의 불투명성 등으로 인해 레고랜드 사업 전반에 뿌리 깊은 불신을 초래한 전력이 있는 데다 이번 사태 역시 'GJC의 빚덩이'가 시발점이었던 만큼 비판적인 시선이 적지 않다.

◇ 주연으로 탄생했지만 신뢰 잃고 조연으로 전락
2012년 8월 GJC 설립 당시 회사의 간판은 '엘엘개발'(LL Development)이었다.

앞서 강원도는 2011년 9월 영국의 멀린 엔터테인먼트그룹과 5천683억원을 투자해 중도 유원지 일대 도유지·시유지 132만2천㎡에 테마파크 등을 조성하는 투자합의각서(MOA)를 체결했다.

이에 강원도는 레고랜드 개발을 위한 특수목적법인 엘엘개발을 설립하고, 2013년 10월 멀린그룹과 본 협약을 했다.

레고랜드 사태 '발단' 중도개발공사 자금난 극복 가능성은
엘엘개발은 레고랜드 사업 시행사로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았지만, 그 뼈대가 흔들리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14년 고인돌(지석묘) 101기 등 1천400여 기의 청동기 시대 유구가 발굴되면서 한 차례 삐걱했다.

'개발'과 '보존'이라는 두 가치가 충돌했고, 문화재청으로부터 유적을 보존하면서 레고랜드를 조성하라는 조건부 승인을 받아 고비를 넘겼다.

그러나 2015년 엘엘개발 전 총괄개발대표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된 일을 시작으로 2017년까지 전·현직 고위 관계자가 연루돼 지역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비리 사건이 터지면서 엘엘개발은 사업 시행자로서의 신뢰를 잃었다.

문화재 발굴과 비리 사건에 자금력 부족 문제까지 겹치면서 레고랜드 사업은 첫 삽을 뜬 지 7년이 지나도록 허송세월했다.

그런 레고랜드 사업이 변곡점을 맞은 건 2018년이다.

강원도와 멀린사, 엘엘개발은 그해 5월 멀린사가 레고랜드 사업 주체를 엘엘개발에서 멀린사로 바꿔 사업을 추진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총괄개발협약'(MDA)을 맺었다.

그렇게 멀린사가 직접 투자·개발하게 되면서 레고랜드 사업의 '주연'이었던 엘엘개발은 주변 부지 매각과 기반조성 공사 등에 집중하는 '조연'으로 역할이 바뀌었다.

레고랜드 사태 '발단' 중도개발공사 자금난 극복 가능성은
◇ 하루 이자 2천만원…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 GJC
"제2의 알펜시아로 전락 우려", "자금력 바닥", "자생할 수 있는 길 안 보여"
엘엘개발은 2019년 1월 회사명을 지금의 GJC로 바꾸고 조직 쇄신을 꿈꿨으나 뿌리 깊게 박힌 불신과 자금력 부족 문제 등으로 인해 지속해서 시민사회와 의회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부지 매각을 통한 자금 확보가 여의치 않으면서 연대책임을 진 강원도가 GJC의 사업 자금 확보를 위해 '돌려막기식 지원' 이라는 무리수를 던졌기 때문이다.

2019년 11월 GJC가 자금 부족으로 주차장 조성 사업을 할 수 없게 되자, 강원도가 강원도개발공사(GDC)를 끌어들여 수익성을 담보하기 힘든 주차장 조성 사업을 맡기는 촌극이 벌어졌다.

강원도가 GDC로 하여금 주차장 조성을 할 수 있도록 GDC가 보유한 강원랜드 주식을 매입하고, GDC가 GJC 소유 주차장 땅을 사면 GJC가 자금 유동성을 확보하는 방식이었다.

해당 시기 강원도가 도의회에 제출한 행정사무감사 자료를 보면 그해 9월까지 GJC가 레고랜드 사업을 위해 대출받은 금액은 2천140억원으로, 2013년부터 2019년 9월까지 발생한 이자만 250억원에 달했다.

연도별로 보면 2013년 2억7천여만원, 2014년 22억여원, 2015년 31억여원, 2016년 46억여원, 2017년 51억여원, 2018년 47억여원, 2019년 1∼9월 47억여원이었다.

2019년 11월 당시 하루 이자만 2천여만원으로 한 달이면 6억여원, 1년이면 72억여원을 갚아야 했으나 이때 GJC가 보유한 잔액은 56억원에 불과했다.

강원도와 GJC는 자금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주변부지 매각을 통해서 사업비를 조달하면 된다'는 입장을 되풀이했지만, 오늘에 이르기까지 매각 실적은 사실상 '제로'(0)라고 봐도 무방하다.

GJC가 보유한 중도 내 땅은 41만7천㎡로 이 가운데 36만㎡(86%)를 매각했고 5만7천㎡(14%)가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 중 강원도와 GDC가 산 부지를 제외하면 잔금까지 치르고 소유권이 완전히 이전된 곳은 1만3천㎡ 규모의 1개 필지뿐이기 때문이다.

레고랜드 사태 '발단' 중도개발공사 자금난 극복 가능성은
◇ 강원도 "회생 가치 > 청산 가치…당장 땅 팔아도 부채 못 갚아"
강원도가 GJC에 대한 회생 신청 결정으로 인해 자금시장에 혼란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하지 못한 점은 차치하고, 실제로 회생 신청이 법원에 받아들여질지도 반신반의하는 시선이 많다.

강원도 관계자는 "회계법인을 통해서 1차 평가한 바에 따르면 청산 가치보다 기업회생 가치가 더 높게 나왔다"고 말했다.

파산시키는 게 나은지, 살릴만한 가치가 있는지 평가했을 때 후자 쪽에 더 무게가 실렸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지금처럼 부정적인 여론만 아니라면, 냉정하게 회생만 놓고 봤을 때는 회생 가능성이 높다"며 "거의 100%에 가깝다"고 자신했다.

그렇지만 회생 신청 결정 전에도 대출금 총 2천50억원 중 최종적으로 최소 412억원은 자체 상환이 불가능했던 점을 고려하면 회생 신청이 받아들여진다 한들 부채를 완전히 상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GJC는 지난 9월 도의회에 대출금 상환을 비롯해 각종 지출 규모가 4천542억원에 달하지만, 부지 매각 등으로 올릴 수 있는 수익은 최대 4천130억원으로 최소 412억원의 적자가 난다고 보고했다.

강원도 관계자는 "땅을 팔아서 부채를 갚는다는 건 현실성이 없다"며 "지적공부(地籍公簿·토지정보를 기록한 대장·도면) 정리가 되지 않아 소유권 이전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계약을 체결한 것 중 계약금만 들어온 것도 있고 중도금까지 들어왔으나 잔금을 못 받은 것들도 있지만 GJC가 당장 땅을 팔아는 도저히 빚을 갚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GJC 관계자는 "회생 신청 없이 진행했다고 하더라도 412억원이 모자라는 것도, 지금 당장은 자금력이 없는 것도 맞다"면서도 "회생 신청으로 인해 자연적으로 자산의 이동을 수반하는 모든 거래가 '올스톱' 됐고, 이 사달이 났는데 과연 비싸게 팔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