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세부 비상착륙 순간…반말로 "고개 숙여" 외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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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원분들이 '머리 숙여'라고 계속 소리를 치시더라고요. 그때부터 이게 실제상황이구나, 우는 사람도 있었고."
지난 23일 밤 필리핀 세부 공항에 비상 착륙한 대한항공 여객기 승객이 극도의 공포감에 휩싸였던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당시 비행기에 탑승했던 A 씨는 사고 직후 세부 전문 인터넷 카페에 글을 올려 "진짜 영화 한 편 찍었다"고 회상했다.
A 씨는 "비상 착륙한다는 기장의 방송 이후 랜딩 시도하자 모든 승무원이 소리를 지르는데, 처음에는 이 소리 지르는 것 때문에 더 놀랐다"며 "승무원이 머리 박아(head down) 반복하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고 했다.
또 다른 탑승객 B 씨는 "기장이 방송으로 '기상이 너무 안 좋아서 안전을 위해 고어 라운드(착륙시도 후 다시 상승)한다 했다"면서 "(두 번째 시도에서)활주로에 닿는데 '쾅' 소리가 났다. 소리가 너무 컸다. 당시 승무원들이 '머리 숙여'라고 소리를 질렀고, 이에 진짜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을 느꼈다"고 전했다.
B 씨는 "조명 같은 것도 영화처럼 깜빡깜빡하고, 뒤에 있는 승객분은 막 울었다"며 "비상 착륙한다는 말을 듣고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했다"고 말했다.
일부 언론에서 승객들이 당시 놀란 상황을 인터뷰해 보도하자 일각에서는 '고개 숙여'라고 반말로 소리 지른 데 대해 궁금해하는 반응도 터져 나왔다.
이에 대해 한 비행기 조종사는 "객실에서 승무원들은 기장이 마지막에 방송한 'Brace for Impact' 이후에는 반말 샤우팅으로 "고개 숙여", "헤드다운"을 계속 단체로 외치게 되어 있다"고 매뉴얼을 전했다.
대한항공 기장으로 근무 중인 C 씨는 "반말로 소리쳐야 패닉 상태의 승객들이 단순 간단명료한 지시에 반응을 할 수 있다"면서 "저 절차가 수많은 비상착륙과 인간의 본성을 연구한 끝에 나온 최선의 절차다. 비상착륙과 연이은 비상탈출은 교과서적인 모범사례였다"고 설명했다.
승객과 승무원 173명을 태운 대한항공 KE631편은 착륙 시도 세 번 만에 비상착륙 했지만, 활주로를 이탈해 수풀에 가까스로 멈췄다.
대한항공 측은 기상 악화로 비상 착륙을 시도했다며, 탑승객과 가족들에게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