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화학 계열사인 롯데정밀화학이 세계 최초로 상업 생산된 청정(블루) 암모니아 수입계약을 체결했다. 지금까지 청정수소·암모니아 생산 프로젝트 관련 업무협약(MOU)을 맺은 사례는 많지만 실제 공급 계약이 이뤄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롯데정밀화학과 사빅 관계자들이 26일(현지시간) 사우디 리야드 사빅 본사에서  청정 암모니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롯데정밀화학 제공
롯데정밀화학과 사빅 관계자들이 26일(현지시간) 사우디 리야드 사빅 본사에서 청정 암모니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롯데정밀화학 제공
롯데정밀화학은 26일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사우디 국영회사 아람코 자회사인 사빅·마텐 등과 각각 2만5000t의 청정 암모니아 수입 계약을 체결했다. 세계 최초로 글로벌 인증(독일 TUV)을 받은 5만t의 청정 암모니아를 올 연말까지 국내에 들여올 예정이다. 사빅은 아람코가 70% 지분을 가진 화학사업 자회사며, 마덴은 사우디 정부가 지분 50%를 보유한 비료 분야 국영기업이다. 아람코 회장이 마덴 공동 회장을 맡고 있다.

작년 10월 사우디 에너지장관인 압둘아지즈 빈 살만 왕자는 수소시장 투자를 통해 세계 최대의 수소 수출국으로 변신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생산된 첫 청정 암모니아 물량을 사우디가 국내에 전격 수출하기로 한 것이다.

이번에 공급 계약을 맺은 청정 암모니아는 연내 롯데정밀화학의 암모니아 터미널이 있는 울산으로 들여올 예정이다. 암모니아는 합성섬유, 플라스틱, 반도체 제조 공정 등 다양한 산업에 사용된다. 빠르면 2025년부터 국내 화력발전소에서 석탄과 혼합 연소 등 저탄소 에너지원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암모니아를 수소로 변환하는 기술이 상용화되면 수소 운반체 및 청정수소 원료로도 사용할 수 있다. 수소는 부피가 크고 폭발성이 강한 데다 액화하려면 극저온(영하 253도) 냉각이 필요해 이송과 저장이 까다롭다. 이를 보완해주는 것이 암모니아다. 암모니아(NH3)는 질소 원자 1개와 수소 원자 3개가 결합한 화합물이다. 수소를 암모니아로 변환한 다음 국내로 들여온 뒤 다시 수소를 추출하는 게 가능하다. 암모니아는 액화수소와 달리 상온에서 쉽게 액화되고, 액화수소 대비 단위 부피당 수소 저장용량이 1.7배가량 크다.

롯데정밀화학은 관련 기술을 국책 과제 주관사로 연구 중으로, 울산 공장 내 실증 설비를 구축하고 있다. 롯데그룹 화학군은 2030년까지 120만t 규모의 청정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유통·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김용석 롯데정밀화학 대표는 “이번 세계 최초 블루 암모니아 공급 계약으로 글로벌 청정수소·암모니아 공급망 구축의 의미있는 첫 발을 내디뎠다”며 “롯데화학군과 사우디 아람코가 맺은 블루수소·암모니아 협약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등 2030 수소 성장 로드맵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