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훈 칼럼] 왜, 언제나, 정치는 경제를 망치나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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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눈높이'로 연금개혁 거부
한국 정치 저열성 보여준 참사
미래 위해 반드시 해야 할 과제도
정치인들이 번번이 가로막아
'헌병'과 '천사'가 판치는 곳에서
누가 바보처럼 일하고 공부하겠나
조일훈 논설실장
한국 정치 저열성 보여준 참사
미래 위해 반드시 해야 할 과제도
정치인들이 번번이 가로막아
'헌병'과 '천사'가 판치는 곳에서
누가 바보처럼 일하고 공부하겠나
조일훈 논설실장
![[조일훈 칼럼] 왜, 언제나, 정치는 경제를 망치나 <下>](https://img.hankyung.com/photo/202210/07.29472568.1.jpg)
그럼에도 국회를 장악한 더불어민주당은 ‘국민 눈높이’ 타령을 놓지 못한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야당 간사를 맡고 있는 김성주 의원이 얼마 전 SNS에 올린 글이다. “더 내고 덜 받는 윤석열 정부의 연금개혁이 아니라, 국민과 함께하는 연금개혁을 하겠다.”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까지 지낸 사람이 이런 소리를 한다.
디지털 전환기에 우버와 타다를 금지하고 원격의료와 의료관광을 좌초시키는 것이 한국의 정치다. 정권이 바뀌어도 세계에서 유례가 드문 수도권 규제, 금산분리 규제, 대형마트 영업규제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노동조합 가입률이 세계 최저 수준인데도 노조 전투력은 세계 최강이다. 노조에 대한 법적 보호는 과잉을 넘어 손해배상 소송까지 막겠다는 ‘노란봉투법’도 등장시키고 있다. 조직화된 대형 사업장 근로자들이 비노조 근로자들을 착취하는 약탈적 불의도 계속 용인되고 있다. 자유를 표방하는 윤석열 정부조차 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고 있다.
그러니 정치인들에게 남는 것은 나랏돈을 입맛대로 뿌리거나 헌병처럼 시장에 간섭을 일삼는 일뿐이다. 농업시장의 기득권 보호는 뿌리 깊은 고질이다. 그럼에도 최근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기가 막힌다. 과잉생산된 쌀을 정부가 무조건 사주라는 것이다.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디 있나. 가뜩이나 소비가 줄어 정부 창고마다 쌀가마가 넘쳐나는 판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밀은 99%, 콩은 63%를 수입하면서 아까운 달러를 축내고 있다.
시장은 정부보다 효율적이고 정의롭다. 찬찬히 생각하고 관찰해보면 안다. 정치가 인류 삶의 질을 자유롭고 풍요롭게 만든 것이 아니다. 시장에 정치가 들어가면 특권과 반칙과 약탈이 난무한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왜 그토록 많은 정치인과 주변 사람들이 연루됐겠나. 성남시가 주도한 대장동 개발사업은 왜 형님-동생으로 엮인 소수의 사람에게만 엄청난 이권을 챙겨줬겠나. 우리 국민이 저마다 ‘정치9단’을 자임하는 이유가 있다. 사회 전체가 정치에 휘말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에 중독된 사람들은 일터 대신 공짜와 특혜를 찾아 권력 주변을 배회한다. 이런 나라에선 경제와 문화가 발전할 수 없다. ‘헌병’과 ‘천사’가 득세하는 곳에서 누가 바보처럼 지식을 쌓고 기술을 연마하며 경쟁시장에 뛰어들겠나.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하늘이 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