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술 총동원해 작업환경 개선
정교한 빅데이터 기반의 안전사고 예측 시스템이 매일 아침 각 생산 부서에 자동 발송되는 알람 메일을 통해 주의사항을 알려준다.
관리감독자가 작성한 작업지시서는 현장 근로자 휴대폰으로 전송돼 상세한 작업 내용 확인과 셀프 안전 점검이 가능하다.
야드를 돌아다니는 모든 중장비(지게차, 굴착기, 스키드로더, 휠로더)에는 운전자가 카메라 모니터를 보지 않더라도 장애물을 자동 감지하는 지능형(AI) 인체감지 시스템이 설치돼 ‘운전자 시야 사각지대’로 인한 안전사고 가능성을 원천 차단한다. 이는 현대중공업의 실제 현장 안전관리 모습이다.
안전관리에 디지털 기술(DT)을 활용하고 있는 것도 인상적이지만 ‘안전 최우선’ 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체계적인 안전 활동은 현장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안전사고를 반드시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안전 조직 및 투자 확대
현대중공업은 안전한 작업환경 조성과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안전부문 인력 20% 증원 등 안전 담당 조직 강화를 시작으로 올해 1월에는 실질적인 전사 안전 기능을 총괄할 수 있도록 기존 안전경영실과 부문별 현장 안전관리 조직을 통합해 안전통합경영실로 변경하고, 전사 최고안전책임자(CSO)에 사장급 인사를 단행했다.현대중공업이 2020년부터 올해까지 편성한 안전 예산은 7000억원 수준으로 실질적인 안전 경영 관련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실질적인 안전 개선을 위해 현장 유해요인 확인 및 개선을 위한 신규 위험성 평가시스템 구축, 고위험 공정 종사자 대상 체험·실습형 안전교육 강화 등 안전 인프라 구축 및 교육을 확대하고 있다.
안전 관련 긴급 예산을 편성해 예산에 구애받지 않고 신속히 안전조치를 시행할 수 있는 프로세스도 도입했다.
○안전 최우선 경영 확립
현대중공업은 공정 불안정, 원가 절감 등의 이유로 ‘안전 최우선’ 가치가 위협받지 않도록 경영층 의사결정 기구인 ‘안전-생산 심의위원회’를 신설했다. 안전은 공기(工期), 예산 등 모든 가치보다 최우선하며, 현대중공업에 출입하는 모두가 안전하게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의지다.올해 4월부터는 3대 안전시설물(발판·조명·환기)의 안전성을 국내 최상 수준으로 강화하기 위해 별도 TF 조직을 구성했다. TF 활동을 통해 △국내 최초 개발한 방폭 LED 스트랩 조명등 설치 △10m 이상 고소작업 구역 추락 안전망 도입 △ 긴급복구팀 운영 등 활발한 개선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이상균 사장을 비롯한 전 임원과 생산 및 생산지원 부서 부서장, 사내 협력회사 대표 등 580여 명이 참여해 안전예방 활동을 하고 있다. 생산 현장에서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를 직접 찾아 개선하는 동시에 ‘안전 최우선’ 경영에 대한 회사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구성원 모두의 안전의식을 높이고 있다.
○현장 안전예방 활동 강화
표준작업 준수는 안전한 작업환경 조성의 출발점이다. 현대중공업은 ‘공정-작업-행동’의 3단계로 세분해 작업 단위별 표준을 작성하고, 조선업 특성을 반영해 위험성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위험요인이 파악되면 대책을 수립하고 새로운 표준에 반영하면서 자체 안전생산체계인 ‘Hi-Standard’를 구축했다.고위험 작업에 대해서는 ‘관리감독자(1차) → 안전지킴이(2차) → 안전요원(3차)’으로 이어지는 3중 안전관리를 해 안전한 작업환경을 마련하고 있다.
사내에 출입하는 모든 구성원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이미 수립된 중대재해 차단 대책을 이행하고 점검하는 전담인력인 ‘안전지킴이’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협력사 안전관리 지원
조선소 현장에는 수많은 협력사들이 함께 있는 만큼 현대중공업은 협력사들이 자체적으로 안전관리 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을 발굴해 나가고 있다.먼저 현대중공업그룹 기술연수생 양성 과정에 ‘안전관리’ 과정을 신설, 자체 교육 프로그램과 함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교육 과정을 접목해 한 달 이상의 수준 높은 안전교육을 하고 있다. 교육 수료자에게는 사내협력사 안전관리자로 취업할 수 있는 채용연계 기회도 주어진다.
사내협력사 안전관리자에 대한 지원도 확대했다. 현대중공업은 2017년부터 사내협력사 안전관리자 선임을 의무화하고, 1인당 월 최대 300만원의 선임 지원금을 지급해 왔는데, 제도를 개선해 지원금 지급 대상을 1명에서 2명으로 늘렸다. 또한, 안전관리자 선임 가능 연령 기준도 만 58세 이하에서 만 62세로 완화해 현장 경험이 풍부한 유경험자들의 채용 기회도 확대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안전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경영의 최우선 가치며, 앞으로도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데 전 임직원이 함께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