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방위산업부, 농림축산식품부는 농림산업부, 국토교통부는 국토교통산업부로 수출 촉진을 통해 다 같이 뛴다는 자세로 임해주시길 바랍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27일 방송 3사(KBS·MBC·SBS) 등을 통해 생중계된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이같이 말했다. 참석한 12개 부처 장·차관뿐만 아니라 전 공무원에게 ‘경제 중심 마인드’를 주문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너무 긴장하지 말라”는 격려로 회의를 시작했다. 장·차관을 둘러보며 “언론 보도를 보니 제가 아주 장관들을 골탕 먹일 질문을 던질 것이라는 얘기가 있었는데, 저도 여러분의 얘기를 국민들과 잘 경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의는 총 80분 동안 △주력산업 △해외건설·부동산 △중소기업·벤처 △관광·콘텐츠 △디지털·바이오·우주 다섯 가지 주제에 대해 각 부처 장관이 발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사회를 봤다.

윤 대통령은 각 부처 발표를 주의 깊게 듣는 데 집중했다. 추가 지시가 필요한 부분에선 과감하게 의견을 냈다. 윤 대통령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관광 활성화 정책 발표를 들은 뒤 “관광이라는 것도 유적을 보고, 풍광을 보고 하는 수준이 아니라 K콘텐츠가 문화와 합쳐져야 경쟁력있는 산업 육성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신약 연구개발 속도를 높이는 ‘바이오 파운드리’를 국가 중심으로 운영한다고 발표하자 윤 대통령은 “나라에서 운영하는 것이냐”고 물으며 “기업이 해야지 정부가 번번이 운영해서 효과가 있겠냐”고 지적했다.

일부 장관은 리허설 없이 진행된 회의에서도 농담을 주고받으며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이끌어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벤처투자펀드 세제지원 인센티브’를 요청하자 “재정 건전성이 흔들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이렇게 모였으니 전부 기재부 장관, 금융위원장에게 부처 애로사항 얘기들을 전하라”고 말하자 문체부 등에서 세제지원 요청이 쏟아졌다. 추 부총리는 “곳간 다 떨어지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윤 대통령이 회의 말미에 “장관들의 각 부처에서 준비한 전략과 아이디어를 많이 듣고 싶었는데 오늘 시간이 짧아서 좀 아쉽기는 하지만 부족하면 비공개로 더 해도 된다”고 말하자 참석자 사이에서 웃음이 터졌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