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 및 재정지출 긴축 목표
"최소 100억파운드 절감 가능"
영국 총리실은 26일(현지시간) 수낵 총리가 주재한 첫 내각 회의가 끝난 뒤 성명을 통해 “10월 31일로 예정된 중기 재정 전망 발표를 11월 17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수낵 총리는 이날 내각 회의에서 장관들에게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게 중요하고, 내각과 그런 결정을 확인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며 “지속가능한 기반 위에 공공 재정을 투입하고 중기적으로 부채를 줄여나갈 방법을 명시하겠다”고 말했다.
리즈 트러스 전임 내각의 대규모 감세안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대혼란을 초래한 만큼 재정 적자를 메울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데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수낵 내각이 발표할 재정 계획에는 400억 파운드(약 65조원) 규모의 예산 부족분을 메울 방안이 담길 예정이다.
경제가 개선되면서 달라진 시장 상황을 재정계획에 적용한다. 이전 정부와 달리 영국 예산정책처(OBR)가 내놓은 최신 시장 동향을 반영한다. 트러스 내각 때 변동성이 심해진 시장에 맞춰진 지표를 기준으로 활용하지 않겠다는 의도다.
OBR 대변인은 “당초 예정대로 이달 31일 재정계획을 발표하려면 트러스 내각 때 정해진 휘발윳값과 국채 금리, 금값 등을 재정 계획 지표로 사용해야 했다”며 “수낵 총리는 극심한 변동성이 줄어든 수치로 재정 계획을 짜려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낵 내각은 다음 달 17일까지 증세와 재정지출 삭감을 검토할 방침이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최대 200억파운드 규모의 증세안을 검토한다. 또 국방부와 복지부 등 각 부서마다 예산을 10~15%씩 절감할 계획이다.
이전 내각의 실책을 만회하려 선 긋기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트러스 전 총리는 경제성장을 촉진한다며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쳤다. 재원이 뒷받침되지 않는 대규모 감세를 동시에 추진하다가 파운드화 가치 급락, 국채금리 상승, 국가신용도 불안 등 영국 경제에 충격을 주며 실각했다.
수낵 내각은 이날 회의에서 트러스 전 총리의 국방예산 증액, 사회수당 인상 등 주요 경제정책을 모두 폐기하는 방향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물가상승률, 평균 임금 상승률을 고려해 최소 2.5% 이상 매년 연금 수령액을 올리는 ‘트리플 록(Triple lock)’ 규정을 손볼 계획이다.
영국 싱크탱크인 리솔루션재단은 “2주 동안 재정 계획 발표를 지연하는 동안 영국 재무부는 실질적으로 100억~150억파운드를 절감하는 예산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