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산유국들의 모임인 OPEC+의 지난달 감산 결정 이후 관계가 나빠진 미국과의 신경전에서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 역시 확전은 자제하는 모습이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은 리야드에서 열린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 포럼에서 ‘미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복원하겠느냐’는 질문에 “사우디가 더 어른스러운 입장을 취하고 그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 볼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사우디가 미국 편이냐 아니냐’는 질문을 계속 받고 있는데 ‘우리는 사우디 국민 편’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다만 그는 미국의 전략비축유 방출 결정에는 여전히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빈 살만 장관은 “비상용 비축유를 목적과 다른 용도로 고갈시키고 있다”며 “비축유는 공급 부족을 완화하기 위한 것인데, 시장을 왜곡하기 위한 장치로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백악관은 사우디와의 관계 재검토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자제하면서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 사안을 계속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통령은 앞으로 사우디와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갈지를 두고 전략적으로 사고할 것”이라며 “의회 양당, 파트너 및 동맹 그리고 사우디와 시간을 갖고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우디가 감산 결정 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지 병합 시도를 규탄한 유엔 결의에 찬성하고 우크라이나의 재건과 인도적 지원에 400만달러를 공여하겠다고 약속했다면서 이를 “주목한다”고 평가했다. 사우디의 이후 행동에 긍정적인 부분이 있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는 “이런 조치가 감산을 상쇄하지는 못하지만 주목할 만하며, 우리는 사우디가 향후 몇 주간 어떻게 행동하는지 지켜보고 검토에 참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