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상승했다. 달러화의 가치가 이전보다 하락했고 미국의 휘발유 재고가 감소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다.

2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유(WTI) 선물(12월물)은 전 장보다 3.03% 상승한 87.9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날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1월물)도 전 장보다 2.23% 오른 93.79달러를 기록했다.
달러 약세와 휘발유 재고 감소…국제유가 2% 이상 뛰었다 [오늘의 유가 동향]
미국의 주간 원유 재고가 늘어났지만 휘발유 재고가 줄었다는 소식이 유가를 밀어올렸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전체 원유 재고가 전주 대비 258만8000배럴 늘어난 4억3994만5000배럴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60만 배럴 증가보다 더 크게 증가했다.

다만 휘발유 재고는 한 주간 휘발유 재고는 147만8000배럴 줄어 2억789만배럴을 기록하며 예상치보다 가파르게 줄었다. 애널리스트들은 앞서 휘발유 재고가 90만배럴 가량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이클 린치 스트래터직에너지앤드이코노믹리서치 대표는 "EIA 자료가 앞서 발표된 API 재고보다 (유가에) 더 강세 쪽이었다"며 "휘발유 재고가 줄어든 것은 경제가 예상만큼 약하지 않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원유 수출이 늘었다는 점도 국제유가를 지지하는 요인 중 하나다. EIA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의 원유 수출은 하루 510만 배럴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존 킬더프 어게인 캐피털 애널리스트는 "수출 덕분에 (국제유가 전망이) 낙관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했다.

달러화 약세도 겹쳤다. 원유는 통상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에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달러화로 거래되는 원유가 체감상 저렴하게 돼 수요가 촉진된다. 달러화는 미국 중앙은행(Fed)가 금리인상의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지속적인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다. 영국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금융위기 우려가 완화되면서 파운드화와 유로화 강세가 확대된 점도 약세 요인 중 하나다. 이날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산정하는 ICE 달러인덱스는 전 장 대비 1.1%가량 하락한 109.72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필 플린 프라이스퓨처스 그룹 선임 시장 애널리스트는 "유가가 오른 것은 달러화 약세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유럽이 12월부터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금지하고 해운 보험 산업에서 러시아 유조선을 배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JP모간은 보고서에서 “유가는 2024년까지 글로벌 수요와 수급 펀더멘털보다는 러시아 석유를 수송하는 유조선의 가용성에 큰 영향을 받아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썼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