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훈 칼럼] 왜, 언제나, 정치는 경제를 망치나 <上>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레고랜드 사태에 채권시장 패닉
사업 시작도, 끝도 정치적 타산
무더기로 쏟아진 23조원 한전채
탈원전과 전기요금 동결 후폭풍
자산시장 거품 언젠가 터지듯이
포퓰리즘 종착역은 경제 파탄
조일훈 논설실장
사업 시작도, 끝도 정치적 타산
무더기로 쏟아진 23조원 한전채
탈원전과 전기요금 동결 후폭풍
자산시장 거품 언젠가 터지듯이
포퓰리즘 종착역은 경제 파탄
조일훈 논설실장
![[조일훈 칼럼] 왜, 언제나, 정치는 경제를 망치나 <上>](https://img.hankyung.com/photo/202210/07.29472568.1.jpg)
레고랜드는 민간기업 같으면 절대 손대지 않았을 사업이다. 착수한 지 11년 여에 걸쳐 사업 계획이 계속 축소되고 뒤틀리면서 경제성이 크게 떨어진 데다 사업구조도 합작사인 영국 멀린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짜여 불공정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최문순 전 강원지사의 치적 욕심이 작용했다고 본다. 김진태 현 지사가 레고랜드 운영사인 강원중도개발공사를 부도낸 것은 그 자체로 납득할 만한 일이었다. 더욱이 호텔, 리조트, 컨벤션센터, 상가 등을 건설하는 데 1조원 이상을 추가 투입해야 할 판이었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김 지사나 주변 참모들이 채권시장 상황을 알았겠느냐는 생각도 든다. 민생을 입에 달고 살아도 시장의 작동원리를 알고 있는 정치인은 극소수다. 정치적으로 눈에 보이는 서민 대출금리는 챙기면서도 그 이자율이 적자국채 금리 상승과 연동돼 있다는 사실은 모르거나 모른 체한다. 레고랜드 사태가 몰고 온 채권시장 패닉은 올 들어 한국전력이 발행한 채권이 무더기로 시장에 쏟아지는 상황과 연결돼 있다. 연간 최대 40조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는 한전은 올 들어 23조원이 넘는 채권을 발행했다. 지난해(10조3200억원)의 두 배, 2020년(3조4200억원)의 일곱 배가 넘는 규모다.
엄청난 물량을 쏟아내면서 발행금리도 급등하고 있다. 신용등급은 국가신용등급(AAA)과 같은 수준이지만 2년물 기준 금리가 연 5.99%까지 치솟았다. 이제 웬만한 대기업은 무조건 연 6% 이상의 금리를 부담해야 하는 질서가 만들어졌다. 한전이 막대한 적자에 봉착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무모한 탈원전과 여야 가릴 것 없이 전개된 정부의 전기요금 억제 때문이다. 2017년 5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냈던 한전은 탈원전 정책이 본격화한 2018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무려 29조원 상당의 손실을 냈다. 전기요금은 놀랍게도 2013년 11월 이후 거의 제자리걸음이다. 한전이 필사적으로 매달린 연료비 연동제는 철저히 무력화됐다.
(내일자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