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현 롯데마트 대표(왼쪽)가 롯데마트 푸드이노베이션센터를 찾아 새로 개발한 메뉴를 맛보고 있다.  /롯데마트 제공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왼쪽)가 롯데마트 푸드이노베이션센터를 찾아 새로 개발한 메뉴를 맛보고 있다. /롯데마트 제공
서울 신천동 롯데마트 본사 6층에는 ‘비밀공간’이 있다. 평범한 사무공간을 지나 복도 끝까지 가면 외부인은 알아채기 힘든 이 공간의 존재를 코가 먼저 감지한다. 365일 맛있는 냄새가 끊이지 않는 곳, 롯데마트의 자체브랜드(PB) 가정간편식(HMR)과 델리(즉석조리) 메뉴 등을 개발하는 푸드이노베이션센터(FIC)다.

지난 25일 찾은 FIC는 고급 레스토랑 주방을 연상케 했다. 터널식 피자 오븐부터 드라이에이징 머신, 수비드 머신 등 각종 요리 기구로 가득 차 있었다.

이곳에선 유명 셰프인 강레오 센터장을 비롯해 셰프 8명이 매일 머리를 맞대고 롯데마트의 신제품을 개발한다. 최근 큰 인기를 끌었던 ‘반값 탕수육’과 ‘한 통 가득 치킨’ 등이 여기서 탄생했다. 비상근인 강 셰프도 매주 네 번 이상 이곳에 출근할 정도로 열의를 보인다.

이곳은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가 본인 집무실만큼 자주 찾는 공간이기도 하다. 강 대표는 지난여름 1주일에 두 번 이상 FIC에서 점심을 먹었다. 롯데마트의 PB HMR ‘요리하다’ 재출시를 앞두고 개발진과 함께 요리를 맛보며 레시피를 보완했다.

강 대표가 HMR과 델리 메뉴 개발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이 상품군이 e커머스가 따라올 수 없는 대형마트만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근 ‘런치플레이션(점심+인플레이션)’이라는 조어가 나올 정도로 외식 물가가 급등하는 만큼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형마트의 HMR과 델리 메뉴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가 진두지휘해 최근 재출시한 ‘요리하다’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요리하다 판매량은 지난 13일 재출시 이후 10일간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주력으로 선보인 ‘쿵파오 치킨’은 냉동 치킨 카테고리에서 판매 1위를 차지했다.

롯데마트는 요리하다의 궁극적인 목표를 ‘외식 매장 대체’로 잡았다. 오세웅 롯데마트 PB·소싱부문장(상무)은 “기존 HMR은 저렴한 가격에 가정식 수요를 대체하는 수준이었다면 요리하다는 전문점 수준으로 맛을 끌어올려 외식할 이유가 없을 정도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