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 때 조성, 광산 시설 노후화도 원인 지적
2달 사이 두번째 사고에도 "해당 갱도 외 다른 갱도 채굴 못 막아"
봉화 아연광산 연거푸 사고, 왜?…"법 미비, 광물값 상승 한몫"
경북 봉화 아연 채굴 광산에서 2개월 만에 또다시 매몰 사고가 발생하면서 잇단 사고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광물 가격 상승에 따른 무리한 채굴 가능성, 법 규정 미비, 광산 시설 노후화 등 다양한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있다.

27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께 봉화군 재산면의 한 아연 광산 지하 190m 갱도 안에서 작업을 하던 50∼60대 광부 2명이 연락이 끊겼다.

사고는 수직 갱도 하부 46m 지점에서 갑자기 밀려 들어온 토사 수백t이 갱도 아래로 폭포처럼 쏟아지며 발생한 것으로 잠정 조사됐다.

아래에 있던 광부들은 사고 발생 20여 시간이 경과한 27일 오후 4시 현재까지 연락이 두절된 채 고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광산에서는 2개월 전인 지난 8월 29일에도 비슷한 사고가 났다.

당일 오전 10시 6분께 지하 50m 갱도 안에서 채석 작업을 하던 광부 2명이 광석 더미에 미끄러지면서 5m가량 아래 구덩이에 빠져 매몰됐다가 1명은 구조되고 나머지 1명은 사고 발생 6시간여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이처럼 같은 광산에서 2개월 간격으로 비슷한 사고가 난 것과 관련해 무리한 채굴이 한 원인으로 거론된다.

광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세계적인 원자잿값 급등으로 인해 희토류는 물론 구리, 아연 등 광물 가격이 크게 올라 기업들이 원자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같은 사정이 광산업체들로 하여금 웬만하면 광물 채굴에 나서게 하는 유인이 된다는 설명이다.

광산 자체의 노후화도 지적된다.

이날 사고가 난 갱도는 일제 강점기 때 처음 만들어진 것이어서 최소한 80년가량 됐다.

이럴 경우 갱도 내부는 자연 풍화에 의해 내부의 암석들이 부스러져 안전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날 사고도 갱도 안에서 '펄'이라고 불리는 토사가 쏟아져 내리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광산이 오래될수록 광물을 캐기 위해 더 깊게 파 내려가야만 해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은 그만큼 더 커진다고 볼 수 있다.

또 현행 광산안전법에는 갱도 안에서 몇 m 간격으로 지지대를 설치해야 한다는 등 구체적인 규정이 없이 채굴업자 재량에 맡겨 놓은 것도 한 요인으로 거론된다.

무엇보다 같은 광산에서 연거푸 사고가 나도 해당 갱도 외에 다른 갱도에서 채굴 작업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점도 사고 발생을 부추기는 중요한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인 동부광산안전사무소 관계자는 "광산마다 지형과 여건이 달라 지지대 간격 등 구체적인 규제를 할 수 없는 실정"이라며 "사고가 난 갱도는 무기한으로 작업 중지 명령을 하지만 나머지 정상 갱도는 해당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