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자 2명 구조 최소 사흘 예상…"왜 이렇게 늦게 신고했는지"
"얼마나 떨고 있겠어"…봉화 광산매몰 가족들 '발 동동'
"저 밑에서 지금 얼마나 떨고 있겠어. 살아있길 바라야지."
경북 봉화군의 '아연 채굴 광산 매몰 사고'로 작업자 2명이 고립된 가운데 매몰 작업자 박모(62) 씨의 아내는 사고 현장을 지켜보며 현실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

박씨 아내는 제2 수갱(수직갱도) 인근 컨테이너 사무실에서 구조 작업을 지켜보며 연신 한숨을 내뱉었다.

그는 "빨리 꺼내야 하는데, 왜 이렇게 신고를 늦게 했는지 모르겠다"며 "사고가 났다는 소식을 오늘 오전 8시 48분에야 접했다"고 말했다.

회사가 119에 신고한 건 사고 발생 14시간 반이 지난 27일 오전 8시 34분에서다.

박씨 아내가 사측에 뒤늦은 신고와 통보를 따지자 업체 측은 "가족들이 걱정할까 봐 그랬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사고는 전날 오후 6시께 경북 봉화군 재산면 갈산리 한 광산의 제1 수갱 하부 46m 지점에서 펄(토사)이 갱도 아래로 수직으로 쏟아지며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선산부(조장 역할)인 박씨는 후산부(보조 작업자)인 박씨(56)와 제1 수갱 지하 190m 지점에서 작업 도중 매몰 사고를 당했다.

조장 박씨는 이 광산에서 4년 가까이 일한 숙련공이다.

보조 작업자 박씨는 투입된 지 일주일도 채 안 됐다고 한다.

박씨 아내는 "추우니까…. 날이 춥고…, 갱도 안에서 몸이 추울까 봐, 저체온증이 올까 봐, 추운 거 때문에…. 그게 제일 걱정이지"라며 "필요한 건 아무것도 없고 우리 신랑만 좀 빨리…."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구조까지 최소 2박 3일이 걸릴 거란 소방당국 브리핑에 박씨 아내는 숨을 들이마셨다가 뱉어냈다.

그는 "지금은 어두컴컴해도 일부러 헤드랜턴 불을 끄고 잘 버티고 있을 거라고 본다"며 "나중에 구조될 때 소방대에 구조 신호를 보내려고, 그 정도로 판단력과 정신력이 강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업체 측 관계자들에 따르면 두 작업자는 커피 믹스 가루와 20ℓ짜리 물통을 절반 정도 채운 상태로 지하에 들어갔다.

"얼마나 떨고 있겠어"…봉화 광산매몰 가족들 '발 동동'
제1 수갱과 제2 수갱 사이에 설치된 '무재해 기록판'에 적힌 달성일수 '57일'은 무색했다.

이 광산에서는 지난 8월 29일에도 붕괴사고가 발생해 사상자 2명이 발생한 바 있다.

박씨 아내 곁을 지킨 지인은 "지난번에도 사고가 났던 바로 그 갱도다.

자기들끼리 사고 소식이 새 나가지 않게 막아보려다가, 일을 키웠다"라며 "평소 투자해서 시설을 정비해야 하는데, 돈을 들이기 싫으니까 자꾸 노후화하고 문제가 생긴다"고 했다.

구출 작업은 지금은 사용하지 않아 막혀버린 제2 수갱을 통해 진입로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제2 수갱 통로를 가로막은 암석들을 땅 위로 올려 내기 위해 '발파' 작업을 할 때마다 짧은 경고 벨 소리와 함께 일대 땅이 크게 진동했다.

제2 수갱 지하에서 약 130m 길이를 뒤덮은 암석을 파내면 제1 수갱 쪽에서 작업하다 매몰된 작업자들이 발견될 것으로 구조 당국은 기대하고 있다.

구조 당국은 이날 오후 3시까지 이동 거리 130m 중 진입로 약 22m 확보했다.

제1 수갱과 제2 수갱은 연결된 상태로 산소 공급은 계속 원활할 것으로 구조 당국은 파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