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전엔 비웃었는데…이제 유튜버가 미디어시장 주축 됐다" [ABCD포럼]
"성인 100명 중 90명이 온라인 콘텐츠를 소비하고, 10대 100명 중 96명이 스마트폰을 필수 매체로 꼽았습니다. 크리에이터가 만드는 콘텐츠 없이는 미디어 시장을 설명할 수 없는 시대가 됐습니다."

이필성 샌드박스네트워크 대표(사진)는 한경닷컴이 2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개최한 '2022 한경 디지털 ABCD포럼'에 강연자로 나서 이같이 밝혔다.

'웹3.0 시대의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를 주제로 강연한 이 대표는 "7년 전 창작자매니지먼트(MCN) 사업을 시작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비웃었다. 유튜버가 연예인처럼 될 수 있을 것 같냐고 했다"면서 "TV 중심의 주류 미디어 환경이 유튜브로 넘어올 수 있을지 고민했지만 유튜브 디지털 콘텐츠가 대중에게 어필하는 시대는 상상했던 것보다 빨리 다가왔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샌드박스네트워크 소속 유튜버인 '슈카'를 사례로 꼽았다. 슈카는 242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명 경제 유튜버다.

그는 "경제 상식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다. 유튜브 콘텐츠로 관심사에 이렇게 몰입할 수 있다는 것이 재미있었다"면서 "시장 성장 가능성을 확신하는 계기가 됐다. 크리에이터가 만드는 콘텐츠 없이는 미디어 시장을 설명할 수 없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현재 샌드박스네트워크에는 슈카뿐 아니라 도티·조나단·승우아빠 등 유명 유튜버를 비롯한 44명의 크리에이터가 소속돼 있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생태계가 커지면서 샌드박스네트워크도 소속 유튜브를 매니지먼트 하는 다중채널네트워크(MCN) 기업에서 나아가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진화했다.

이 대표는 "TV와 유튜브의 경계가 허물어졌다. 연예인이 샌드박스네트워크 콘텐츠에 출연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회사 소속 크리에이터가 TV에 출연하는 식"이라며 "디지털과 방송을 구분짓는 게 의미 없어졌다. 샌드박스네트워크도 콘텐츠를 만들고 출연자를 매니징하며 사람들을 즐겁게 만드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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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으로 시작한 콘텐츠는 브랜드가 돼 오프라인 시장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요리 전문 유튜버 '승우아빠'의 콘텐츠를 이 같은 특징이 잘 드러난 사례로 꼽았다.

셰프 출신인 승우아빠는 구독자 165만명을 보유했다. 단순 구독이나 콘텐츠 시청을 넘어 그가 만든 요리를 직접 먹어보고 싶어 하는 구독자들이 늘자 샌드박스네트워크와 손을 잡고 '키친마이야르라'는 식당을 차렸다.

오픈 키친, 오픈 스튜디오처럼 꾸며진 식당은 이미 3개월치 예약이 꽉 찼을 정도로 손님들로 붐빈다. 유튜브 구독자는 물론이고 다른 유튜버들도 리뷰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이곳을 찾을 정도로 입소문을 탔다.

시청자와 크리에이터의 상호작용은 더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 대표는 "트위치나 아프리카TV 스트리밍은 많게는 5만~10만 시청자가 접속한다. 시청자와 크리에이터가 상호작용 할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웹 3.0시대에는 탈중앙화가 가능해진다. 블록체인, 대체불가토큰(NFT) 등 새로운 기술을 발판으로 시청자와 크리에이터, 편집자 등에 합리적인 보상과 분배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TV가 처음 등장했을 때 많은 비난을 들었지만 지금 시점에서 보면 그 비난은 우스워졌다. 디지털 미디어로 소비활동이 넘어온 것은 10년이 채 되지 않는다"며 "아직까진 미숙해보일 수 있지만 디지털 미디어로 전환된 트렌드는 웹3.0과 연계해 큰 힘을 갖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은지/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