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는 여러모로 주목할 만하다. 우선 대통령이 주재하는 회의가 이례적으로 TV를 통해 전 국민에게 생중계됐다.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사회를 보고, 대통령과 장관들이 80여분간 경제 활성화 방안을 놓고 토론하는 모습이 그대로 노출됐다. 리허설도 없었다고 한다. 정부 속살을 드러낸 신선한 시도다.

왜 이런 행사를 기획했는지는 짐작할 만하다. 위기는 코앞이고, 정치는 정쟁(政爭)에 정신이 없다. 정부라도 경제위기 대응을 위해 무엇을 고민하고 준비하는지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사실 한국 경제는 일찌감치 위기 국면에 들어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0.3% 증가에 그쳤다. 겨우 마이너스 성장을 면한 정도다. 거기다 고금리와 자금 경색으로 기업들이 투자·고용을 줄이고 있고,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까지 꺾인 지 오래다. 가계도 천문학적 부채에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가 더 문제다. 자금흐름부터 투자·소비 심리, 수출까지 꼬이고 막히지 않은 곳이 없다. ‘제2의 외환위기’ ‘SF(스태그플레이션+금융위기)복합위기’ 우려가 나오는 게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이런 엄중한 상황을 인식한 듯 회의에서는 수출과 투자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이 논의됐다. 반도체산업 1조원 투자, 원전·방산 수출 지원, 해외 건설사업 수주 지원, 부동산 규제 완화, 관광펀드 조성 방안 등이 토론대 위에 올랐다. 5년간 초격차 스타트업 1000개 육성 등 중기 방안도 포함됐다. 한국은행도 은행권과 증권사에 대한 단기자금 지원 방안을 내놨다. 어려운 경제 상황을 감안했을 때 하나같이 시급하고 꼭 필요한 대책이 아닐 수 없다.

관건은 빠르고 과감한 실행이다. 가장 시급한 게 자금시장 안정이다. 정부가 ‘50조원+α’ 대책을 내놨지만 시장 불안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금융시장은 언제 어디서 꺼질지 모르는 살얼음판과 같다. 시장을 납득시킬 수 있는 선제적이고 신속·과감·충분한 유동성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 이런 대책을 시장에 정확하게 설명하고 이해시킬 일원화된 소통창구도 필요해 보인다.

공무원들의 적극적 행정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더라도 말단에서 움직여주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정책도 효과를 낼 수 없다. 위기 극복엔 기업의 투자와 고용이 필수다. 이를 위해서는 규제·노동개혁만 한 특효약이 없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 5개월이 넘도록 아직 공무원들이 사후 책임 소재 논란과 퇴직 후 재취업 문제 등을 고려해 규제개혁에 소극적이라는 질타(김태윤 규제혁TF팀장)가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기업 투자와 경제 활성화를 논할 수 있겠는가. 대통령과 정부가 나서 공무원들이 위기극복의 선봉에 나서도록 독려해야 한다. 정치권이 당리당략을 따지지 않고 위기극복에 나서도록 설득하는 것 또한 정부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