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폴리실리콘 제조업체인 OCI가 지난해부터 태양광 수요 증가에 힘입은 ‘슈퍼 랠리’로 연이은 호실적을 내고 있다.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해 신재생에너지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지원하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지속적인 태양광 수요 증가가 예정돼 있어 호실적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OCI는 올 3분기에 연결 기준 매출 1조2825억원, 영업이익 2891억원을 올렸다고 26일 잠정 공시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4.3%, 48.6% 늘었다. 영업이익은 시장 컨센서스(전망치) 2714억원을 웃돈다.
OCI에 따르면 폴리실리콘 사업(베이직케미칼) 영업이익은 2009억원으로, 전체 영업이익의 69.5%에 달했다. 폴리실리콘 사업 이익률은 40%에 달한다. 이우현 OCI 부회장은 이날 온라인 기업설명회(IR)에 직접 나와 “중국 주요 폴리실리콘 업체들의 정비 강화 및 쓰촨 지역 전력난 등으로 3분기 폴리실리콘 공급 부족 및 가격 강세가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폴리실리콘은 반도체 웨이퍼와 태양전지의 태양광 패널에 쓰이는 핵심 원재료다. 폴리실리콘을 앞세워 2011년 창사 이후 최대치인 1조1179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OCI는 최근 10년 새 2013~2015년, 2019~2020년 등 5년간 영업적자를 냈다. 중국 업체들이 2010년대 들어 싼값의 폴리실리콘을 대량 생산하면서 가격이 ㎏당 10달러 밑까지 추락한 게 결정타였다.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가 고착됐다. 업계에서 추정하는 OCI의 폴리실리콘 사업 손익분기점(BEP)은 ㎏당 7~8달러다.

업계에 따르면 폴리실리콘 가격은 이달 중순 기준 ㎏당 40달러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직후인 2020년 5월(5달러) 대비 8배 가까이 올랐다. 탄소중립이 전 지구적 과제로 떠오르면서 글로벌 태양광 설치량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4분기에도 태양광 슈퍼랠리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은 “4분기는 본격적인 (태양광) 설치 성수기”라면서도 “폴리실리콘 신규 증설 물량이 늘어날 가능성에 대한 영향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OCI는 2020년 초 국내 군산공장에서 태양광 폴리실리콘 사업을 중단한 뒤 말레이시아 공장에서만 연간 3만t 가량을 생산하고 있다. 생산량 기준 세계 7위다. 지난 6월 말 3만5000t까지 생산능력을 확대한 ‘디보틀네킹’(공정개선)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수익성도 더욱 개선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OCI는 미국 텍사스주에 있는 태양광 모듈 제조 자회사인 미션솔라에너지 공장도 증설할 계획이다. 4000만달러(약 570억원)를 투자해 기존 주거용 모듈 외에 상업용 및 산업용 모듈로 제품군을 확대하고, 고출력·고효율 제품인 M10 모듈을 생산할 예정이다. 올 4분기부터 증설에 들어가 이르면 내년 말부터 상업 생산을 시작한다. 이번 증설을 통해 미국 태양광 모듈 공장 생산 능력은 210㎿에서 1GW로 다섯 배가량으로 늘어난다.

OCI는 이번 증설을 시작으로 IRA 시행으로 지속적인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미국 태양광 시장의 성장세에 선제 대응할 방침이다. IRA는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해 미국 내 신재생에너지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IRA 시행으로 OCI는 내년부터 10년간 최대 5억6000만달러(약 8000억원)의 모듈 생산 지원 혜택을 받게 된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